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마고기, Demagogy

포퓰리즘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대중주의라고도 하고, 인기영합주의라고도 번역하는 단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나라당을 위시한 조중동의 끊임없는 오용으로 말미암아 이게 마치 나쁜 말인 것처럼 통용되고 있지만, 원 뜻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닙니다.

위키백과를 보아도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대중과 엘리트를 동등하게 놓고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주장하는 수사법, 또는 그런 변화를 추구하는 정치담론이나 이데올로기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뒤이어 캠브리지 사전에는 보통 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사상 내지는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기도 합니다.

포퓰리즘도 원래 좋은 말이고, 포퓰리스트도 나쁜 말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포퓰리즘이라는 것은 결코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의 변화”여야만 하는가를 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좌파건 우파건, 수구건 급진주의건 국민 대다수의 여망을 무시한다 내세우는 세력은 없습니다. 각각의 진영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방법론에 대한 고찰일 뿐이라는 거지요. 한나라당이나 현정권이 민주당을 공격할 때 포퓰리즘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정작 포퓰리즘을 이용해 정권을 차지한 건 한나라당이고 현정권입니다. 그렇게 포퓰리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한나라당 집권의 무서움을 제대로 설파하지 못한 지난 정권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포퓰리즘의 정 반대말은 엘리트 주의가 될 겁니다. 오히려 포퓰리즘의 반대말이 나쁜 말이지요. 대중의 판단력과 소양, 그리고 그들의 동의는 사회적 변화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가치와 방향이 대중의 동의 없이도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선 전후로 활개를 치던 국개론은 포퓰리즘 싸움에서 패배한 진영의 넋두리 이상의 가치를 줄 수 없습니다. 국개론이 의미하는 사실관계가 맞다 틀리다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국민의 수준이 정말 그렇다면, 그런 수준에 맞추어서 그들을 사회변혁의 한 가운데로 끌어올리려 끊임없이 시도하는 노력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은 포퓰리즘을 포기하고 엘리트주의로 선회하겠다는 말과 다른 게 없기 때문입니다.

정보화가 완성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이런 포퓰리즘은 실현이 불가능한 담론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으로 누구든 별다른 비용 없이도 신속하게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는 세상이고, 그러한 정보화의 진행이 이런 포퓰리즘을 실현가능하게 만들어 준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정보화 사회로 사회가 변화해 갈수록 포퓰리즘이라는 방법론은 점점 더 위력을 더해가게 되어 있지만, 이런 포퓰리즘이 정말로 사회에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변화, 즉 발전을 하는 데 사용되기 위해서는 이런 포퓰리즘이 잘못 작동되는 기전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포퓰리즘의 가장 큰 병폐가 데마고기입니다.

데마고기는 희랍어로 유언비어를 의미합니다. 즉, 특정 세력이 정치적 의도를 품고 잘못된 사실과 왜곡된 내용을 유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데마고기가 갖추어야 할 첫째 조건은 사람들이 공통된 관심을 유발하는 중요성을 가져야 하며, 둘째로 그 사항에 대하여 확정적인 판단을 내릴만한 충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거나, 사태 자체가 애매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나라당과 현정권, 그리고 특히 조중동과 같은 찌라시 언론들이 즐겨 쓰는 것이 다름아닌 데마고기입니다.

이런 데마고기는 그 자체로 정당하지 않은 수법이라는 것을 떠나, 이런 데마고기에 의해 휘둘린 대중은 이후로도 장기간 정상적인 여론수렴을 방해받고 의사결정과정을 왜곡당하게 되어 민주주의 시스템을 교란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전제되는 것인 시민의 자유롭게 간섭받지 않고 생각하고 토론할 권리를 왜곡시키면 그 다음에 어떤 아름다운 제도나 영웅적인 정치인이 나선다 하더라도 민주주의는 원래의 기대했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된다는 겁니다.

인터넷에 접속되어 소위 집단지성이라 일컬어지는 담론체를 형성하고 있는 네티즌이든, 그렇지 않고 조중동에 세뇌되다 시피 한 대다수 국민들이든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걷어내야 하는 것이 이런 데마고기에 의한 선동과 여론조작이어야 합니다. 이런 식의 데마고기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지향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단, 이런 데마고기는 그 정체가 들통나면 이를 퍼트린 쪽의 다른 모든 주장들마저 신뢰성을 상실하게 되어 대중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게 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지금까지 거쳐간 수많은 이슈들에서 잘못된 정보가 많은 이들의 공통된 관심사를 자극한다는 이유만으로 빠르게 파급되었다가, 그런 정보의 오류가 밝혀지면서 주장을 유포하는 이들 뿐 아니라, 그런 유포자와 한편이라는 이유로 도매급으로 신뢰가 상실되는 사례는 굳이 좌냐 우냐, 한나라당이냐 반한나라당이냐를 구분하지 않고 계속 되어 왔습니다. 정말로 인터넷이 포퓰리즘의 토대가 되는 공론의 장이 되려면 진영이나 가치의 문제를 떠나서 이런 데마고기를 서로 검증하고 차단하는 작업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어제 밤에 지리하게 댓글이 이어지면서 아무런 의미없는 공방만 오가고 만 걸 보면서 제가 왜 이런 “사소한” 사실관계에 집착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포퓰리즘이 국민의 동의를 얻어 대중과 함께 사회변혁을 이루는 제대로 된 방법론이 되기 위해서는, 진영의 구분을 가리지 않고 소수의 선동자들에 의해 거짓정보로 여론이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되거나 정당한 담론마저 도매급으로 신뢰상실의 위기를 맞게 만드는 데마고기에 대한 검증이 언제나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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