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가방과 주식, 그리고 원유의 차이점

제목은 거창하게 썼는데, 결국은 소비상품과 주식, 그리고, 원자재의 차이점이 뭔가를 생각해봅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가격과 가치와의 상관관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100만원하던 명품 가방이 어느날 갑자기 50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누군가가 본사의 가격통제정책 벗어나서 몰래 50만원에 팔아제끼기 시작해서 갑자기 가격이 50만원이 된겁니다. 여러분이라면, 이렇게 가격이 떨어진 명품가방에 대해 구매욕구가 올라가겠습니까? 아니면 내려가겠습니까?

그리고, 어떤 종목의 주식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크게 올라서 주가가 100만원을 하다 최근 계속 가격이 떨어져서 5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원래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 비싸서 살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이 주식이 한주당 50만원까지 떨어진 겁니다. 그렇다면, 이 주식을 지금 싸진 가격에 매입해 보는 건 어떨까요?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기던 원유가 계속 떨어져 배럴당 50불까지 떨어졌습니다. 한마디로 반토막, 최고가였던 130불 언저리에서 보면 반토막도 더 절단난 원유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승하고 있는 이 순간, 여러분이라면, 원유에 투자하는 걸 고려해 보시겠는지요?

소비재와 주식, 원자재는 전혀 다른 차원의 재화라는 걸 이해하고 있는 분이라고 한다면, 이런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을 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상품은 가격이 얼마에 형성이 되든간에, 상품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고, 그걸 직접 소비하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 가치는 변하지 않는게 원칙입니다. 명품가방의 가격이 떨어졌으니 명품으로서의 가치도 같이 떨어졌다고 반론하는 분도 분명 계시겠지만, 질문에서는 분명 명품가방의 생산량이 올라가서 가격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가격만 일시적으로 떨어진 상황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명품가방의 “희소성”이라는 가치 또한 전혀 변동없이 보존되어 있는 상황이지요. 그런 전제로 가격만 떨어졌다면, 분명 가격대비 가치는 상승할 것이고, 구매를 고려할 이유는 충분하다는게 합리적인 판단일 것입니다.

그런데, 주식은 어떨까요? 주식에서 해당 종목의 가격이 의미하는 것은 그 회사의 “미래가치”입니다. 즉, 이 회사가 앞으로 얼마만큼의 수익이나 성장성을 예상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합의가 주식가격을 결정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고공행진을 하던 주식이 계속해서 하락해서 반토막까지 낸 상황이라면, 이건 분명히 해당 회사의 기업가치에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을 고민해봐야만 하는 상황인겁니다. 상품은 가격이 떨어진다는게 가치의 하락을 직접 의미하는게 아닌 반면, 주식은 가격의 하락이 주식의 가치하락을 의미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물론, 데이트레이더들같이 시시각각 변하는 변동성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한테야 이런게 무슨 소용이냐고 할지 모르나, 그런 데이트레이더들에게조차 단기간에 반토막이 나는 정도의 주가하락을 보이는 종목이라면, 그렇지 않은 통상적인 종목과는 분명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는게 당연한 이치일겁니다.

그냥 상식적으로 내가 정말 잘되는 회사와 적자만 내면서 망해가고 있는 회사 이렇게 두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데, 어떤 회사를 먼저 처분하겠는지만 생각해봐도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누구도 잘나가는 회사를 먼저 처분하지는 않겠죠. 주식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계속 내재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주식, 즉 하락하는 주식을 끝까지 들고 버로우하면서 조금이라도 수익이 난 주식은 금방 팔아서 현금화를 시키는 행태가 계속 반복되면, 굳이 거창한 수학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결국엔 망할수 밖에 없다는 건 누구라도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리나 원유같은 원자재의 경우는 어떨까요? 원자재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을뿐 아니라, 주식과는 다르게 보관과 유통에 오히려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갈 수 밖에 없는 위험을 안고 있는 상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자재의 가격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의 상관관계에 의해 결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혹자는, 세계적으로 석유를 뽑아내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평균적으로 배럴당 30불 정도 하기 때문에, 유가가 그 이하로 내려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정말로 수요가 팍팍 줄어든다면 배럴당 18불 정도의 비용으로도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있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얼마든지 그 근처까지도 떨어지는게 가능합니다.

당장 유가가 배럴당 100불하다 50불로 떨어진 이유가 공급의 증가 때문인지, 아니면 수요의 감소 때문인지, 수급균형이 구조적으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정정불안 때문인건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정말로 구조적인 변화가 이미 발생했고, 그 변화가 되돌려질 수 없는 것이라면, 앞으로 100불시대는 불가능하다는게 이성적인 판단일 수 밖에 없죠.

결국, 내가 투자하거나 소비하는 상품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고, 그런 상품들이 때에 따라 “싸 보이는”것이 사람의 심리나 착각으로만 싸보일 뿐, 절대 싼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진화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과 같은 학문까지 파들어가야만 할 수도 있을겁니다.

오마이스쿨에서 2년 전쯤에 올라왔던 “위기의 시대-생존 재테크”라는 최진기 강사의 강연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서 풀어 써봤습니다. 사실, 해당 강연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런 투자 이야기가가 아니고, 과거와는 본질적으로 달라진 초저금리시대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해당 강연을 지금 봐도 여전히 달라진 게 없이 다 들어맞는 내용들이 대부분인걸 보면, 확실히 예전과 같은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다시 찾아오기를 기도하는 건 의미없는 몸부림이겠더라구요. 살아남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투자를 공부하고 실력을 쌓으라는 충고가 뼈아프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개인적으로 여전히 투자라는게 부담스러운 건 공부할 시간이 여의치 않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어쨋던, 해당 강연에서 곁다리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소개한 이유는 주식투자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해당 강연을 쭉 들어보는것도 많은 유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물론, 최진기 강사는 전문 주식투자자도 아니고, 그 스스로 주식투자로 성공한 사람도 아닙니다. 참고사항 이상으로 추종해야 할 당위는 없는 전형적인 겉핥기식 강연이지만, 전반적으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자칫 놓치기 쉬운 통찰들을 되새겨주고 있기에 주식뿐 아니라 재테크 전반에 걸쳐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께 권할만한 강연이라 생각하며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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