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릿 대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포클랜드 전쟁이죠.
실재로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의 승리를 통해 대처 수상은 지지율을 확고하게 다지고 재선에 성공하면서 대처리즘은 더 큰 맹위를 떨치게 됩니다.
어찌 되었든 전쟁은 겨과적으로 영국의 승리로 끝났고, 대처의 재선에 결정적인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위키 내용을 보면서 정말 인상이 깊은 것이 요즘 한반도의 정세와 닿아있는 점이 정말 많더라는 겁니다.
무능하고 고지식한 통치자와 그 보다 더 무능하면서 모험주의까지 가지고 있는 통치자가 만나면 아무리 상식적으로는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아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겠더라구요.
아르헨티나가 영국주둔군을 제압하고 포클랜드를 점령한 가장 큰 이유가, “설마 이 조그마한 섬 하나 때문에 영국이 전면전을 벌리진 않겠지”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하네요. 실제로 당시 영국이 전쟁을 일으킬 만한 상황이 전혀 안되 있었다고 합니다.
http://news.hankooki.com/lpage/world/201212/h2012122902315222450.htm
대외비가 풀려 공개된 당시 문서들에 의하면 대처 수상 뿐 아니라 영국 정부의 그 누구도 포클랜드전쟁 개전 당시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항복이나 마찬가지인 군대 철수 및 포클랜드를 일부 양도하는 쪽의 협상안까지 준비했다고 하네요. 애초에 아르헨티나가 쳐들어올 것이라고도 예측하지 못했었고, 선거를 앞둔 대처 수상 입장에서 여기서 물러나면 재선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일단 덮어놓고 개전선언을 한 다음, 전황이 불리한게 확실해 지면 그 때 가서(아마도 재선한 다음) 뒷수습을 하려는 구상이었던 거겠죠.
그래놓고도 그녀는 자기 자서전에선 그렇게 무기력한 상태에서 전쟁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마치 자신의 의지의 승리인 것처럼 썼다고 하죠. 그게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는 게 비밀문서 공개로 드러나게 된 겁니다. 자신의 무능을 감추고 자랑할 만한 것만 포장해서 내세우는 행태를 보면 그녀가 어떤 타입의 통치자였다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거죠.
그런 깝깝한 상황에서 개전을 했음에도 영국이 끝내 아르헨티나의 항복을 얻어낼 수 있었던 건 영국이 잘해서가 아니라 아르헨티나가 무능해서였다는 것도 되새겨 볼 대목 같습니다. 전쟁을 하면 정치적으로 남미 국가들이 모두 자기들을 지지할 거라 착각했지만,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은 영국에게 제공권을 넘겨주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레이건은 아르헨티나를 국가도 아니고, 테러단체로 규정을 하면서 영국 편을 들었죠. 애초에 국제정세를 고려하고 준비했던 전쟁이 아니었다는 거죠.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아르헨티나의 패인이 “징병제” 때문이었다는 것도 인상이 깊습니다.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군사정권의 일방적 조치에 끌려온 군인들의 사기가 형편없이 떨어진 반면, 영국은 모병제에 여왕의 아들이 직접 전투기를 몰고 출진하는 등 동기부여가 충만했던 것이 결국 전쟁을 지속적으로 속행할 수 없게 만든 원인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이 패전을 기점으로 징병제가 모병제로 바뀌고, 험난하지만 민주화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하니 아주 말아먹은 장사만은 아니었다 볼 수도 있겠네요.
몇몇 글들을 검색해서 읽다 보니, 완전히 이길 것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벌이는 전쟁이 아니라면 승패에 상관없이 전쟁이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양국의 지도자들은 각자의 무능에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그런 본질을 무시한 채 결과적으로 이겼으니까 승리한 쪽의 지도자는 모두 영웅시 하며 정치적으로 큰 이득을 가져가게 만드는 메스미디어의 힘도 가히 무섭기 그지없고,,,, 결국 그걸로 재선에 성공한 대처가 어떤 영국을 만들었는지는 뭐 다들 아시는 바니 더 말할 것도 없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