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가 위대한 지도자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겁니다. 하지만, 그가 정확히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총통에 오를 수 있었는지와 같이 깊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들은 분명 많습니다.
그냥 나쁜 놈이니까 재평가니 고민이니 할 필요 없이 나쁜 놈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이러는 건 그냥 폭력이자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재평가를 빌미로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펴거나, 몇몇 사건들을 왜곡하고 비틀어서 되도 않은 주장을 펴는 것들은 지양해야겠지만 말입니다.
히틀러에 대해 가장 치밀한 조사와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연구한 사람은 요아힘 페스트라는 독일사람입니다. 그가 쓴 히틀러평전은 좀 두껍긴 하지만 히틀러에 관심이 있거나 논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아힘 페스트의 책들에는 세간에 잘못 알려진 히틀러에 대한 이야기들을 바로잡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가 군사적으로 유능했다거나, 집권초기에 경제적으로 대단한 업적을 이룬 건 인정해 줘야 한다거나,,,,, 이런 위험하고 잘못 알려진 신화들을 까발리는데 정말 풍부한 자료와 확고한 기반을 가지고 히틀러의 참모습을 조명하고 있죠.
그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건, 히틀러라는 개인의 악마성이 아닙니다. 히틀러를 낳을 수 밖에 없었던 1차대전 직후 독일의 상황이 어떻게 히틀러라는 역사적 반동으로 연결되었던 건지,,, 군중을 움직이는 동기로서 도덕성이라는 것이 “손상된 집단적 자존심”에 비하면 얼마나 나약한 것이고 정치인들이 이 부분을 파고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히틀러와 나찌는 결코 독일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의 가까운 미래에 당면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절감하게 됬습니다. 우리나라도 당시 독일 못지 않게 민주주의가 유린당하고 전체주의가 일어설 수 있는 위험이 여전히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