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양

재테크를 하는데 주식을 선호하는 중요한 이유는 많은 정보들이 공개되어 있어 거래하는 사람들 간에 정보비대칭이 가장 덜하고 공정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자유롭고 공평하게 유통되는 정보들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골머리를 썩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사람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보가 일정한 양 이상이 되면 판단의 정확성은 나아지지 않고, 그런 자기 판단이 맞을거라는 확신만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이걸 실제로 실험을 한 결과가 있는데, 경마꾼들에게 경주마에 대한 정보를 5-10가지를 줄 때까지는 적중률이 올라가지만, 20개 이상의 정보를 주면 적중률이 전혀 올라가지 않는 대신 자기확신만 강화되어 섯부른 승부를 부추기게 되더라는 거지요.

그렇다면, 내가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을 무한정 늘릴게 아니라 적정한 양의 정보를 받아들이되, 그 정보들이 정확한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통제하는 방법을 고민하는게 중요할겁니다.

저도 최근 너무 많은 정보량으로 인해 오판을 해서 수익 낼 기회를 놓친 적이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보유중인데, 얼마전 14만원까지 올라갔을 때 수익률이 20%가까이 났었는데도 팔지를 않고 기다리고 있다 지금 수익률이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원래 분할매수 중이고 1-2년 정도 바라보고 있던 종목이었기 때문에 꼭 당장 팔아야 하는건 아니었지만, 빠른 시간 안에 가파르게 목표로 했던 수익률에 도달했는데도 “왠지 더 오를 것 같다”는 묘한 예감 내지는 “여기서 떨어져도 얼마 안떨어지겠지”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이익실현을 방해했던 겁니다.

가격이 크게 올라가자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조선주에 대한 관심도 크게 오르고, 여기저기 호의와 관심을 보이는 의견들이 갑자기 자주 보이게 되더라구요. 그런 반복되는 많은 양의 정보가 무의식적으로 (이대로 더)올라갈 거라는 예측에 대한 확신만 키우면서 제대로 대응을 못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한동안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움직일 때에도 단지 챠트에서 그런 움직임을 재현하기만 했던게 아니라 많은 글들이나 기사 등이 마치 그런 박스권이 당연하다는 듯한 전제를 깔고서 돌아다니고 있었죠. 나도 모르게 그런 정보들에 노출되면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가 손절을 했던 것도 생각납니다.

확실히 인간의 판단을 구성하는 영역에는 의식적이거나 학습적인 영역 보다도 무의식의 영역, 본능의 영역이 많다는 걸 확인하는 요즘입니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나 자신에게 노출되는 정보의 양과 질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내용의 의견이나 기사, 정보들을 반복해서 청취하는 게 제일 먼저 조심해야 하는 실수일겁니다. 사람이라는 게 자기 생각이나 의견이 맞다는 걸 자꾸 확인하고 싶어서 자기 생각을 지지하는 정보들을 더 많이 찾아보려는 본능이 있거든요. 제 경우는 이미 가지고 있는 조선주 관련해서 긍정적인 기사나 글들을 찾아보지 않는 게 중요하겠죠. 오히려, 반론이나 반박하는 정보들을 더 열심히 찾아서 돌아다니거나, 조선주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영역의 지식이나 책을 읽고 사색하는 데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는 것들이 마인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거래를 실패하거나 크게 성공했을 때에도 그런 패배의 쓰라림이나 성공의 여운에 너무 휘둘리지 않는 것도 중요할 겁니다. 그게 각인이 되어서 과거의 패턴이 내 무의식 속에 각인되 버리면 그 자체로도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올무가 되기 때문이죠. 한 때 크게 성공했던 사람이 잘 나가다 몰락하거나, 한 번 넘어진 다음에 일어서지를 못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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