일본 민주당이 참패한 이유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소식을 전해 봅니다.

일본 민주당이 이번에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를 해서 과반수 달성에 실패를 했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정국운영은 물론 현 총리의 거취문제까지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대패의 원인은 지금까지 알려져 왔던 이슈들이 아닌 돌발변수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름아닌 소비세 인상을 선거 공약으로 하겠다고 하는 칸 나오토 총리의 발언 때문이라고 하네요.

소비세라는 게 우리나라로 따지면 부가가치세 쯤 되는 세금입니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이 소비세느 인상할 때 마다, 인상을 단행했던 정권들이 모두 무너지고 교체당하는 전통이 있었을 정도로 일본 국민들에게는 하나의 역린이라고 하네요. 이런 소비세를 선거를 며칠 앞두고 총리가 독단적으로 이를 공약으로 하자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심지어는 민주당 국회의원 출마자들도 대다수가 선거운동을 하면서 “나는 목숨을 걸고 칸 나오토의 소비세 인상 기도를 저지하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3대 세원이 법인세, 소득세, 그리고 이 소비세라고 합니다만, 잃어버린 20년이 지나오면서 법인세나 소득세는 거의 걷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네요. 일본의 기업들 70%가 넘는 곳이 법인세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니 이게 얼마나 심각한 건지 짐작이 갑니다. 소득세도 마찬가지라 하구요. 결국 점점 더 절망적이 되어가는 일본의 재정적자를 메꾸고 복지수준을 유럽 수준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그나마 꾸준히 유지가 되고 있는 소비세를 인상할 수 밖에 없기는 하지만, 정치인들 중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겠습니까?

원래 칸 총리가 경제에는 별다른 관심이나 소양이 없었다가, 최근 G20회담에 갔다오면서 일본의 재정적자문제에 대해 심각함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좋게 말하면 자신이 나서서 구국의 결단을 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아무런 절차적 정당성 없이 오만한 독단으로 자신의 몰락을 자초하게 된 것입니다.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재미있다고 할까, 황당하다고 할까,, 이 소비세 인상공약을 제일 먼저 내 건 곳은 민주당이나 칸 총리가 아니라 자민당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민당이 공약으로 내세우는 걸 보고, 칸 총리가 생각하기에 “아, 이제는 소비세 인상을 공론화 해도 되는 타이밍이 왔나 보구나!!”라고 판단하고 그런 주장에 호응을 하다가 지나치게 오바를 한 거죠. 그런데, 정작 자민당은 칸 총리의 성급한 독단 때문에 오히려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승리를 했다고 하니,,,,

이런 소비세 인상에 단호하게 반대입장을 내걸었던 정당들, 좋게 말하면 국민들의 편의를 지킨 정당, 나쁘게 말하면 일본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채 포퓰리즘 내지는 데마고그를 걸었던 정당들이 크게 약진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공산당이나 우리모두의당 같은 곳이 크게 의석수를 늘렸다고 합니다.

이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일본은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빚더미가 현재 일본 총생산(GDP)의 두배가 넘고, 2020년에는 세배로 늘어날 거라는 사실은 일본의 지도층 누구도 모르지 않고 있지만, 그 중 누구도 나서서 증세를 하고 구조조정을 하려 하지 못할 테니 말입니다.

초호화 청사를 짓느라 엄청난 돈을 날린 전임 성남시장에게는 그 누구도 사법적인 책임을 지우지 못하면서도, 이걸 수습하지 못해 채무유예를 선언한 현 시장에게는 비난을 쏟아내는 게 법치국가이며 동시에 민주주의국가인 국가들의 한계이자 현실이기도 합니다. 과연 저런 방종과 빚잔치가 과연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없었을 지 의문입니다. 결코 일본의 이런 일들이 남의 일이 아닌 5년 후, 아니면 10년 후의 우리 모습일 수 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오늘 전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생각난 바를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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