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코노믹스(wackonomics)

행동경제학자들이 인간의 심리를 연구할 애용했던 설문조사가 와인 거래를 상정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와인 + 경제 라는 합성어로 Wackonomics라는 우스갯소리를 만들었더군요. 설문이라는게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당신이 와인선물시장에서 한병당 20불을 주고 와인박스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이 와인이 지금은 경매에서 75불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당신이 지금 이 순간 와인 한 병을 꺼내서 마셨어요. 그럼 당신은 오늘 금전적으로 얼마를 손해 내지 이익을 본거라고 느끼십니까?

a. 선물시장에서 20불 주고 산 와인이므로 20불 손해

b. 20불을 몇달 전에 지불했으므로 20불 + 그동안의 이자만큼 손해

c. 아무런 이익도 손해도 보지 않았다 – 0불

d. 경매에 와인병을 처분했다면 75불을 벌었을텐데 못했으므로 75불 손해

e. 75불짜리 와인을 20불을 주고 사서 마시고 있으므로 55불 이익

설문 결과 놀랐던 건 이 설문을 설계하고 실시한 경제학자 본인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마지막 지문은 그냥 농담조로 집어넣은 것이고, 아무도 이런 황당한 지문에다 답을 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0% 이상이 e항에 응답한 겁니다. 또 재미있는 사실은 설문을 돌릴 때 일부러 알리지 않은채로 경제학자들에게도 돌렸었는데,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은 기회비용의 개념을 인식한 d항에 응답을 했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지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사람에 따라 각각 다 다른 상황에 놓여있기에 기회비용을 절박하게 인식할 수 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d항을 체크하기가 쉽습니다. 반면, 일상적으로 와인을 마시거나 소비하는 부유층이라면, 선물거래로 55불을 절약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e항에 체크를 하는 것도 이상한게 아닙니다. 누구든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저마다의 입장에서 다양한 인식을 할 수 있고, 어느것도 이상한 선택은 아닐겁니다.

그런데, 돈이 왔다갔다 하는 주식시장에서도 이렇게 안이한 생각으로 제각각 자기 마음먹고 싶은대로 인식을 하다가는 편견이 반복되다 결국에는 파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엔 와코노믹스와 비슷한 상황을 주식시장에서 재현해 보겠습니다. 일단 밑천 1천만원으로 세 가지 선택중 하나를 고민해본다고 가정해 봅시다.

국채를 구입 – 투자 성공율 100%, 성공시 수익율 5% – 기댓값 50만원

주식 A를 구입 – 투자성공율 50%, 성공시 수익율 30% – 기댓값 150만원

주식 B를 구입 – 투자성공율 10%, 성공시 수익율 100% – 기댓값 100만원

어디까지나 가정이니까 계산을 위해 투자에 실패해도 손해는 안보고 번전치기로 끝난다고 가정합니다. 이제 당신은 주식 A를 구입해서 특정한 기간동안 투자에 성공해서 30%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제 당신의 계좌에는 1300만원이 들어있게 됩니다. 그런데, 내 친구가 주식 B를 호기롭게 샀다가 대박을 터트렸네요. 수익율 100%를 내서 내 친구는 계좌에 돈이 2000만원이 됬습니다. 이제 당신은 얼마를 이익 내지 손해를 봤다고 느끼시는가요?

a. 번돈 300만원 이익

b. 번돈 300만원에서 국채수익율 50만원 뺀 250만원 이익

c. 기댓값 150만원을 기대했고, 국채수익율 50만원은 기회비용, 그런데 실제 수익은 300만원을 벌었으므로 200만원 이익

d. 내 친구처럼 했다면 1000만원 벌었을텐데 300만원밖에 못벌었다, 700만원 손해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에 입각한다면 b 내지는 c 정도라고 판단하는게 적정할겁니다. 둘 중 어느게 더 합리적일지는 저도 쉽게 결정을 못하겠네요. 하지만, 친구의 대박을 보고 d항을 체크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왜냐하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700만원의 손해라는 게 마음속에 인식된 다음부터는 기댓값에 의거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된 채 대박만 바라며 위험한 투자에 손을 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주식 A를 샀는데, 운이 없어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럴 때 나는 어떤 손익계산을 하게 될까요? 내 친구도 B 주식을 사서 이득을 보지 못했습니다.

a. 돈을 벌지도 잃지도 않았으므로 0원

b. 국채수익율 50만원을 기회비용으로 인식해 50만원 손해

c. 기댓값 150만원을 실현시키지 못했으며, 국채수익 50만원의 기회비용까지 손해봤으니 200만원 손해

d. 나나 친구나 주식으로 손해를 보지 못했으므로 쌤쌤

e. 나는 기댓값 150만원을 잃어버렸고, 친구는 기댓값 100만원을 잃어버렸으므로 50만원어치만큼 억울,,,

여기서 친구 B라는 걸 타인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던 나 자신으로 가정해 본다면, 고민해볼 점이 하나 더 생겨납니다. 나 스스로 매우 승리할 확률이 높고 기댓값도 높다고 생각한 투자에서 실패하였다면, 그만큼 내 마음에 상실감이 커지기 쉽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투자를 결단하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생각과 전략이 틀리지 않았다면, 기댓값 예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내 친구가 대박을 내던, 아니면 호언장담했던 투자가 실패를 하던 흔들리면 안됩니다. 여기서 흔들리면 더이상 합리적인 기댓값을 예상하는 데에서 의미를 가져갈 수 없게 되므로 불합리하고 감정에 휩쓸리는 위험한 투자를 향한 유혹을 감당하기 어려워 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투자를 결정하기 전까지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고 합리적인 판단과 계획을 세웠는지만 보고, 투자의 결과에 영향받지 않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특히나 오랫동안 투자생활을 계속 하고 싶다면 말입니다. 반대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대박을 터트렸다고 해서 기댓값이 더 높은 투자를 연구하지 않는다면, 그런 대박은 반대로 당신을 함정에 빠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경제학의 여러가지 개념들을 고민하면서최대의 기댓값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끝까지 그 태도를 관철하는 것이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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