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의 초음파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환자의 자세일 것입니다. 반쯤 일어나 앉은 상태에서 촬영하는 일명 “semi-upright position” 말입니다.
췌장을 잘 관찰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준비이면서도, 자칫 중요성을 잊어버리기 쉬운 이 semi-upright position이 췌장 초음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위 영상에서 왼쪽은 supine position, 오른쪽은 semi-upright position에서 촬영한 췌장의 머리 및 몸통 영상입니다. 왼쪽 영상에서 췌장의 머리쪽이 잘려있는데, 주의깊게 찍지 못해서 그런게 아니라, 우측 갈비뼈에 의해 탐촉자가 막혀서 더 왼쪽을 보는게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이정도까지만 나오게 찍었던 겁니다.
반면, semi-upright position에서 촬영한 영상은 이러한 제한이 없어 췌장두부를 모두 조망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췌장 내부의 parenchyme 또한 더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췌장의 꼬리쪽을 확인하기 위한 영상도 supine, semi-upright position에서 함께 얻었습니다. 왼쪽이 supine position 영상으로, 췌장의 꼬리가 누워있는 상태에서는 왼쪽 콩팥을 향해 심하게 앞뒤쪽으로 꺽이면서 비스듬히 주행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생기는 인공물과 음영을 줄이기 위해서는 탐촉자가 조금 더 오른쪽으로 옮긴 상태에서 왼쪽을 향하게 해서 췌장의 꼬리가 주행하는 경사를 줄여주어야 하지만, 왼쪽 늑골에 막혀서 탐촉자가 움직일 수 없기에 그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splenic vein의 윤곽이 뒷쪽이 잘 안보이고, 췌장꼬리쪽의 윤곽도 잘 그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차라리 탐촉자를 더 밑으로 내려서 늑골에 의한 방해를 피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해보면, 췌장과 탐촉자 사이에 거리가 멀어질 뿐 아니라, 그 사이에 너무 많은 장관내공기음영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영상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semi-upright position을 취해서 중력의 영향으로 췌장이 최대한 아래쪽으로 내려오게 한 후에 촬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실제 오른쪽 영상에서처럼 췌장의 꼬리부위를 더 나은 영상으로 확인하는게 가능합니다.
교과서나 리뷰논문을 보면 당연히 췌장초음파에서 semi-upright position이 중요하다고 써져 있지만, 실제 사례에서 이런 비교를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생각해서 글을 올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