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검진에 관한 몇 가지 참고할만한 정보들입니다. 아무래도 면밀한 검증과 조사를 통한 글이 아니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암검진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정보를 덧붙혀 주시거나 오류를 정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위암검진은 반드시 필요한가?
건강검진이라는 건 한 개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사업이 아닙니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특정 위험군에 들어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보건사업이며, 전형적인 “공공의료”의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암검진사업은 분명하고 가시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검진을 해서 해당되는 암으로 인한 사망율을 낮출 수 있느냐 없느냐 이거죠.
개인이 사적으로 돈을 내고 검사를 하는 경우는 공공의료도 아니고 단지 개인의 취향이나 기호의 문제이니 다르게 취급해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가시적인 효과가 미미한데도 공연히 돈을 내고 검진을 한다는 사실을 미리 주지한 다음에도 비싼 돈을 내고 고생고생해 가면서 건강검진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진 않습니다. 물론, 여기서 구분해야 하는 건 명백한 자각증상이나 발병위험이 높은 위험군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위장조영술이나 내시경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겁니다. 이럴 땐 무조건 해야죠.
결론적으로 현재까지는 위암검진이 위암사망율을 낮춘다는 명확한 조사결과가 나온 적은 없습니다.
http://www.cancer.gov/cancertopics/pdq/screening/gastric/Patient/page3
미국의 national cancer institute에서 위암검진에 대한 언급입니다.
“Studies showed that screening a large number of people for stomach cancer using these tests did not decrease the risk of dying from stomach cancer.”
요지는 해도 좋다가 아니라 하면 안된다는 거죠. 물론, 이건 위암이 드문 미국의 예이고, 일본이나 우리나라처럼 위암사망율이 매우 높은 나라에서는 이야기가 다르지 않겠느냐는 반론이 있습니다만, 아직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제대로 된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2008년 일본 논문초록을 봤는데, 그 때 까지 다섯 건의 case-control study, 두 건의 cohort study가 위장조영술을 대상으로 시도되었고 희망적인 결과를 암시한다고 나오지만, 정말로 제대로 된 조사를 하려면 정확하게 대조군을 설정해서 시간을 들여가며 결과를 봐야 합니다. 이를테면 randomized controlled study같은 거죠. 아직까지 위암검진(분명히 해야 할 건 별다른 증상이나 위험인자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검진사업일때입니다)이 위암사망을 줄인다는 확증은 없습니다. 그래서, 위암검진이나 유방암검진사업이 (국가차원에서)정말 필요한 사업인가 의문을 품는 방송이 예전에 피디수첩에서 방영된 적도 있는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검진대상자를 그냥 하나로 뭉뚱그려서 검진으로 인한 효과가 있냐없냐를 확률과 통계라는 숫자놀음으로 논하는 것과, 혹시라도 내가 검진을 해서 죽을 목숨 살릴 수 있는 확률이 100분의 1이라도 있는데 검진을 할까 말까를 논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위암발생율이 높은 나라면, 개인 입장에서 “무료 위암검진”의 기회가 있다면 사양말고 그저 하는게 좋겠죠. 그걸 안 받으면? 내가 낸 세금이 내가 하지도 않은 검진을 위해 고스라니 소진되는 거니 안받는게 손해일 수도 있을겁니다.
2. 검진을 내시경으로 하는게 좋은가? 조영술로 하는게 좋은가?
여기에 대해서는 비교적 명확하게 답이 나와있습니다.
http://www.plosone.org/article/info:doi/10.1371/journal.pone.0050041
초록을 읽어보면 내시경의 위암발견율이 조영술의 발견율보다 더 뛰어납니다.
이게 다른 나라라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라면 절대적으로 내시경이 더 나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내시경을 싸게 받을 수 있는 곳도 없고, 우리나라처럼 위장조영술(특히 검진용 조영술)을 시행하는 데 영상의 질에 있어서 편차가 심한 나라도 없을겁니다.
위장조영술로 밀리미터 단위의 작은 궤양이나 폴립, 내지는 점막주름의 변화만 약간 나타나는 표재성 병변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중조영술이 필수적입니다. 이중조영술이 뭐냐면 끈적끈적한 바륨액을 먹고 몇 장 촬영한 다음에 거품이 나오는 약(발포제)을 삼켜서 위장을 부풀린 다음에 촬영하는 기법입니다.
그런데, 이 필수적인 이중조영술을 안하고 대충 단순조영술 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영상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데, 실재로 그렇게 단순조영술만 하고 넘어가도 보험공단에서는 위암검진을 한 걸로 인정해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http://ncc.re.kr/manage/manage12_03.jsp
국가암검진사업을 소개하는 국립암센터 사이트의 한 페이지인데, 보면 대장암검진은 “이중조영바륨관장검사”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위암검진은 그냥 “위장조영촬영”이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이중조영검사가 아닌 단순조영검사도 암검진사업에 부합하는 조영검사로 인정해 주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골같은데를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위장조영술을 해주고, 국가로부터 수가를 챙기는 검진기관들이 있는데, 이들이 하루에 7,80명을 조영검사를 소화한다고 한다면 도저히 이중조영검사를 시행할 시간이 되지 않는거죠.
