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足願云止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여수장우중문시에 나오는 마지막 구절입니다.

당시는 수나라가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진입했지만, 고구려의 완강한 저항과 청야작전(논밭을 태우고 초토화해서 보급에 지장을 주는)으로 인해 군량문제를 안고 있을 무렵 우중문에게 퇴각을 유도하는 거짓항복 편지를 보냅니다.

팟캐스트 신과함께에서 글로벌 모니터 토크쇼를 방송으로 보내주는 와중이 이 지족원운지 구절이 인용되는데, 저는 이 구절이 지금 주식상황에 딱 들어맞는 구절이라고 동의합니다.

지금은 전문가들조차 어떻게 될지 예상을 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되어있는 국면입니다. 미중무역갈등의 전개가 문제가 아니라 신흥국의 경제상황이 잠시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다 지금 또 가라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말 연시에 세계경제에 큰 충격이 가능한 상황에서 중국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트럼프가 지금 상황에서 중국과 일정부분 타협하고 화해하는 제스쳐를 취하고, 브렉시트 문제, 이탈리 문제들이 어느정도 봉합하는 식으로 해결이 되면 주식은 지금보다 오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올랐을 때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기댓값과, 해당 상승이 데드캣 바운스(크게 하락하기 직전에 찔금 올라가는 상황)여서 제 때 처분하지 못해서 손해날 기댓값을 생각해보면 이게 과연 남는 장사가 될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결국, 여기서 우중문처럼 더 나아가면 을지문덕의 조롱 섞인 편지와 살수대첩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판국에 이미 저로서는 어느정도 수익을 거둔 상황에서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실천하는게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서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굳이 쓴 이유는 제 자신이 주식으로 이런 상황에서도 돈을 벌 수 있을만큼의 능력이나 공부를 하지 못한 꼬꼬마 초보라는 자기 주제파악을 고려한 단어선택입니다. 제 주제에는 여기서 뭘 더 도모할 깜냥이 안된다 봤어요. 글로벌 모니터 토크쇼에서 한 패널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위험자산에 들어가기에는 사람들의 절망이 아직 전혀 확산되지 않았고, 여전히 가격도 높은 상태이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 저같이 주식을 잘 모르는 초보는 일단 쉬는게 답이겠죠. 그래도, 돈을 그냥 예금에다 놔두기는 뭐하고, 꽤나 많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수급상황이 좋은 국채에다 넣어보자는 생각에 국채10년물 etf 두곳에다 70%정도 넣어놨습니다. 워낙에 변동성이 작은 곳이다 보니 당분간은 계좌 들여다 볼 필요가 없어서 맘편하고 좋네요. 아무리 전망이 밝다고 해도 소득세나 수수료 많이 물어야 하는 해외투자상품들은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으니 여기까지 하고 내년 초까지는 밸류에이션이 만족스러워 지는지, 그것만 지켜봐야겠습니다.

어쨋던, 지금 제일 중요한 건 공부라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에서도 남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투자아이디어를 가지고 베팅해서 수익 내시는 분들이 정말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요. 그렇게 돈을 번것보다, 그런 기회를 잡을수 있을만큼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계신다는게 너무 부럽고 존경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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