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술의 정석

출퇴근 경로가 겨울만 되면 빙판길에 폭설이 잦는지라 스노우타이어를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뜨는 가격과 실재 오프라인에서의 가격이 차이가 크더군요. 하긴 사는 곳이 지방이고, 보관서비스 같은 걸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긴 하지만 4짝을 모두 구입할 때에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점심 때 가격을 알아보려고 들른 타이어 전문점에서 판매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직원에게 제대로 코가 꿰여 버렸네요. 가만 생각해 보니, 이 직원은 손님에게 어떻게 말을 하는게 효과적인 건 지 개념이 잡혀있는 친구더군요.

1. 손님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갔더니 알아보고 있는 타이어 예약이 다 끝난 것 갈은데 알아보겠다고 운을 떼더군요. 그러다가 다행히 딱 4개가 남아있다고 다행이라고 그럽니다.
여기서 또 다른데 알아보고 다니는 사이에 예약이 마감될 수 있다는 압박감을 심어주는 거죠. 실재로 예약을 받는 시기가 많이 지났기도 하고 예약 가능한 게 정말로 4개 밖에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이야기를 하자마자 은근히 이런 식으로 손님에게 긴장감을 부여하는 건 기선을 잡는데 성공적인 초식이 아닌가 합니다.

2. 우리가 다른 곳과 다르다 말하지 않는다.

우리만 특별히 싸게, 우리만 특별히 다르게, 우리만 특별히 좋은 제품을 취급한다는 말은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조금만 생각이 길어지면 신뢰를 상실하기 가장 좋은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는 내내 우리가 제일 특별하게 뭘 해주겠다는 식으로는 말을 안하면서도 최선을 다해서 응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멘트들을 사용하더군요.

3. 손님의 입장을 대놓고 무시하지는 않는다.

똑같은 정가를 고집하더라도 손님에게 할 말이 있고, 하면 안되는 말들이 있죠. 가장 하면 안되는 게 손님의 입장을 무시하는 멘트일 겁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가격을 좀 터무니없이 많이 깍아달라는 식의 요구에도 화를 내거나 황당해 하지 않고 타협점을 제시하더군요. 이 때의 그 타협점이라는 게 저 같이 많이 알아보고 온 사람들의 생각에도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들 정도의 선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딜이 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사는 광주전남 지역은 스노우타이어를 필요로 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공급이 불안정한 반면 직장 근처는 원래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 찾는 사람도 많고 재고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을 할인해 줄 여력이 많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직원과 짧은 시간이나마 상담을 하면서 단지 친절하기만 한 멘트들하고 손님이 구매행위를 결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멘트가 전혀 별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손님이 구매를 할 수 있게 하려면 전략적인 고려가 녹아있는 대화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제가 그런 멘트의 희생자(?)가 되 버리긴 했습니다만 오늘 참 좋은 경험을 했네요. 혹여라도 나중에 개원을 하게 되거나, 은퇴를 해서 상점을 운영하게 되면 이런 전략적 대화에 대해 연구를 깊게 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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