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 의사들에게 겨울 초입부터 지금까지는 환자가 많이 찾아오는 시기라 판독건수도 덩달아 엄청 늘어나는 힘든 시기죠.
더우기 일이 많은 곳으로 갑자기 직장을 옮겨서 정말 힘이 듭니다. 요 며칠 전 부터야 겨우 환자가 줄기 시작했네요. 지금까지 힘든 업무를 커피에 절어가며 버텼는데, 이렇게 마셔대다가는 예전처럼 출혈성 위염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 겁이 덜컥 나더군요.
그래서 커피를 끊기로 했는데, 미치겠습니다. 금단 증상때문 머리가 계속 지끈지끈 아픕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전 까지만 그나마 상쾌한 기분이고, 나머지 시간은 내내 머리가 아퍼요. 정말 미치겠습니다.
예전에도 끊어야지 그렇게 시도를 했는데, 결국에는 실패하고 말았네요. 이런거 보면 담배 끊었다고 자랑하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커피보다 담배가 더 중독성이 있을텐데 말이죠.
뇌기능 자기공명영상을 해 보면, 커피를 안마시는 사람과, 조금이라도 마시는 사람, 그리고, 꾸준히 세잔 이상을 마시는 중독자의 영상이 모두 다르게 나옵니다. 카페인이라는 향정신성 물질이 인간의 뇌에 기질적인 변화를 미친다는 건 분명히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대목입니다.
학교 다닐 때에는 전혀 입에 대지 않다가, 인턴 때 너무 힘들어서(하루에 잠을 30분-1시간씩만 자고 한 달을 버틴 적도 있었죠) 마시기 시작했는데, 끊는게 너무 힘드네요. 이것 때문에 위장이 남아나질 않는데도 그렇습니다.
저는 이런 향정신성 물질들을 국가가 나서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했으면 좋겠어요. 기호도 좋고, 취미도 좋고, 산업활성화도 좋지만, 국민의 건강과 정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중독성 물질은 애초부터 노출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