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전후로 개인투자자는 뭘 해도 손실이 나고, 외인은 뭘해도 수익이 나더라는 논문을 얼마 전에 소개했었는데, 핵심은 정보력 내지 단기추세예측능력에 더해 적극적인 매매기법이 외인의 수익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개인은 정보력에 의존한 매매를 해도, 외인들 따라서 역추종매매를 해도, 포트폴리오를 짜도, 매도 포지션이든 매수 포지션이든 할거 없이 금융위기 전후로는 다 털렸다는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점 같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이거저거 따져봐도 차이나는 변수라는 건 논문에서 “정보력”이라 부르는 단기추세예측능력이 결정적이라 보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다른 나라도 아니고 우리나라 기업들을 어떻게 바다건너 싱가폴이나 미국인들보다 모르는게 많아서 정보력이 딸리는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지금껏 생각해본 이 정보력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두세가지 정도입니다.
첫번째 생각나는 외인들 정보력의 정체는 중요하지 않은 정보에 “둔감”할 수 있는 능력일겁니다.
변동성이 극한을 치닫는 금융위기 전후 상황에서는 특정 기업이 어떻고 이런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금리, 환율, 신용도 같은 국제금융환경의 변화가 훨씬 더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기관투자자나 개인 투자자는 유가나 달러화 가치같은 국제적인 경제지표보다 미시적인 기업정보를 더 갈망하고, 자신들이 얻은 미시정보에 도 의존해서 판단하기 쉽습니다.
당장 저 부터도 조선업 중에 현중이 더 경영상태가 튼튼하다고 생각해 다른 조선주는 건드리지 않았는데, 결국 보면 조선주 올라갈 때는 섹터내 주식이 전부 동시에 올라가더라구요. 대우조선해양은 상승폭이 훨씬 컸었구요(올라갈 때 한해서). 반대로, 국제 교역량이 줄어들고 유가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조선업이 세계 1위건 실적이 얼마가 좋아졌건 뭐건 간에 조선 섹터는 다 함께 미끄러질게 분명합니다. 거기에서 각각의 기업이 어떻고 이런건 당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가 아니죠. 정말로 중요하지 않다는게 아니라 지금 시기에는 그럴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이렇게국내 기관 투자자나 개인 투자자가 중시하는 정보의 중요도가 떨어지는 시기가 오면서 약점이 극대화 되고, 실적이 안좋아진 걸겁니다. 경제지나 인터넷 기사들 보면 외인들 따라해서 투자를 해야 돈을 번다고들 하는데, 외인들이 사는 종목을 따라 사는게 그들을 따라하는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번째 생각나는 건 “돈” 그 자체,,, 즉 추세를 이끌어가는데 충분한 운용자금의 양입니다.
금융위기를 앞둔 불안불안한 국면에서는 증시도 지리하게 떨어지는 추세가 계속되겠죠. 그러면 결국 펀드 가입자는 환매를 계속할테니 기관투자자도 주식을 함부로 막 살 수 없고, 요즘처럼 반대매매가 계속 터져나오는 판에 개인 투자자들이라고 주식을 함부로 살 수 없는 판에서는 제대로 돈을 굴릴 수 있는 주체는 외인밖에 없습니다. 이런 국면이 되면 주식시장은 외인의 움직임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할겁니다. 기관이고 개인이고 간에 외인이 무슨 주식이나 무슨 섹터를 샀다더라 하면, 뇌동매매를 안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면 지금 남은 밑천이야 말로 생명줄이자 잃으면 안되는 최후저지선이라 함부로 독자적인 판단할 수가 없거든요.
이건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외인이 팔아재끼는 종목을 기관이 물량 받았다가 며칠 후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기관의 매니져들은 문책을 당해도 쎄게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 입장이라면 당장 신용거래 청산되면서 매도를 하는게 아니라 매도를 당하는 상황이 번번이 연출되고 있으니 꼼작할 수가 없는건 당연하지요. 즉 지금부터 당분간(공포분위기가 지배하는 동안)은 정보력이라 쓰고 “돈”이라 읽는 힘이 외인들에게 쥐어져 있는 경향이 점점 더 극대화 되가고 있는 시국이라는 겁니다.
세번째로 외인이 가진 정보력의 의미로 유연성과 다양성이라고 봤습니다. 돈을 움직이는 방식의 세련됨 그 자체로도 스스로 유리한 정보를 창출할 수 있는 정보력이 될 수 있다는 거지요.
외인이라고 말을 해도, 그 안에는 다양한 주체들이 있고, 다양한 매매방식으로 거래를 합니다. 초단타에서부터 며칠단위의 거래, 몇주, 몇개월 단위의 매매까지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고, 개인이나 기관을 속이는 거래방식도 곧잘 씁니다. 한 사람 내지 일단의 그룹이 전담해서 굴리는 돈의 규모가 크다 보니 그런 돈들을 단순하게 굴리기가 어렵다는 제한도 생기지만, 동시에 많은 돈을 장기 말을 움직이듯 유기적이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게 가능합니다.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과 매매의 다양성은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점점 닮아가고 있습니다. 무조건 사서 보유하기만 하는 액티브펀드는 퇴조하는 중이고, 사모펀드가 우리 주식시장에서도 점점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거든요.
반면, 개인투자자는 머릿수는 많지만 여전히 서로간에 상호작용도 없고, 전략적인 협업도 전혀 없는 모래알입니다. 여기에 더해 제일 큰 문제는 여전히 거래량 기준으로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금력이나 유연성은 기관이나 외인에 비해 딸리는데 거래량만 압도하고 있는 국면에서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는 기민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외인의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겠구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정보력이라는 건 대대수 사람들은 미처 알지 못하는 비밀스런 사건이나 데이터를 재빠르게 알아내는 “탐지능력”이 아니라, 중요한 데이터를 선별하는 판단력, 다른 거래주체가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어렵게 만드는 포지션, 그리고, 자신들의 유리한 포지션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전략수립과 실행능력을 의미하는 거라고 봐야 할 겁니다.
특정한 사건이나 내부정보를 재빠르게 탐지하는 능력이 외인의 주된 무기라고 한다면, 그런 비밀이나 정보가 먹히는 특정한 기업들, 소수의 산업분야에서만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정 반대라는걸 생각하면 외인들의 정보력이라는 걸 이렇게 다르게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외인의 정보력에 대해 접근했을 때 비로서 개인투자자들 한사람 한사람은 작금의 난국을 탈출할 수 있는 대안을 짜낼 수 있는 거겠죠.
화려한 외인의 매매기법에 휘둘리지 않는 장기적인 포지션으로 버틴다거나, 외인처럼 매크로한 데이터들에 훨씬 더 민감한 태도를 가진다거나, 그들 못지 않게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위험관리에 만전을 기한다거나,,, 각자의 입장에 맞는 전략을 짜는데 있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외인의 강력한 승리비결인 이런 “정보력”의 핵심을 간파하는 통찰이 먼저 전제가 되야 한다는 건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