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지만 문제를 세개 내보겠습니다.
1. 2009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2. 2009년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3. 2009년 현재 발생율의 증가 추세가 가장 높은 암은?
재미있는 게 1-3번까지의 답이 모두 같다는 겁니다. 답은 갑상선암이 되겠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1-3번까지의 답은 모두 갑상선암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갑상선암의 발생이 급격하게 늘더니 드디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네요.
하지만, 이런 갑상선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검진은 아직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갑상선암이라는 게 일단 생겨도 대부분의 경우 진행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기 때문에 눈으로 봐도 몽우리가 보이거나 만져지는 상태에서 진단을 하더라도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상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즉, 건강검진 항목에다 갑상선초음파를 집어넣어서 만져지지도 않는 정도의 작은 결절들을 발견하고 조직검사를 하는 경우나, 그런 거 없이 만져지거나 뭔가 증상이 생겨서 온 환자들만 진단을 해서 수술을 하는 경우나 전체적인 생존율 같은 걸 보면 별다른 차이가 있더라는 근거가 없다는 거죠.
하지만, 그거야 국가 전체로 봤을 때 그렇다는 말이고, 이런 사실이 사람들이 느끼게 될 불안감, 즉 “내가 갑상선암에 걸려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결해 주는 건 아니죠. 그래서 요즘 갑상선클리닉이 붐을 이루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왜 갑자기 갑상선암의 발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걸까요? 아직은 그걸 깔끔하게 밝혀낸 사람이 없는 상태입니다만, 상당부분은 갑상선 초음파 검진 건수가 늘어나다 보니 갑상선결절을 많이 발견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또 조직검사 건수도 많이 늘어나면서 발견율이 늘어난 것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건강검진이 암의 발생율을 높이는 부작용이라 할까요? 모든 경우가 그렇진 않겠지만, 평생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죽을때 까지 조용히 지내는 갑상선결전이나 암도 꽤 있을텐데 공연히 초음파를 해서 이걸 떼어 내면서 “발견 못했다면 큰일날 뻔 했다”는 식으로 안도하는 경우도 분명 많을 겁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나왔는데 그걸 떼어내지 않고 가만 놔둬 보는 강심장을 가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