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보다 못한 인간의 두뇌

세계 최초가 아닌가 생각이 되는데, 인간과 다른 동물들 중 어느 쪽이 자제력과 인내심에 있어서 우월한가를 실험한 게 있습니다.

2007년에 발표되었던 이 실험에서 침팬지 19마리와 하버드대생과 라이프치니대 연구소학생들로 이루어진 40명의 인간이 마침내 어느 쪽이 자제력이라는 고등동물에 합당한 품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지를 실험한 겁니다. 실험대상을 유혹하는 대상은 원숭이에게는 포도, 학생들에게는 취향에 맞는 건포도나 쿠키 같은 달콤한 과자가 쓰였습니다.

실험대상 중 누구도 쿠키나 포도 2 개 보다는 6개를 선택했고, 이들 중 어떤 침팬지나 사람도 기본적으로 많은 수의 보상에 더 끌린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이번에는 당장 눈 앞에 보이는 2개의 먹이를 택하던지, 아니면 2분을 기다렸다 6개의 먹이를 택하던지 선택하도록 상황을 설명하거나 학습시킨 후에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관찰했다고 합니다.

이 때 침팬지는 72퍼센트가 더 큰 보상을 위해 2분이라는 시간을 참고 인내할 줄 알고 있었던 반면, 사람의 경우는 불과 19퍼센트만이 참는 데 성공했으며 나머지 81퍼센트는 지금 당장 주어진 2개의 과자에 눈이 멀어 2분이라는 시간을 참지 못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고 합니다. 보편적으로 볼 때 인간의 두뇌는 침팬지 만큼의 자제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열등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확인된 겁니다.

물론, 이런 한 부분의 열등성이 인간이라는 종의 열등성을 의미하는 건 절대 아닐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실험의 의미는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인간의 자제력”이 그만큼,,, 즉 침팬지의 수준보다도 못하게 떨어진 거라는 걸 보여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사람의 대다수는 누가 봐도 불합리한 선택(애초에 다이어트를 위해 일부러 2개를 선택한 게 아니라는 건 미리 설정했던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을 할까요? 그 이유는 두뇌가 두 눈으로 들어오고 있는 시각적 자극에서 일어나는 갈망을 참지 못하게 하는 도파민과 연관된 프로세스가를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순간적 자극에 충동적으로 반응하는 걸 제어하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심리기제가 다름아닌 “자기합리화” 입니다.

분명히 미래에 더 큰 보상이 있을 것을 이성적으로는 확신하고 있음에도, 눈 앞에 보이는 자그마한 보상이 미래의 더 큰 보상에 대한 평가를 깍아내리게 만드는 보상할인이라는 자기합리화가 침팬지에서 보다 인간에게 훨씬 강력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그만큼 눈 앞의 보상에 대해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눈 앞의 보상에 몰입하는 충동에 빠져 사는 건 인간 개체의 생존과 성공에 매우 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연구들에서도 바로 이 보상할인이라는 자기합리화의 올무가 사람의 건강과 성공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이런 자제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 데 언제 이런 자제력이 결정되는 건지에는 여러가지 이론들이 있을 수 있지만, 초등학교 때에 보여진 자제력의 격차가 성인이 되어서도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다소 충격적인 실험결과가 있어서 아이들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를 되돌아보게 해 줍니다.

일명 “마시멜로 실험”이라고 하는 게 있는데, 1960년대 윌터 미셀이 했던 실험인데,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마시멜로가 가득 담긴 접시(시각적 유혹)를 보여준 다음 지금 당장 마시멜로를 하나만 먹을 것인지, 아니면 15분 뒤에 종이 울리면 두 개를 먹을 것인지를 선택하게 했다고 합니다.

상당수 아이들은 지금 눈 앞에 놓여져 있는 마시멜로들을 보고 그 달콤한 맛을 연상하면서 즉각적인 보상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지만, 일부 아이들은 여러가지 효과적인 전략들, 이를테면 그 마시멜로를 보지 않게 머리카락으로 눈을 가리거나, 15분 후에 울릴 종을 집중해서 바라본다거나 하는 전략들을 이용해 참을 줄 아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미 60년대에서도 자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시각적 자극에 대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던 겁니다.

그런데, 대단한 건, 이 실험을 여기에서 끝낸 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10년 후 이들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었을 때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를 조사를 했던 겁니다. 놀랍게도 그 실험 당시 가장 오랜 시간을 성공적으로 참을 수 있었던 아이가 10년 후 대학생활에서도 학우들에게 인기가 많고 학점도 높았으며, 기본적인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도 탁월했으며, 당시 실험에서 15분의 도전에 통과했던 아이들도 대체로 이러한 경향을 보였다는 겁니다.

우리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 째는 시각적 자극과 유혹의 강력함입니다. 우리의 감각 중 가장 강력하고 즉각적인 유혹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이 다름아닌 시각의 자극이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TV나 인터넷 같은 매체에서 쏟아져 내리는 수많은 광고와 유혹의 컨텐츠들은 이미 아이때부터 그들의 두뇌를 무방비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두 번 째 교훈은 이렇게 초등학교 때 형성된 자제력이나, 충동적 성향이 어지간 해서는 잘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한 번 형성된 자제력은 그 자제력으로 인해 수많은 보상들, 부모나 선생님의 칭찬이나 나아지는 성적표, 친구들에게 인기가 생기는 것 같은 장기적 보상들을 체험하면서 더욱 보존되는 반면, 초등학교 때 자제력의 형성에 한 번 실패하면, 이렇게 자제력 부족으로 인해 사회와 갈등이 생기면서 2차적으로 생겨나는 스트레스에 의해 더더욱 자제력이 위협받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내용이 많고 읽어나가는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켈리 맥고니걸이 쓴 “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 라는 이 책은 두고두고 곱씹고 새겨야 할 내용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에서 자제력을 어떻게 형성시킬 것인가, 아이의 자제력을 갉아먹는 보상할인와 같은 자기합리화를 억제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순간적 유혹을 불러일으키는 자극들을 멀리 두고 차단시킬 것인가,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더 충동적이게 만들 수 있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하면 더 줄일 수 있는가 하는 것들을 고민하다 보면 어느덧 나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게 되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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