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 사실이 아닌데도 역사적인 사실을 교묘하게 꾸미거나 뒤틀어서 전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왜곡된 사실들은 사람들이 쉽게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단순화되고 드라마틱한 측면들이 포함되 있기 때문에 실제 사실보다도 사람들에게 더 쉽고 널리 퍼집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들은 아무리 교훈적이고 재미있더라도 기본적으로 “거짓”과 “왜곡”이라는 본질을 숨길 수는 없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교훈을 주는 이야기일수록 우리가 더더욱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게 그때문이죠.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 중에 미 항공우주국인 나사가 수백만달러를 들여서 특수한 볼펜을 개발한 반면 소련은 그냥 연필을 썼다는 일화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일화가 주고 싶은 교훈은 기본적인 상식을 생각하지 않고 개발행위라는 그 자체에만 매몰되다 보면 나사가 했던것과 같은 낭비와 삽질을 할 수 있다는 경고일 겁니다. 하지만, 진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실제로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인들 모두 처음에는 연필을 사용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연필심인 흑연은 전기가 통하는 도체이기 때문에 글씨를 쓰는 과정에서 가루가 날리면 우주선 내부의 기계에 오작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때문에 연필을 대체할 수 있는 필기구가 필요했던 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필기구를 나사가 직접 개발한 것은 아니고, 미국의 필기구 제조회사인 피셔에서 열악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볼펜을 때마침 출시했었고, 이를 나사에서 구입해 우주비행사들에게 지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볼펜 이름이 “에이지 7”입니다.
나중에는 소련에서도 이 피셔사의 볼펜을 구입해서 사용했다고 하니, 나사가 볼펜을 개발한 것도 아니고, 수백만달러라는 예산을 낭비한 것도 아닐 뿐더러, 그러한 볼펜이 아무런 효용이 없는 삽질이었던 것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닌거지요.
여기에 더해 더 황당한 사실이 있습니다. 애초에 에이지 7 이라는 특수한 볼펜이 아니라, 일반적인 볼펜이라고 해서 무중력 상태에서 사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소련에서는 이 에이지7이라는 특수볼펜이 아닌 일반 볼펜을 별다른 문제 없이 쓰고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 무중력 상태에서는 일반 볼펜이 필기가 전혀 안될거라고 착각을 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써서 퍼트리기 시작한건데, 진실과는 이렇게나 동떨어져 있는거지요. 혹이라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계신다면 진실은 이렇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