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생각해 보는 초음파검진

초음파 영상장비는 정말 유용한 진단장비입니다. 그 사용처는 영상의학 분야에서 가장 넓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다 다루어서 글로 쓰는 건 불가능하고, 마침 건강검진용 초음파영상에 문의를 하신 분이 계셔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써 보겠습니다.

1.

건강검진 하면 크게 나뉘는 게 국가에서 돈을 지원해 주는 국민암검진과 직장이나 환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면서 하는 건강검진이 있습니다. 모든 병원이 그렇지야 않겠지만 같은 방에서 같은 장비로 같은 사람이 검사를 해도 국민암검진으로 온 사람과 자기 돈 다 부담하고 하는 검진을 할 때 전혀 다른 내용으로 초음파검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가 돈을 다 부담하고 하는 초음파검진 쪽이 더 많은 곳을 확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달 수도 있습니다. 실재로 검진의뢰서에다 국민암검진 환자와 기업체에서 직원들에게 하는 검진, 자비로 하는 검진을 일일이 구분해서 검진을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차별적인 대우를 하도록 하는 병원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자본주의에 입각한 정책을 채택한 병원이 훨씬 더 많은 걸 수도 있겠네요.

2.

국민암검진에 포함되는 초음파검진에는 기본적으로는 간만 보면 됩니다. 간을 구석구석 보고, 거기에다 쓸개쪽만 보면 다른 부위는 안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국가에서 초음파검진을 제대로 잘 촬영하고 있는지를 점검을 하는데, 이렇게 영상을 제대로 찍었는지를 점검하는 체크항목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간하고 쓸개에 대한 것만 나옵니다.

사진도 다 해서 10장 정도 찍어주면 정말 잘 찍은 걸로 쳐주죠. 그리고, 어지간한 장비들,,, 구입한 지 7년 넘어가는 노후장비들 가지고도 해당기준에 맞춰서 사진을 찍는 것만 확인하면 국가로부터 검진초음파에 대한 댓가를 받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간하고 쓸개만 보고 지나가다 보면 당연히 췌장이나 콩팥, 부신, 대장이나 소장쪽에 우연히 발견될 수 있는 병들은 아예 다 놓치고 지나가기 일쑤죠. 이렇게 다른 곳에 있는 병변을 놓쳤다는 게 나중에 알려지게 되면 의사 입장에서야 간초음파라 간만 봤으니 놓친거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이게 수긍이 될 리가 없죠. 병원 입장에서도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놓치는 케이스가 늘어가는 건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부터 병원의 사정이나 검진을 하는 사람의 소신이나 시간여유에 따라 극과 극이라 할 만큼 정말 다양한 선택지가 놓여지게 됩니다.

똑같은 국민암검진이라고 해서 보편적으로 비슷한 질이나 내용의 검진서비스를 받을거라는 기대는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 거지요.

어떤 병원은 엄청나게 밀려드는(정확히는 대책없이 많은 직장 검진을 유치한 경우죠) 환자를 소화하지 못해 딱 간초음파만 해 줄 뿐 아니라, 그 시간 또한 거의 1-2분 정도로 끝내버리고는 합니다. 더 심한 경우가 버스를 타고 시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하는 경우인데, 의사가 아닌 방사선과 기사가 검진을 할 뿐더러 거의 기계적으로 일정하게 사진을 찍는다는 기분으로 제대로 보지도 않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게다가 장비도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구요. 실재로 이렇게 방문검진으로 간암 놓쳐서 사망하는 케이스들을 종종 봤습니다. 물론 방문검진 당시 있었던 간암을 놓쳐서 이렇게 된 건지, 간암 자체가 빨리 커지는 케이스인지는 우리가 알 수 없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환장할 수 밖에 없는 경우죠.

다른 경우는 애초에 돈을 받는 건 간초음파 하는 만큼만 받지만 초음파검진을 하는 당사자가 알아서 간 주변에 있는 장기들을 다 봐주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초음파검진 시간이 아무리 짧게 잡아도 최소한 7분 이상이 소요가 되지요. 그리고, 왼쪽의 콩팥이나 비장을 비롯해 췌장 같은 부위를 봐야 하기 때문에 수검자는 왼쪽으로 돌아누웠다, 오른쪽으로 돌아누웠다, 가끔씩은 반쯤 앉았다 정신이 없습니다. 어떤 경우는 짜증을 내는 분도 있어요.

