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리버모어와 추세추종전략

제시 리버모어가 추세추종의 아버지라 불리운다는 건 주식투자자들에게는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추세추종전략을 정말로 제시 리버모어가 그대로 했는지 보면 다른 점들이 많더군요. 그걸 좀 짚어보겠습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추세추종전략

위키백과에 나온 추세추종전략의 설명을 보면, 시장을 예측하지 않고 오직 가격에 반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제시 리버모어가 그렇게 가격에만 반응했던 건 그의 투자이력 중 초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고, 그렇게 가격에만 반응했다가 파산 일보직전까지 간 후 시장 전체를 조망하고 연구하는 것에 집중한 끝에서야 제대로 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일례로 커피매집으로 돈을 벌뻔 했던(커피업자들의 정치질로 실패했지만) 사례를 보면, 분명히 커피원두의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음을 가격상승 훨씬 전부터 예측했었고, 그 근거는 시세의 흐름이 아니라 상식과 상상력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제시 리버모어가 위험관리로 10% 손절매를 한도로 제시했다고 한 부분도 좀 다르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제시 리버모어는 마지막 순간까지 확인하고 검증했다가도 일단 확신이 들면 가격 등락폭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손절선을 정하지도 않았죠. 그가 손절을 한 건 자기가 틀렸다는 걸 확인했을 때와 자기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터졌을 때 뿐이었습니다. 제시 리버모어가 손절매를 강조했다는 건 10%라는 기계적인 수치에 근거한 손절매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근거에서 손절매를 강조한 거로 봐야 합니다.

위험관리로서의 분산투자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시 리버모어가 분산투자를 강조했다고 하지만, 그의 회고록 어디를 봐도 분산투자를 직접적으로 강조한 대목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가 특정 종목에 일정한 액수 이상을 투자하지 않았던 건, 한 종목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가지고 매집하거나 공매도를 치면 나중에 이익이 나도 매집한 상품이나 공매도건을 제 값에 처분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한 종목에 몰빵하지 “못했던” 것이지 결코 그게 어떤 원칙의 하나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시 리버모어가 약세장이 시작되는 신호를 포착하면 가장 먼저 떨어지기 시작하는 종목을 공매도를 치고, 해당 주식 가격이 폭락하면 곧바로 매도를 청산하면서, 뒤이어 폭락 조짐을 보이는 종목들에 투자를 하는 것과 같이 순차적인 분산투자를 한 건 맞습니다. 결국 제시 리버모어의 입장에서는 몰빵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수익실현이 안되어 투자할 수 없게 되는 한도라는 개념이 분산투자라는 개념보다 더 중요했다고 봐야죠.

사실, 제시 리버모어같이 하루 내내 상장주식 대부분을 바라보고 예의주시할 수 있는 전업투자자들은 분산투자가 가능할겁니다. 그리고, 그런 분산투자가 위험관리에 중요하다는 것 또한 팩트인건 맞습니다만, 제시 리버모어도 일정수준 이상의 기업분석을 했을 근거들은 그의 회고 여러군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소개했던 한 투자자의 일화(고급 편지지를 낭비하면서 자기 기업이 원가절감 잘 하고 있다는 사장을 믿지 않고 투자를 뺀 사례)나 경영자의 자질이 기업의 가치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분들을 보면, 투자 이전에 주가의 변동만 본게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추세추종전략의 아버지라고 불리던 제시 리버모어는 기실, 가격만 중요하게 보고 투자하지도 않았고, 시장에 반응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으며, 분산투자나 손절매를 알려진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적용했었다는 겁니다. 물론, 기업의 펀더멘탈도 중요하게 생각했고, 수급의 중요성은 그의 회고록 안에 뼈에 사무치도록 중요하게 거론하고 있습니다.

결국, 제시 리버모어 본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의 추세추종전략과 거리가 먼 투자를 해왔고, 그걸로 성공을 한 것이죠. 그가 무릇에 사서 어깨에 판 건 가격변동의 패턴을 확인해서 거래하라는 말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근거와 자신만의 판단으로 어떤 종목에 확신이 들더라도 곧바로 뛰어들지 말고, 자신의 생각이 어느정도 가격변동을 통해 확인이 된 상태에서 뛰어들라는 말이고, 그렇게 뛰어드는 것도 여러 차례에 나누어서 추세가 점점 강해지고 대중들에게 전염이 되어갈 때마다 투자액을 늘려가는 식으로 안전하게 뛰어들라는 말로 봐야 합니다.

종목분산이 아니라 시간분산의 개념이 더 정확하다고 봐야 한다는 거지요.

어쨋던, 이런 제 분석이 100% 맞는건 아닐테지만, 제시 리버모어의 추세추종전략에 매력을 느껴서 그걸 자신의 투자에 녹여서 실현시키고 싶은 분들이라면, 일단 그런 추세추종전략을 요약해서 소개하는 책자들보다 먼저 제시 리버모어가 직접 주장했던 말들을 소설 형식으로 쓴 그의 회고록을 먼저 진지하게 접하고 나서 그런 추세추종전략을 소개하는 책을 보는게 제대로 된 순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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