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전, 모두 폐기해야 겠네요.

어제오늘 들려오는 소식을 보니, 고리원전에서 심각한 정전이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했다고 하지요.

심지어는 수백명의 직원들이 이를 알고 수근수근대다, 식당에서 그 수근대는 걸 들은 시의원이 이걸 밝히는 동안 지경부나 한수원 중 어느 누구도 이를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지금까지 제가 가지고 있었던 원전의 불가피성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버리기로 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원전노심이 녹아내리고 방사능유출이 되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그런 사고였는데도 별 일이 아니었다고 인식하고 있는 당국의 태도를 보면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리고, 고리원전소장이 회의를 해서 입단속을 하고 상부에다 보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자기까지만 책임을 지고 경질되는 모양새던데요,,, 상식적으로 그 정도 일이 터졌는데도 바로 윗라인이 이걸 몰랐다면 직무유기로 잘리던지 인사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윗선이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걸 은폐한 거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윗선에다 직무유기로 책임을 감히 물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거지요.

여기서 정말로 윗선이 알았냐 몰랐냐를 가지고 진실공방을 펼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조직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을 조금이라도 체득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심이고, 그런 의심 이전에 밑의 수백명 직원들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을 심지어 안전감시업무를 하는 쪽 사람들조차 몰랐으면서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건 이미 해당 조직 전체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 정도가 된다면, 다른 원전은 과연 안전한가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원전 전체를 관리하는 조직들에게 근본적인 신뢰를 담보할 수 있겠는가 하는 차원의 문제가 됩니다.

안전이라는 개념은 미래에 일어날 지 모를 사건에 대한 확률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 이것을 완전히 통제하거나 계측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이라는 근본적인 지표 대신 사람이 예측하고 통제가 가능한 지표를 내세워 안전이라는 화두에 대비하기 마련인데, 바로 그 지표가 “신뢰”라는 거지요. 다른 사람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줄 수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한 안전문제는 믿고 맡길수 있다는 식의 상호간의 양해와 약속이 없다면 우리는 어떤 안전도 담보받을 수 없는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신뢰라는 부분이 완전히 무너진 게 이번에 드러난 일들입니다.

게다가, 현정부 동안 정비와 안전관리에 대한 인력을 3분의1 정도를 감축하고, 이로 인해 늘어난 업무량에 인센티브는 커녕, 잘못했을 때 책임지고 추궁받는 것만 늘어나서 이번과 같이 사태를 적당히 덮어두고자 하는 유혹과 동기가 크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 정도라면 신뢰의 성립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 상황입니다.

신뢰가 없는데 안전하다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요? 그리고, 원전폭발로 인한 수많은 생명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데 전기공급부족이니, 경제성장이니, 이런건 그 다음 문제여야 합니다.

현재 우리 전력의 3분의 1 정도를 원전이 감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3분의 1을 지금 당장 끊고 화력발전을 돌리는 것으로 인해 엄청난 재정적자와 공해유발, 마이너스 성장에 초고물가로 전국민이 고통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원전의 신뢰가 무너진 지금 느껴야 할 불안과 불신, 그리고, 확률적으로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제 2의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사태를 맞이하는 것 보단 낫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원전 정전사태는 하나님이 이번에 마지막 기회를 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다음번에는 얄짤없이 폭발해서 어디쪽 원전이 되었든 간에 우리 국토의 3분의 1 정도는 못쓰는 땅이 된 다음에 가서야 정신 차려봐야 늦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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