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효빈

東施效嚬

장자 천운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경국지색이라 일컬어지던 서시와 동일인물인지는 알 수가 없는데, 어떤 마을 서쪽에 시씨 성을 가진 천하의 미녀가 살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서시라고 불리며 마을 총각들의 애간장을 녹였다는데, 반대로 마을 동쪽에는 똑같은 시씨 성을 가진 천하의 추녀가 살고 있어서 이 여자를 두고 동시라고 불렀다는군요.

이 서시의 미인도를 보면 대게가 오른 손으로 가슴이나 명치 부분을 대고 있는 자세로 그려지고는 하는데, 이 연유가, 서시는 선천적으로 심장질환을 앓고 있어서 길을 가다가도 가슴에 손을 대고 고통스러워 하며 찡그리고는 했다고 합니다.

천하의 미인이 고통에 안타까운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남정네들 마음이 오죽 녹아나겠어요? 저 경구의 빈자가 찡그릴 빈자라고 합니다. 빈정댄다의 빈자도 같은 한자라고 하네요.

그걸 본 동시는 자신도 서시처럼 얼굴을 찡그리면 남정네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길을 가면서 “일부러”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 통에 동네 남정네들이 다 도망을 갔다고 하네요.

동시효빈이라는 경구는 동시가 서시의 찡그림을 본받다, 내지는 그대로 따라하다는 뜻인데요, 돌이켜 보면 생각해 볼 게 많은 구절이라는 생각입니다.

무의식중에 저 자신도 제가 생각해 왔던 롤모델의 성공담에 취해 따라하지 않아야 하는 것 까지 그대로 따라하는 삽질을 계속해 왔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죠. 지난 10년 동안 지냈던 직장을 그만두려는 시점에서 돌아보니, 내 자신의 의지로 결정해 왔다 자부했던 많은 결단들이나 행동이 사실은 누군가에게서 보았던 부러운 모습을 치기 어리게도 그대로 모방하려 했던 것에 불과한 면이 없었는가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게 되더군요.

나는 나 자신만의 모습이 있고, 정체성이 있으며, 나만의 개성과 운명이 있을텐데, 다른 사람의 멋진 모습에 취해서 그런 것들을 가볍게 여기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의 계기가 되었던 경구였습니다.

주식에 원래 손을 대지 않지만, 가끔씩 제 주변에 존재하는 주식의 고수들이 과거 엄청난 불황 때에도 짭잘한 수익을 내면서 재테크에서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따라하고 싶다는 유혹이 일었던 건 부정할 수 없음을 떠올리면서, 문득 부지불식간에 제 마음의 중심이 흔들렸던 게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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