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제가치국평천하

요즘 간간이 생각하고 있는게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의 본 뜻이 뭘까,,,, 정확히는 이 중 “제가’ 에 해당하는 것의 본 뜻이 뭘까 하는 부분입니다.

통상은 수신제가라는게 자기 몸을 닦고 집안을 화목하게 한 다음 나라를 통치하라는 식으로들 해석하는데, 아무래도 규모의 면에서 너무 비약이 심하죠. 자기 한 몸에서 식구 몇 명 그 다음에 곧바로 하나의 거대한 나라라는 개념이 나오니까 말입니다.

일단, 이 수신제가라는 말은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에 나오는 말입니다. 대학의 세 가지 강령인 명명덕, 신민, 지어지선에 이어 여덟가지 조목인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여기에 나오는 말입니다. 재미있는 건, 후대의 학자인 주희가 원래의 대학에 격물과 치지의 두 가지 조목을 임의로 끼워넣은 의혹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이치를 찬찬히 따져서 보고, 결국 그 이치와 지혜를 깨달아 밝힌 이후에야 수신에서 평천하로 이어지는 통치자의 길을 밟을 수 있다는 개인적 통찰을 중시하는 그의 철학관을 주입한 주희의 대학과, 그 이전의 고본 대학은 전혀 성격이 다른 책이 되어 버린다는 겁니다.

심지어 세가지 강령 중 신민, 즉 백성을 새롭게 교화하라는 강령도 주희가 고친 말이고, 그 이전의 고본에서는 친민, 즉 백성과 친해지라는 게 강령으로 나와있다고 하네요. 이런 수정사례들을 비쳐볼 때, 주희에 의해 변개된 대학이 아닌 이전의 대학은 통치자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훨씬 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지침서의 역할을 했을거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수신제가라는 단어는 좀 더 다르게 해석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더 짙어지더군요. 수신이라는 건, 통치자의 길을 걸을 사람의 육체, 내지는 개체를 갈고 닦으라는 말이 아니라, 그의 몸 여러 기관들로 대변되는 직접적이고 가까운 영향력을 의미하는 게 될겁니다. 통치자의 혀를 닦아서 말을 함부로 하지 않게 조심하고, 통치자의 생식기를 갈고 닦아 여색을 탐해 스캔들을 만들어 리더십을 훼손하지 말며, 그의 뱃속을 잘 닦아서 폭식과 폭음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게 하거나 사치를 일삼지 않는 것들을 통틀어 “수신”의 범주에 둔다면 그 다음 “제가”의 해석이 훨씬 더 매끄러워 지는 겁니다. 제가의 집 가자 한문이 의미하는 건 식구나 일가친척이 아닌 신하와 붕당이라고 봐야 한다는 거지요.

실제 집 가 자는 식구나 친족의 의미도 있지만 “파벌”이나 ”(통치)철학” 의 의미로도 쓰입니다. 유가, 법가, 음양가, 묵가, 이런 식의 제자백가에 들어가는 게 집 가 자라는 거죠. 즉 통치자는 통치의 명분과 이념으로서 뜻을 세우고(성의), 마음을 바로 잡아 의지를 굳고 일관되게 만들어서(정심), 자신의 행실과 주변을 관리한(수신) 다음, 통치집단의 질서와 위계를 바로잡아(제가), 나라를 안정시키고 부강하게 하여야(치국) 비로서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평천하)는 의미로 이해하면 대상의 규모가 비약됨 없이 깔끔하게 연결됩니다.

따지고 보면, 세계가 어지럽고 군웅이 할거된 난세가 되는 이유에는 각각의 나라들이 안정되지 않아 불만세력의 관심사를 외부로 돌리려는 집권자들의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나 전쟁이 아니면 먹거리를 해결할 수 없는 경제적인 배경이 깔려있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이유 때문에 수많은 전쟁과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막장으로 치닫는 국가상황에는 항상 무능하거나 부도덕하고 부패한 집권세력이나 이익집단의 발흥이 항상 있어왔던 것도 맞는 일이고, 지도자의 리더십이 별거 아닌 일신상의 실수나 스캔들로 인해 추락하는 것도 틀린게 아니죠.

이런 식으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해석하는 건 저 밖에 없을겁니다. 아직 검색을 해 봐도 저같은 해석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어찌 보면 대학 책을 제대로 다 읽어보지도 못한 겉저리같은 사람의 상념에서 출발한 무리한 끼워맞추기라 공격받아도 별로 반박할 거리가 없는데도, 지리한 글을 써 본 이유는, 요즘 우리나라의 문제를 바라볼 때 너무 대통령 한 사람이나, 야당 대권주자 한 사람의 언행이나 최측근들의 행보에만 주목한 나머지, 정작 이들이 이끌고 있는 파벌들, 정당들의 문제를 소홀히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그런 정당이 문제가 있으니까 문제적인 사람이 나오는 거라는 말이 아닙니다. 정치지도자를 평가하고 바라볼 때에는 그가 직접 하는 말이나 행태만을 볼 게 아니라, 그가 거느린 파벌과 정파, 크게는 정당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를 봐야만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지 않겠나 하는 겁니다.

똑똑하고 말을 번드르르하게 하는 사람, 이미지 좋고 (정말로)착한 사람, 능력좋고 수완 좋아서 끝까지 살아남는 역전의 명수, 카리스마 가득해서 사람들이 주변에 들끓는 사람, 뭐 개인적인 능력치야 얼마든지 대단한 사람들이 제각각 정치판에서 한가닥 주름을 잡고 있습니다. 그들이 국회의원으로 경력을 끝낸다면야 그걸로도 충분하지만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그런 “수신”의 영역만 가지고 판단을 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제가”의 영역에서 어떤 능력을 보여주는지를 다시 한 번 검증해야 한다는 거죠. 단순히 조직을 장악하고 헤게모니를 쥐는 능력이 아니라, 상식과 도덕,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건강한” 정치집단을 형성하고 스스로 자정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가는지 그걸 봐야 한다는 겁니다.

박근혜에 좌절하고 그녀가지곤 안된다고 애저녁에 단정을 한 이유도, 지난 총선 이후 그녀가 전적으로 이끌고 그녀를 받드는 파벌과 정당이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 그걸 보고 그리 판단한 거지요. 단지 그녀의 언행만으로 판단하기는 언론의 과대포장이나 왜곡의 여지가 크기 때문에 쉽게 알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고생하고 있는 안철수나 또 다른 여러 잠룡들을 볼 때에도 그들의 개인적인 언행 보다는 그들이 거느리고 있는 파벌 또는 그들이 이끌고 있는 정당의 모습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 대한 1개의 생각

  1. 안녕하세요. 저도 글쓴 분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일전에 읽은 바로는 ‘천하’는 황제가 다스리는 영역, ‘국’은 황제로부터 작위를 받은 제후들이 다스리는 영역, ‘가’는 제후들로부터 작위를 받은 경이나 대부들이 다스리는 영역이라도 알고 있습니다. 세상 다스리는 이야기를 아마도 내 마음과 몸으로부터 그 영역을 차츰차츰 정치권력의 순서대로 확대시켜나가며 설명하려도 했던 것이 원래 의도였던 것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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