또 어떤 경우에서는 병원 차원에서 이 검진초음파를 환자유인책으로 생각해서 간과 그 주변장기들 뿐 아니라 밑으로는 방광과 자궁이나 전립선 같은 생식기, 위로는 갑상선과 유방초음파까지 한 묶음으로 다 해주는 병원도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이게 제일 횡재한 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에요. 그런데, 이렇게 속된 말로 머리 끝 부터 발 끝까지 다 보는데 걸리는 시간이 10분도 안되는 경우라면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도저히 그 시간 안에 말한 갑상선, 유방, 복북 장기들 및 생식기까지 다 보는 건 불가능해요. 제 경우 그걸 다 보라면 최소한 30분 걸립니다. 특히나 유방초음파가 시간적으로 정말 만만치가 않죠. 30분, 유방을 빼도 15-20분이 걸릴 검사를 10분도 안되는 시간에 다 마치는 건 둘 중 하납니다. 검진을 시행고 있는 사람이 엄청난 숙련도를 가지고 있거나, 그냥 건성으로 해주는 거거나,,, 검진은 뒤가 없는 검사죠. 여기서 놓치면 끝이라는 거죠. 그럴수록 시간을 들여서 검사를 해야 하는데 시간에 쫓겨서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면 정말 진지하게 다른 곳에서 받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마지막 경우가 제가 직접 보지는 않았는데, 문의하신 분이 경험한 것처럼 초음파를 아예 간초음파, 상복부초음파, 내지는 복부CT 이렇게 나눠서 돈을 더 주면 더 자세히 봐주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병원도 생각해 볼 수 있죠. 이건 어지간한 자신감, 즉 병원 인지도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이렇게 세분해서 항목을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대학병원급에서는 이렇게 할 수도 있을거 같네요. 차라리 이렇게 당당하게 검진내역을 밝히고 검사한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쳐서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자세도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사는 지역이 도시냐 시골이냐에 따라, 각각 병원의 사정이나 초음파검진을 맡은 사람이 의사냐 아니냐에 따라 (국민암검진의 경우라면)똑같은 돈을 내고도 이렇게나 다른 내용의 서비스가 제공되는게 현실이죠. 조금이라도 손해보고 싶지 않다면 인맥을 동원해서든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이런 현실을 이해하고 정보를 가지고 병원을 선택하는게 현명하다고 봅니다.

3.

건강검진도 보면 철이 있더군요. 가장 많은 검진을 해야 하는게 12월입니다. 사람들이 게을러서나 깜박 잊어먹은 채 국민암검진을 받지 않고 있다가 12월이 되어서야 이 때를 넘어가면 해당 연도가 넘어가서 검진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걸 알고 너도나도 몰려드는 게 12월입니다.

제 경우에는 이때는 그냥 말 그대로 미쳐버립니다. 하루에 30명을 보는 경우도 있는데 손가락이 경련이 나고 손목이 아파서 펜을 들 힘이 없어서 떨어뜨리기도 하고 그랬어요. 문제는 그런 영향이 고스라니 검진을 받는 분에게는 손해로 돌아간다는 거죠. 12월달만 아니면 검진 받으러 오시는 분들에게 따로 아픈 데는 혹 없는지, 혈압 당뇨는 없는지, 수술 받았거나, 그냥 개인적으로 더 보고 싶은 곳은 없는지 물어봐 가며 뭐가 보이면 사소한 거라도 다 그 자리에서 설명을 해 줍니다. 그 설명을 듣고 나면 환자들 얼굴이 그냥 달라져요. 여기서 뭔가를 얻고 가는구나 하는 느낌이 표정으로 다 나오거든요. 12월달에는 ??? 설명이고 자시고 일단 눈 마주치면 안되요. 짜증 가득한 제 눈을 환자가 보면 서로가 곤란해 지니까,,,,

암검진 대상자 분들은 어지간 하면 12월달에 받는 건 피하시는게 좋습니다. 될 수 있으면 2월달, 아니면 상반기 중에 받으시는게 좋아요. 이거와 비슷한 팁이 3월에는 절대로 대학병원에 입원하는 일을 피하라는 게 있죠. 의대 막 졸업해서 개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인턴들이 적응하기도 전에 번번이 사고치는 달이 바로 3월달이라서요.

4.

초음파검진 만큼 장비의 정비상태와 검진하는 사람의 실력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검사도 없을 겁니다. 의사냐 아니냐의 차이도 있지만, 경험과 개념은 그것보다 더 중요하죠. 이게 참 아이러니한 게 대학병원이나 서울의 매머드급 병원라던지 검진전문병원이나 아예 이 쪽으로 특화된 네트웍병원이라고 해서 경험많은 베테랑 인력이 초음파검진을 하느냐,,,, 커녕 의사가 초음파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압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소병원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초음파검진을 한다고 다 믿을만 하냐면 솔까말 그것도 아니에요. (어찌 보면 내부고발?)

검진을 받는 입장에서는 이런 걸 검증하는게 어렵기 때문에 해볼 수 있는 거라곤 초음파 탐촉자(프루브라고 하죠)를 손에 들고 내 배에다 갖다 대는 사람이 사진을 몇 장이나 찍는지, 나를 얼마나 고생을 시키는지(다양한 자세를 요구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검사를 하는지, 검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설명을을 해주는지 이런 것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추정하는 정도밖에 할 수 없는게 현실이죠. 문제는 그런 시도도 하지 않고 그냥 무관심하게 믿고 맡기는 경우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같은 초음파검진에서도 극단적으로 다른 수준의 검진을 받게 되는 현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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