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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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정경선 사태를 보면서 드러나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면면을 보면 과연 새누리당보다 덜 막장이라는 주장 내지는 변론이 힘을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위에 있는 출처는 다른 이도 아닌 통합진보당 노항래 비례대표 후보가 직접 게시판에 쓴 글입니다. 얼핏 보면 자신이 비례대표 8번을 받는게 마땅한 상황에서 무언가 큰 명분과 이상을 위해 자신보다 더 나은 적임자에게 8번을 내주고 자신은 10번으로 양보하는 “아름다운 양보”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그 명분과 이상,,, 내지는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가에 대한 부분을 보면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집니다. 글 안에서 보면 그 배경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단초가 들어있군요.

“적법하지 않은 투표결과를 배척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순위변경을 수용했습니다. 제가 수용하지 않으면 투표결과를 발표할 수 없고, 당이 초라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적법하지 않은 투표결과라는 게 뭔 뜻인가 하면, 원래 10번이었다가 8번을 양보받은 이영희 비례대표 후보가 현대노조출신입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투표 중 현장투표에서 몰표가 나왔는데, 알고 보니 이 현장투표함 중 상당수의 투표함에서 부정이 발견되어 해당하는 투표함들이 모두 무효처리가 된 것입니다. 어떤 부정이었는지는 선관위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으니 알 수 없지만, 투표함 전체를 무효처리해야 할 정도라면 심각한 부정이 있었다는 걸 유추할 수 있겠죠.

그렇게 투표함을 통째로 무효처리 하다 보니 비례대표 번호로 상위권에 랭크되기를 기대했던 이영희 후보 쪽이 항의를 합니다. 그런데, 그냥 항의가 아니라 아예 비례대표후보 발표를 못하게 막아 버린 거죠. 이영희 후보를 밀어주던 쪽이 저지른 부정투표에 대한 문제는 자기 알 바가 아니고, 어쨋던 그것 때문에 투표함 전체가 무효처리 되는 건 용납할 수 없으니, 이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는 비례후보 발표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 겁니다.

그렇게 며칠을 발표하지 못하고 미뤄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국에는 8번을 받았던 노항래 후보가 희생을 해서 이영희와 번호를 바꿔주면서 달래준 연후에야 비례대표 명단이 확정될 수 있었다는 사연입니다.

게다가, 저 글을 보면 “불합리한 행위들의 결과임을 확인했음에도 1번에서 9번으로 가는 것을 받아들인 오옥만 후보”에 대한 언급도 있더군요.

이 쯤 되면 시스템이나 제도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랄 수 있습니다. 이정도의 당 운영이면 대놓고 시스템이 박근혜 1인중심으로 돌아가게 정해져 있는 새누리당하고 다를 바가 없는 거죠. 이한정 돈공천 해주면서 돈 입금될 때 까지 비례대표 명단발표를 늦추다가, 결국 마감시한인 자정을 10여분 남기고 입금확인 후에 명단발표했던 창조한국당 사례하고 비교를 해 보세요. 불합리하고 원칙을 깡그리 무시했다는 측면으로는 하나도 다른 게 없는거죠.

이게 현재 통합진보당의 정확한 현주소입니다.

지금은 그나마 총선정국이고, 민주통합당과 당대당 거래가 한창인 시기라 당 밖에서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으니 이런 일들이 그나마 수면 위로 부상해서 드러나고 있지만, 총선 끝나면 어디까지나 당 내부문제로 치부되죠. 당 밖으 누구도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패권적이고 독단적인 운영이 제어되기는 커녕 문제가 더 심해질 거라는 게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여담인데, 창조한국당도 출범하던 당시에는 세 명의 공동대표에 의해 운영되는 집단지도체제였고, 시스템만 봐서는 그리 크게 흠 잡을만한 게 없었던 정당이었습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자들이 모두 문국현 친위세력으로 채워지고, 나머지 공동대표는 얼굴마담으로 전락하게 된 거죠. 그러다, 기어코 이한정 건이 터지면서 그 전모가 드러났음에도 문국현과 그 친위세력들은 책임지기는 커녕 선거 끝나고선 더욱 노골적인 사당화 작업에 들어간 거죠.

어차피 지금은 야권연대가 깨면 안되는 소중한 가치처럼 되어버린 상황이고, 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이 너무 급격하게 무너지면 연대도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불미스런 일들에 대해 서로가 조심하며 봉합에 성공한 문재인 칭찬하기에 주력하는 건 어찌 보면 가장 탁월한 정답일 수도 있겠습니다. 통합진보당 안에서 이런 깡패짓거리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국민참여당 출신 당직자나 당원들도 “여기서 판 깨지면 끝장”이라는 생각 때문에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자중하고 오히려 당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 보면 마냥 대단하고 대견스럽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리 지금은 갈등을 드러내지 않고 좋게좋게 가더라도 결국은 이런 문제들이 마냥 덮어지는 문제는 될 수 없다는 걸 마음에 새기지 않는다면 제가 창조한국당에서 겪었던 온갖 감정들을 통합민주당 안에서 겪으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특히나, 온라인으로 아무리 떠들고 항의해 봐야 씨알이 안먹힌다는 사실은 분명히 새겨두셔야 할겁니다. 민주노동당이 출범하고, 원래 주류였던 이들을 몰아내면서 부터 지금에 이르르기 까지 저딴 방법을 당연한 “조직문화”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 그깟 온라인 게시판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항의한다고 해서 그걸 신경써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죠.

작금의 민감한 상황에서 이런 주제로 글을 쓰는게 새누리당 심판과 야권연대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하는 의견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런 의견이 100% 옳고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이미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 현실에 눈을 돌리면서 그래도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식으로 현실을 조금 비틀어서 보고 싶어하시는 통합진보당 지지자분들을 볼 때 안타까워서 이런 글을 쓰는 겁니다. 지금 통합민주당은 “총선 때 까지는 어떻게든 함께 가 보자” 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시기입니다. 총선 끝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당권파의 전횡을 종식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도 같이 끝나버리는 거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민주주의라는 것을 전혀 몸으로 학습하지 못하는 이들이 선거 끝나면 갑자기 분권과 견제의 원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정신을 차릴 일도 없고, 없던 주도권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서 지속적으로 “강간”에 가까운 황당한 일을 당하고 있는 소수파가 당권파를 엎어버릴 가능성도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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