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경우는 요즘 회자되는 나꼼수 관련 논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일이기에 결국 지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범주에 들어가는 일일 겁니다. 애초에 나꼼수라는 팟캐스트의 본질을 잊어먹으면 안되는 게, 아무리 인기가 있는 매체로 등극했다고는 해도 나꼼수는 어차피 대안매체입니다. “듣기 싫으면 안 들으면 된다”는 자세를 견지한들 아무도 그걸 뭐라 할 수 없는 “개인 미디어”의 영역에서 더 나가기 어렵죠. 그래서 역설적이긴 하지만, 나꼼수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들이 근본적으로 일정 정도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면서 김이 빠지는 건 당연한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우려하거나 이런저런 비판의 논리들이 먹히는 대상은 나꼼수 자체가 아닌 나꼼수를 너무 격하게 사랑하는 이들의 반응에 대한 것들이겠죠. 이미 나꼼수가 대세에 가까운 인기를 얻은 지 꽤 되었고, 심지어는 “노무현”의 그것과 동일시 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보이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중에 극성인 사람이 안나오는게 더 이상할 겁니다.
이런 극성 팬들이 나꼼수는 물론, 반이명박 진영에 도움이 안되는 이유는 이미 지난 열린우리당 정권 때를 돌이켜 보면 알 수 있죠. 참여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해도, 부동산정책이 죽을 써도, 한미fta를 추진해도 그 책임은 노무현을 기만한 관료들, 모피아들, 재벌들에게 있는 거고, “노무현”을 대놓고 지목해서 비판하는 진보정당들은 한나라당과 한 편 먹는 이들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참여정부 내내 정말 시끄러웠었죠. 그러한 사람들의 “큰 목소리”가 일으킨 결과는 그 목소리의 크기만큼이나 컸었다고 봅니다. 가장 큰 결과는 바로 서로 연대할 수 없을 만큼 상처를 만든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맞서서 서로 힘을 모으고 연대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치인들 끼리는 아예 연대를 넘어 통합까지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란 말이죠. 그런데, 정작 끌어안아야 하는 이들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가치들에 대해 무관심한 것도 모자라 무시와 멸시까지 하며 “뭐 그런 것 따윌 가지고 우리편을 까느냐 니네는 어차피 우리편 아니었잖아!” 하는 식으로 나오면 이건 순 일방적인 거라는 거죠.
현재 제기되고 있는 비판을 하는 이들이 나꼼수 팀, 정확히는 나꼼수를 좋아하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바라는 건 이들이 지금 당장 페미니스트로 전향하라는 게 아닙니다. 자신들의 가치를 최소한 “포용”할 수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라는 거라고 봐요. 그러한 포용이 없으면 연대도 불가능하고 통합도 어불성설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정말 대단했었는데, 그 때 민주노동당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을 겁니다. 과연 이런 식으로 자당후보를 희생시켜 가며 민주세력의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 어떤 식으로 돌아오게 될 것인가를 말이죠. 그 때 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사퇴했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찌 되었든 이후로 참여정부 내내 민주노동당은 참여정부와 그 지지자들 중 일부 목소리 큰 사람들에 의해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나꼼수에 열렬히 열광하는 젊은 유권자들 보다 이념적으로 오른 쪽에 있으면서도 반이명박 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포용은 필요합니다. 안철수 신드롬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하면 이건 승리의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봐도 되는 거죠.
그런데, 나꼼수를 옹호한다며 매우 강렬한 감정을 토로하는 분들의 ”큰 목소리”는 결국 연대해야 하는 대상들로 하여금 정권이 뒤집어 져 봐야 또다시 배제와 분리, 무시와 멸시로만 응답받게 될 거라는 생각을 강하게 주입하는 효과가 클거라 봅니다. 지난 참여정부 때의 전개를 그대로 답습하게 되는 거죠.
하긴, 제가 이런 말을 해 봐야 한 두 사람도 아닌 그들 모두의 소양과 인격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걸 기대할 수도 없는 거고, 결국은 시간의 흐름에 희석되며 묻혀가는 식으로 해결이 되겠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격언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