그따위 조영술을 가지고 발견할 수 있는 암은 대부분이 2기 이상 진행해 버린 진행성 위암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발견율 자체가 내시경에 비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거겠죠.
그렇다면, 관련 임상지식과 경력이 충분한 영상의가 이중조영검사를 한다면 내시경보다 위암발견율이 더 높을까???? 솔직히 이런 걸 조사하는 건 전세계 어디에서도 불가능합니다. 일단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싸디싼 가격으로 내시경을 시행할 수 없기 때문에 위장조영술을 주로 시행하고, 또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고, 아시아 다른 나라들은 아예 위암검진사업이라는 아이템 자체를 실행할 여력이 없죠. 서구 국가들은 위암 발병율이 낮아서 해서는 안되는 사업이라고 결론이 난 상태구요.
그래도 영상의 보더를 취득하고 위장조영술로 위암검진을 하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새롭게 내시경에 도전한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래도 내시경이 더 “편하다”는 말을 합니다. 눈으로 다 보이니 밀리미터 단위의 작은 병변을 발견하려고 요리조리 배를 눌러가면서 눈 빠지게 모니터 쳐다볼 필요가 없다는 거죠. 게다가 애매하면 조직검사로 바로 들어가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결론은, 발포제를 먹고 위를 부풀려서 하는 이중조영을 생략한 단순 조영술은 명백히 내시경에 비해 “열등”한 검진이라는 겁니다. 정말 내시경을 받는게 힘들고 불편하거나 수면내시경의 수면유도제라는 것에 부담을 느껴 조영술을 선택하시려는 분이라면 조영술을 누가 시행하는지(의사, 특히 영상의) 이중조영검사와 같이 작은 병변도 발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조영술을 하는지를 꼼꼼히 점검하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암검진은 몇 년에 한 번씩 하는게 좋은가?
국가암검진 사업은 위암을 최소한 2년에 한번씩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또 그렇게 검진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위암이라는 게 한 번 발생하면 굉장히 빨리 퍼지는지라 대장암처럼 대장내시경을 한 번 해서 정상으로 나오면 최소 5년, 이론적으로는 7-10년 동안 걱정을 안해도 되는 것과 좀 다르다는 거지요.
http://www.medscape.com/viewarticle/767558
그런데, 작년 7월에 발표된 한 논문을 보면, 1년에 한 번씩 검진을 한 경우와 5년에 한 번씩 검진을 한 경우 사이에는 위암이 발견되었을 당시의 병기가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지만, 1년에 한 번씩 검진한 경우와 3년에 한 번씩 검진을 한 사람들 사이에는 그런 차이가 안 보였다는 겁니다.
발견 당시의 위암병기 차이가 실재 예후와 직결되느냐면, 그게 꼭 그렇지는 않죠. 정말 중요한 지표는 그렇게 해서 사망율의 차이가 있느냐 이거 하나인데, 이걸 조사하는게 쉽지 않기 때문에 발견당시의 병기를 가지고 조사를 한 건데, 그나마도 차이가 안보였다는 겁니다.
즉, 매년 위암검진을 하나, 3년에 한 번만 위암검진을 하나 단순한 “확률”의 논리만 가지고 본다면 아무 차이가 없다는 거죠. 그렇다면 특별히 걱정할만한 위험인자가 전혀 없고, 별다른 증상이 없는 분이라면 3년에 한 번만 검진을 해도 별 탈은 없을수 있다는 거죠.
물론, 이 결과가 곧바로 국가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근거로 제시될런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가뜩이나 의료보험 재정에 위기를 맞고 있는 정부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겠죠. 조만간 위암검진 주기를 2년이 아닌 3년으로 하자는 논의가 있을거라 예상해 봅니다.
3. 위암에 걸리기 쉬운 위험인자는 뭘까?
위 속에 헬리코박터 균이 살고 있다면 확실한 위암위험인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비타민B12의 부족과 관련된 빈혈, 만성위염, 위점막의 변성이나 폴립이 존재하는 경우, 몇몇 유전질환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있겠죠.
이 부분은 아무래도 임상을 전공한 분이 더 잘 알고 계실것 같아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그 분들께 공을 넘기겠습니다.
4. 결론
암검진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국가가 국가의 공익을 목적으로 벌이는 사업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인식하는 게 암검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돈 아껴 보려고 통계놀음을 하는 거지만, 다르게 본다면 이런 엄정한 검증이 없이 인기에만 영합해서 무차별적으로 시혜차원에서 검진사업을 남발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겠죠. 암검진사업을 조금은 냉철하고 정치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내 몸을 챙기는 데 무한정의 돈과 시간적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도 효과적인 전략을 세우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검진을 받을 때에도 훨씬 현명하고 알차게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