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주의, 민족주의, 통일

요즘 중국은 동북공정이 한창입니다. 고구려가 자기들 중국의 일부였다는 거지요. 중국이 우리 옆나라이기 때문에 항상 관심을 안가질 수 없는 게 이들의 움직임이겠지요. 여기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하는 건, 한족이라는 민족의 개념을 넘어서 중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런 시도는 새로운 현상입니다.

예로부터 구호란 외치는 사람들의 컴플렉스를 반영한다고 하죠. 요즘 이루어지는 동북공정이라든지, 중화사상에 대한 중국의 재조명 움직임도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보면 이해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민족주의가 커지는 경우는 대게가 공동체가 위기상황에 닥쳤을 때라고 합니다. 당연히 그 역의 명제도 성립하겠구요.

어느 사이트에서 봤는지는 까먹었는데, 히틀러가 소련을 침공했을 때 개전 초기에는 공산주의의 우월성을 주로 선전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모스크바 바로 앞까지 점령당하는 열세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독일민족에 대한 적개심과 러시아민족의 우월성에 대한 선전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는 사료분석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분리주의적인 민족주의가 되었든, 제국주의적인 민족주의가 되었든 그 근간은 공동체의 위기상황이 필수요건이라는 거죠.

작금에 중화주의가 민족중심이 아닌 중국이라는 다민족국가로서의 정체성에 더 집착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중국이 잘나가고 성장일로에 있다는 걸 반증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은 한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언제나 우위에 서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던 나라였습니다.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소수민족에게 상당한 만큼의 자치권과 독자성을 보장해 왔던 건 분명하지만, 그 안에서도 티벳을 침략하고 위구르 인들을 지금도 탄압하고 있는 등 비대칭적인 민족간 구도는 강고한 구조이죠.

그런 상황에서 나라가 안정되거나 성장일로에 있는 경우에는 내부의 민족간 갈등이라는 잡음을 무마하기 위한 하나의 구호로서 황제가 되었든, 공산주의나 국가(내지 제국)라는 것이 되었든 간에 민족을 초월하고 포괄하는 정체성에 대한 열망과 구호는 강화될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 중국이 갑자기 어려워 지고, 다시금 중화주의는 “한족”이라는 민족을 중심으로 배타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많다고 보며, 그럴 날이 향후 10년 안에는 도래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지금까지 풀지 못하고 뒤로 쌓아만 놓고 있는 모순과 한계가 하나둘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공동체의 위기가 발생하면 중국은 1차대전에 패한 전후독일과 같이 배타적인 민족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중화사상이란 것의 내용변화를 보면서 정말 안타까움을 느끼는 게, 우리나라의 민족주의 경향입니다.

중국은 날이 갈 수록 확장해 가는 제국의 면모를 닮아가려고 애쓰는 반면 우리나라는 정 반대의 길을 가려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분단이라는 아픈 현실을 생각하면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단일민족국가라는 말이 더이상 진실이 아님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수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우리나라 안에서 부대끼고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이지 휴전선 북쪽에서 우리 공동체와는 완전히 격리된 채 수십년간을 지내고 있는 인민이 아니라고 봅니다.

통일과 평화는 전혀 다른 개념일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이 둘이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 되는 현실도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그 경우에 우리는 둘 중 무얼 우선해야 할까요?

여기에 대한 답은 서로가 각자 내는 개별적인 선택일 테지만, 중요한 건 50년 이후 지금에 이르기 까지 수백배가 넘는 경제성장과 국력신장, 그리고 유래없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통해 쥐20세대(?)에 왔으면서도 여전히 우리 안에는 다른 민족과 인종에 대한 배타성을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듯한 모습들을 연출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외국인노동자들이나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한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단지 “약자를 향한 동정과 멸시”를 넘어선 “인종에 따른 구분”을 시도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 고민이 됩니다. 이런 식의 “수세적 배타성”이 가득한 민족주의 내지는 인종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채로 통일이 이루어 진다면 결국 ”북한놈들이 우리 일자리를 다 빼앗아간다”며 북한말씨 쓰는 종자들을 차별하고 멸시 내지 적개심을 가지는 비극적이고 무서운 공동체가 되어버릴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요즘 중국의 움직임들에 대한 여러 의견들을 보면서, 중국에게서 딱 한가지 우리가 배울 점은 민족이라는 경계를 넘어서 더 크게 확장할 수 있는 정체성을 찾아보려고 노력한다는 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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