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과 열등감 또는 우월감

우선 자신감의 뜻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학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감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흔히 자신감의 뜻을 물으면 거의 모든 대답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 답에 해당하는 올바른 단어는 ‘과대망상’이다. 자신감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의 능력은 무한하지 않다. 지구 위에서 만물의 영장이기는 하지만, 큰 자연 속에서는 오히려 미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물론 정신능력의 가능성은 거의 무한대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한 평생 동안 이 가능성을 개발하여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는 범위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또 인간의 능력은 그 사람이 생각으로 빚어내는 것에 비해서는 훨씬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즉 누구나 자신의 실제 능력과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경우에 따라서는 꿈이나 희망이 될 수도 있고, 또는 환상이나 망상이 되기도 한다.

자신감(自信感)이란 글자 그대로 나를 믿는 것 또는 그런 느낌을 말한다.

그렇다면 믿는다(信)는 것은 무슨 뜻일까. 예를 들어 나는 내 어머니가 나를 낳으셨다는 것을 믿는다고 하자. 나는 내 어머니가 나를 낳는 장면을 목격하지도 않았다. 또 그럴 만큼의 녹화 비디오를 본 것도 아니다. 여기서 믿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또 교회 다니는 사람이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자. 하지만 나는 하나님을 보거나 만난 적도 없다. 여기서도 역시 믿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믿는다는 것은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내 어머니가 나를 낳으셨다는 것을 나는 의심 없이,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자신감 즉 나를 믿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자신감이란 나를 받아들이는 것 또는 나를 받아들인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받아들인다는 것일까. 나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주관적으로 좋거나 싫은, 또는 객관적으로 길거나 짧은 면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를 나는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감이란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의지나 그런 상태’를 말한다.

자신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이런 저런 면에 대해, 또 그 가능성에 대해 확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내가 과연 얼마 만큼인지 알아보기 위해 선뜻 도전한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거나 저렇게 나오거나 그것이 ‘나’라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자신감을 갖게 된 사람은 성장기간 동안 자연의 순리에 의한 여러 욕구에 부응하여, 즉 그 때 그때의 내적인 호기심에 충실하다.

자신에 대해 알기를 원하고 용기를 내어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그 결과 나의 이런 저런 모습이나 능력에 대해 잘 알게 된다.

또 그런 자신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성장한 후에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어느 부분의 능력이 뛰어난 지 잘 알고 있어 여기에 맞추어 앞날을 계획한다. 나를 잘 알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획하니 열심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발전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이러는 과정 동안에도 나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게 되고 나는 좀더 자유로워지며, 점차 인생의 보편적이고도 심오한 의미를 깨달아 가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남보다 더 크거나 길어야 인생에서 충실한 것은 아니다. 외형적으로 더 많은 것을 가져야 인생을 의미있게 사는 것 또한 아니다.

인생의 의미는 긴 것이나 짧은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긴 것과 짧은 것의 유혹 이면에 있을 것이다. 즉 인생의 의미란 그 자체에 매달리기 보다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자유로워지는 것에서 체득되는 것일 게다.

자신감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과는 결코 상관이 없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표현과 비슷한 것이 있다. 즉 ‘무엇이든 안다’고 하는 것이다. 생활하다보면 주변에서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정치, 경제는 물론이고 문화와 스포츠 분야까지 두루 전문가임을 뽐낸다.

하지만 이 사람은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에 불과하다. 흔히 지식인이라 하면 무엇인가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식인이 무엇이든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지식인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더 많이 분별하는 사람들이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모르는 것 또한 더욱 많아진다는 것을 실감하는 사람들이다. 즉 자신감 있는 지식인은 ‘나는 이것을 알고 있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는 저것에 대해 모른다’고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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