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가 하루 남았군요.

이제 사흘 남았군요. 10월26일이면 현정권이 어떤 식으로 최후를 맞이하게 될는지에 대해 대충의 윤곽을 잡을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여와 야가 거의 모든 것을 걸고 올인한 싸움이죠. 리틀대선이나 다름없습니다. 박근혜가 전면에 나서서 유세를 하고 있고, 언론과 권력의 힘을 총동원해서 선거에 임하고 있죠. 야권은 야권 나름대로, 따로 후보를 낸 민주노동당 까지도 당 지도부의 대다수가 자당후보인 최규엽후보는 놔두고 박원순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고, 문재인 안철수를 비롯한 아직 정치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도 않은 야권의 잠재적인 주자들 까지도 발을 안담글 수 없게 된 게 현재의 상황입니다.

이런 올인 판에서 분명한 거 하나는, 지는 쪽 후보는 상당기간 동안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없을 거라는 겁니다. 각각 양 진영이 모든 것을 동원해서 총력전을 펼쳤는데 졌다,,, 이렇게 진 것이 해당 진영의 무능 때문이라고 하는 건 자신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자기부정의 논리가 되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겁니다. 결국 모든 건 해당 후보의 부덕의 소치 내지는 무능함 때문으로 돌아갈 겁니다. 양편 모두 후보를 지켜줄 만한 세력이 별로 없는 것도 같아요.

사실, 나경원 후보도 한나라당 안에서는 이미 비주류로 분류된 지 오래입니다. 친이계의 몰락이 가져다 준 결과죠. 박근혜의 선거 전승 신화가 깨지는 마당에 박근혜가 예전만 같지 못해서 졌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죠. 박근혜에게 생채기가 나느니 나경원이 못난이에 희생양이 되는 게 현재 한나라당의 권력구도에선 훨씬 자연스러운 전개라 봅니다.

박원순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원순 후보 본인만의 자산이라는 게 없죠. 현재 그를 찍어주는 표는 어디까지나 한나라당 심판을 위해서 모인 표입니다. 그런데, 시장선거에서 떨어지면, 이미 나이나 경력을 봐도 다른 선출직 공무원선거에는 나오기가 더 힘들죠. 예전처럼 시민단체를 이끄는 것도 힘들 겁니다. 당장 박원순을 통한 재벌들을 비롯한 대기업의 후원길은 막혔다고 봐도 됩니다. 그게 시민단체를 운영하면서 얼마나 큰 족쇄가 될 건지는 말 안해도 알 수 있는 일이죠.

물론, 이번 선거가 두 후보들 개인의 신상에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 겁니다.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지면 대선후보로 박근혜를 내세울 수 밖에 없다는 믿음 내지느 고정관념이 깨지게 됩니다. 더이상 박근혜는 대세가 아니게 되는 거죠. 게다가, 여성후보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더욱 커지면서 한나라당 안에서는 “대안후보”에 대한 이야기들이 솔솔 흘러나올 겁니다. 그 대안후보가 누가 될 지는 모르겠어요. 원희룡이나 김문수가 물망에 오르겠지만, 중요한 건 이미 한나라당 안에서의 균열을 봉합하는 건 불가능하게 될 거라는 사실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경선승복을 명분으로 자기 당 후보를 내지 않는 것 까지 감수했습니다. 그런데, 박원순 후보로 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제 더이상 “정당연합”이라는 게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후보”라는 테제까지 물거너 간다면 야권통합을 위해 남은 선택지는 얼마 없게 됩니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 진다면 한나라당이 졌을 때의 균열 보다 더 큰 분열과 내홍이 야권 전체에 퍼질 겁니다. 선거에 진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느냐를 가지고 서로 내가 잘났다며 달려들 테죠. 아마, 인터넷 게시판 곳곳에서 볼만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입니다.

부디, 그런 제 예상이 맞지 않기를 바래요.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승리하길 바란다는 이야기입니다.

끝으로 생각나는 걸 하나 더 말해 본다면,,, 만약, 이번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가 진다면 그건 오직 하나 ”정권심판론” 때문에 진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기는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소리를 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서 사저 문제가 벌어지고, 민주당이 대통령 아들을 고발했습니다. 이거 만큼 큰 영향을 미친 소재는 아직까지 이번 선거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봅니다. 이 소재는 다름아닌 유권자들의 정권심판론에 불을 댕겼기 때문입니다. 후보 개인을 향한 네거티브에는 어느 쪽이 되었든 이미 유권자들에게 별 감흥이 없었어요.

이 사람 찍을려다 네거티브 때문에 저 사람 찍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선거 초반에 나경원후보가 네거티브를 써서 지지율 격차를 좁혀 들어간 건,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었지 정말로 네거티브가 먹혀서 그렇게 된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박원순”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불안해 하고 의문을 가졌었지만 대세에 눌렸거나, 시민후보라는 타이틀의 신선함에 호감도를 보냈던 사람들이 돌아선 걸 네거티브에 먹혀서 그런거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분석입니다. 그만큼 유권자들은 처음 듣는 사람에 대해 신뢰를 보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거죠. 이번에 승패를 결정짓는 게 투표율이라고 다들 동의합니다만, 이 투표율을 높이는 건 네거티브가 아니라 정권심판론이라는 명분이 될 겁니다. 앞으로 이어질 선거들도 결국은 정권심판론이라는 격류에 모든 이슈가 다 삼켜질 것이구요.(이건 어디까지나 박원순 후보가 승리한 경우를 전제한 이야기 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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