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요즘 테슬라라는 신생 자동차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지를 예측하거나 관심가지는 언론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혁신의 상징으로 통했고,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면 언제나 빠지지 않는 사례로 이야기되는 기업입니다. 현재는 주가총액이 포드자동차보다도 더 많다고 합니다. 이랬던 테슬라가 최근에는 모델3 양산일정이 거듭 늦어지면서 안좋은 전망이 계속 나오면서 급기야는 1년 안에 자본잠식상태가 올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단히 낙관이냐 비관이냐 이런 양극단의 신문기사들만 읽고서 쉽게 어느 한쪽편을 들고 그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이렇게 같은 기업에 대한 전망이 서로 엇갈리는가를 보면 문제의 핵심이 뭔지를 짚어볼 수 있을겁니다.

일단, 저는 지금 대두되고 있는 테슬러 위기설이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고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테슬라라는 회사가 제아무리 혁신을 선도하고 대단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하더라도, 일단은 전기자동차 제조기업이자 자동차 제조회사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는 거지요. 자동차는 누가 뭐래도 사양산업이고, 테슬러가 보여주고 있는 여러 혁신들이 정말로 현실세계에서 일반화 된다면 오히려, 그런 혁신들이 자동차업계는 물론 테슬러에게도 발목을 잡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당장 지금같은 전기자동차와 무인 자동운전이 보편화된다면 자동차수요는 확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 그렇게 자동차 수요가 확 줄어드는게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라는 거지요. 누구나 지금 몰고 있는 엔진자동차보다 더 싼 가격으로 자동운전 전기차를 가지는 그런건 결코 혁신이 아닙니다. 왜 그게 혁신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느냐면 획기적인 배터리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결코 전기자동차가 엔진자동차보다 제조원가가 싸게 나오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런 자동차를 구입하게 될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효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전기자동차의 유지비, 즉 전기요금이 휘발유보다 극적으로 싸기에 그것만으로도 비싼 가격을 감수할 가치가 있겠지만, 전체 자동차의 10% 이상이 전기자동차가 되는 세상이 온다면,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걸 생각해봐야죠. 누군가는 충전인프라를 설치해서 운영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고, 국가차원에서도 에너지 다변화를 넘어서 계속해서 화력발전소의 전기를 자동차에 바치느라 지금보다 더 많은 석탄이나 기름을 태워야 하는 상황은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과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혁신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가 될 수도 있는겁니다. 당연히 지금 휘발유가격에 준하는 요금인상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게 진정한 혁신이 되려면 무인자동차나 전기자동차의 가격이 지금보다 확 떨어져서 수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구입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격” 전제되지 않는 혁신은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거지요. 만약 가격이 확 떨어지지 않는다면 가겨대비 효용, 즉 생산성이 대폭 상승해서 비용절감을 체감할 수 있든지요. 기술적으로 전기자동차든 무인자동차든 당분간은 획기적인 가격절감이 불가능하니 그 다음으로 자동차제조업체가 모색하는게 생산성의 향상입니다.

우버 같은 공유경제를 통해 굳이 한 사람이 차 한대를 온전히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꿔본다든지, 무인운전하는 트럭이 24시간 쉬지않고 운행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한다던지 하는게 다 가격을 쉽게 낮추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생산성을 높여보려는 시도들 중 하나인겁니다.

이런 혁신이 완성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나, 관건은 그런 혁신이 의미하는 것은 다름아닌 자동차 수요가 확 줄어든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제조회사는 세계적으로 두세개 정도 밖에 없을거라는게 업계의 예측입니다. 그래서 무인자동차를 만든다고 선언했던 수많은 IT업체들이 자동차를 만드는 건 포기하고, 장비나 소프트웨어쪽으로 방향을 돌린지 오래입니다. 일단 핵심 두뇌만 잘 구축해 놓으면 굳이 자동차제조공장이나 영업망을 테슬러처럼 처음부터 만들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죠.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망해서 매물로 나올 자동차 제조기업들 사들이기만 하면 되는거니까요.

테슬러가 그 때 까지 살아남아서 톱3에 들어가는 자동차제조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자동차제조회사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기술격차를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무언지 제대로 제시된 게 없다는게 진짜 문제라고 봅니다. “전기자동차”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성능이나 제조상 잇점은 굳이 테슬러가 아니라도 다른 제조업체들이 얼마든지 추격할 수 있는 잇점이고, 여기에 덧붙혀 “양산”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간단한게 아니라는 사실은 요즘 올라오는 테슬러 차들의 마감품질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거죠.

물론, 타당한 반론들도 많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테슬러 망한다고 단언을 하는건 무리라고 인정합니다. 그런데, 몇십조의 자금을 가지고 모델3를 만들고 있다던지 업계의 베테랑 인력들이 즐비하다든지 하는건 반론의 근거가 될 수 없는거죠. 그렇게 돈이 많고 열심히 투자를 하면서 날고 기는 인력들이 즐비한데 지금 같은 수준의 마감품질을 마치 별 문제가 아닌것처럼 방치하고 있다는게 말이 되는건 아니잖아요?

전세계에 물류센터를 두고 시총이 포드보다 더 비싸다는 것도 전혀 반론의 근거가 될 수 없는거지요. 그런건 선행지표가 아니라 후행지표이니까요. 지금까지 테슬러가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고 성장해 왔다는걸 보여주는 지표이지, 앞으로도 튼튼히 성장해나갈 거라는 증거로 시총이 얼마다는 말을 하는건 의미가 없는거지요.

물론, 테슬러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보여준 위대한 도전과 비젼은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진정한 혁신은 그런 비젼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나타날 효용의 크기, 즉 생산성증대와 비용절감의 크기에서 나오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이 지금처럼 잘나가는 이유도 제조업체로 수많은 혁신을 실제로 달성해서 증명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테슬러 경영진에게 필요한 책은 “제로투원” 같은 스타트업 지침서가 아니라 “축적의 시간”과 같은 제조업체 혁신의 기본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 담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무인자동차나 3d프린터, 또는 4차산업혁명의 전망에 대해 좀 더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최진기 강사의 유료강좌들을 오마이스쿨에서 들어보시는 걸 권합니다. 돈은 비싸지만 들어볼 가치가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번에 CES갔다와서 준비한 내용들은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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