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면 먹어갈 수록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갈 자신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건너고 싶어지고, 아주 조금이라도 실패하거나 손해보는 것에 너무 민감해 지고, 두려워 지는 것 같습니다.
그저께, 네트웍하드에서 레이드1로 묶어두었던 데이터가 날아간 것 같아 복구를 맡겨보려 전자상가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복구에 드는 비용이 장난 아니더군요. 50만원이라는 큰 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고민 끝에 DP에 글을 올렸었는데 서울에 유명한 복구전문 회사가 있다더군요. 이에 오늘 큰 맘 먹고 복구를 맡기려고 집에서 가져나왔습니다. 왠지 전자상가의 그 사장님 말은 미심쩍은 부분들이 있어 맡기지 않고 서울에 근무하고 있는 친척이 내려왔기에 인편으로 서울에 있는 유명한 곳에다 맡길 생각이었죠. 그런데 기왕 가져온 김에 한 번만 더 직장에서 복구를 시도해 봤는데, 이게 데이터가 날아간 게 아니었더군요.
ext3 포맷으로 된 디스크를 윈도우즈에서 마운트 시키기 위해서는 Ext2fsd라는 프로그램을 실행시켜야 하는데, 이 때 code가 default로 되어 있어서 파일이 전혀 보이지 않고 먹통이 되었던 겁니다. 이걸 utf8로 바꾸니까 모든 파일들이 다 보이는 거 있죠.
당장은 큰 돈 아낄 수 있었다는 데 다행감이 들다가도, 그제 들었던 복구해주는 곳 사장의 이야기가 계속 뇌리에 남더군요. 레이드1로 묶여있었더라도 하드디스크 2개를 모두 다 가져와야 복구가 된다, 하나만 가져와서는 복구가 안된다는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분명 두 개 중 하나는 정상작동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제 경우 처럼 집에서 간단한 절차로 이걸 읽는 데 실패하는 경우들이 있다면 자기들이 얼릉 체크해 보고 고장난 게 아니었다, 제대로 된 디스크니 걱정 말라고, 돈 안받아도 되니 가져가라고 말하려고 두 개를 다 가져와라고 말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아마, 절대로 그러지 않았을 겁니다. 정말로 양심적으로 할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말하는 게 달랐겠죠. 레이드1으로 묶은 건 두 개 동시에 나가는 법이 드무니까 두 개 모두 가져오면 우리가 점검해 주겠다는 식으로 설명을 했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 운 좋으면 50만원 공돈으로 먹을 생각을 했으니까 되지도 않는 레이드1(미러링)으로 묶인건 두개 다 가져와야 복구가 된다고 말했겠죠.
가끔 보면, 제 인상이 상당히 순진해 보인다는 걸 가지고 되지도 않는 말을 하면서 작업을 치는 장사꾼들이 꽤 있더라구요. 특히 컴퓨터나 AV쪽에서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보면 정작 저 보다도 한참 뭘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그러에도 끝까지 밀어부치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정말 황당한 경우죠.
그 장사치 입장에서야 저 말고도 사기칠 사람은 널린게 현실이고, 설령 저에게 그런 거짓말이 들통이 나도 딱히 본인 입장에서 손해 날 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사기치고 작업 거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되 버린 걸지도 몰라요. 이러다 보니 언제나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에도 일단은 믿을만한 가 아닌가를 먼저 따지는 습관이 들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이 복구해주는 곳에서 저 말을 듣고 그냥 가지 말자는 생각을 굳혔었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잘한 것 같아요.
이걸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만큼 사람들이 목말라 하는 것이 신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나의 진정성을 설득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