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사람들

야당이 총선 패배를 당하면서 갈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정치공학”적인 차원에서 “어떻게(how)” 정권교체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만 썰을 풀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정작 잊어버리기 쉬운 게 “왜(why)”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이고, 실재로 그 부분을 잊어먹는 것이야 말로 초심을 잃어버리기 쉬운 함정일 겁니다.

무슨 거창한 이념적 담론 때문에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분은 사실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이념적 담론 때문에 정권교체하자고 해 봐야 거기에 공감하는 유권자들,,, 별로 없습니다. 당장 무상의료를 내세우는 정책지향 같은 걸로 정권교체 하자고 하면 거기에 동의할 의사들은 저를 포함해서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하겠죠.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명박 정권의 국민 곳간 빼먹는 움직임들,,, 정말 한탄스럽고 답답하기 이를데 없는 건 분명합니다. 맥쿼리를 통해 국민의 돈 몇 조가 빠져나가고 무리한 민영화를 통해 앞으로도 얼마의 혈세가 그들의 탐욕스런 주머니로 새어나갈 건지 생각만 해도 앞이 캄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돈 나고 사람 난게 아니지 않습니까? 사람 하나의 목숨이, 한 사람의 인생이 파묻히고 그들의 폭압적인 행태에 발가벗겨진 채 사그라드는 것 보다 몇 조의 돈이 새어나가는 것이 더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얼마나 많은 힘없는 사람들이 정말 찍 소리도 못하고 나가 떨어졌는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억울한 죽음도 물론 답답하고 저려오는 건 분명합니다. 당신과 함께 억울한 누명을 쓰며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명예를 빼앗긴 정치인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정치인들의 대다수는 이미 명예를 회복했고, 유시민씨는 국민참여당을 거쳐 통합진보당의 대표를, 한명숙씨는 민주통합당의 대표, 안희정 이광재씨 등은 각각 도지사에 당선되며 그들의 빼앗긴 명예를 국민이 돌려준 셈입니다. 온전한 회복은 아니나, 어느 정도의 보상은 받은 셈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러한 보상은 커녕 지금도 처절하게 이명박정권과 싸우거나, 항거할 힘조차 내지 못하고 짓눌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이명박과 친이계 정치인을 밀어내고 박근혜가 새누리당을 이끈다 하더라도 그들이 야당 대신 정권심판 내지는 친이계 심판을 내릴 자격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이제는 철지난 시사in 설 합병호가 마침 눈가에 띄여 몇 장 넘겨보니 바로 그런 아직도 보상받지 못한 피해자들, 그리고, 자칫 우리가 정권교체에 실패하고 박근혜가 정권을 잡았을 때 영원히 잊혀지고 파묻힐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더군요. 기사에는 그들을 뭉뚱그리는 “MB난민”이라는 단어가 보이지만, 문득 생각해 보니 그 분들 하나하나를 기억하는 데 오히려 그런 식의 통칭이나 대명사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1년 후, 혹은 박근혜가 지금의 대세와 우리의 삽질로 정권을 장악했을 경우에, 우리들 만큼이라도 그들을 망각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 기사에 나온 분들을 하나하나 적어 봅니다. 여기에는 안나온 더 많은 분들을 댓글로 남겨주셔도 제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야 말로 양식과 양심을 가진 사람들 만이 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일 테니까요.

1. 쌍용자동차 노동자 분들, 77일간의 옥쇄파업 중에 희생되고 그 후로도 희생되고 자살로 내몰리는 그 분들을 기억합시다.

2. 용산참사로 돌아가신 분, 그리고 남겨진 그 유가족 분들.

3. 민간인사찰 피해자 김종익씨.

4. 미네르바 박대성씨. 그가 어떤 글을 썼고, 어떤 잘못된 전력이 있던 간에 그는 그가 마땅히 치뤄야 할 대가 이상의 것들을 공권력에 의해 치뤘으며, 현재는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5. 한상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절차를 통해 해직당했던 김동일 조사관, 이제는 복직되었다 합니다만 그 동안의 고통을 잊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6. 트윗에 장난글을 썼다는 사실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어마어마한 잣대를 쓸수 밖에 없었던 박정근씨.

7. 유인촌의 칼춤에 쫓겨난 예술인들,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황지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솔직히 말해 기사에서 정리한 분들 중 오늘 이순간에 제가 이름 한자 한자 까지 다 기억하고 있었던 분들이 많지 않음을 돌아보며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로 기록해 놓지 않으면 우리가 어차피 연임이 불가능한 이명박정권이 막을 내린 다음에 혹 오늘 제가 그랬던 것 같이 잊어먹고 무관심하게 되지 않을까 살짝 겁도 납니다.

이 분들 중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이 상당수입니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에게 보상이라는 건 사치에 불과합니다. 그들을 잊지 않고 공권력의 폭압이 무고한 사람의 양심을 짓밟고, 심지어는 생명까지도 앗아가는 이런 일들을 심판해서 가신 분의 한을 풀어드리는 것 만이 그 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라는 걸 생각해 봐야 합니다.

박근혜가 정권을 잡으면 이미 가신 분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는 게 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저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정권교체를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으려는 생각을 품게 된 이유입니다.

저야 이런 이유, 즉 why를 가지고 야권을 지지하는 거지만 다른 분들은 또 다른 이유, why를 가지고 지지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유를 되짚어 보고 점검하는 것도 우리가 잘못된 길을 걸어가지 않고 스스로에게 더 당당해 질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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