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머니 효과, 만회효과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고전적인 경제학이론의 전제인 “인간은 합리적으로 기대효용을 추구하며 판단한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걸 보여준 전망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으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탐구하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여러가지 현상들을 발견하고 또 정립해왔지만,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이 제목에 나온 두 가지 효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람들에게 설문을 통해 세 가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것인지를 물어봤습니다.
1. 지금 내기에서 30달러를 땄습니다. 이제 상대가 9달러짜리 내기를 제의받았는데 내기에 응할 것인가요? – 70%가 내기에 응한다 답함
2. 내기에서 30달러를 잃었습니다. 이제 9달러짜리 내기를 제의받았는데 응할 건가요? – 40%만 내기에 응한다 대답
3. 지금 30달러를 잃었습니다. 다음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 승률이 33%의 확률로 30달러를 따거나 67%의 확률로 아무것도 따지 못하는 승부 – 60%가 선택
b. 개평으로 10달러 가져갈 수 있음 – 40%가 선택

사람들은 설문 1,2,3번 모두에서 합리적인 기대효용이론에 의거하면 나올 수 없는 선택을 한겁니다.

-1번 설문에서 일단 내가 무언가 이득, 특히 댓가를 혹독하게 치루지 않고 쉽게 얻은 이득을 얻은 직후에는 확연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강화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2번 설문에서는 보듯이 내가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타격을 받은 우울한 상황에서는 그러한 위험을 평소보다 더 회피하려는 회피성향이 강화됩니다.
-굉장히 역설적이지만 3번 설문에서 보이듯 그런 손해를 만회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기대될 수 있는 상황에는 이미 손해를 본 것으로 인해 강화된 위험회피성향마저도 초월할만큼 강력한 위험감수성향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렇게 합리적이지 않게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두 지점에서 튀어나오는 현상, 쉽게 얻은 이득 직후에 생기는 위험감수성향을 “하우스 머니 효과”로, 손해를 만회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 앞에서 생기는 위험감수성향을 “만회효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주식에서 이런 식으로 원래 계획과는 아무 상관 없이, 의도치 않게 강화되는 위험감수는 100% 손실의 확대 내지 이익소진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내가 왜 손해를 키웠고, 기껏 낸 수익을 다 까먹었는지를 스스로도 깨닫지 못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는 “하우스머니 효과”에 휩싸여 원래 계획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위험감수를 하고 있는데도, 자기 스스로는 수익이 난 걸 근거로 리스크를 처음보다 더 감수해서 레버리지를 활용하고 있는 합리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만회효과”로 인해 해서는 안되는 범위로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데도 설문 2번에서 보이는것처럼 손해를 볼 때 증가하는 위험회피성향을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위험을 감수하는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결정할 때에는 내가 수익이나 손해가 나기 훨씬 전부터 미리 계획하고, 수시로 내가 계획하고 있던 수준 이상으로 고위험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는 인플레의 저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나 봉급장이에 물려받은 재산이 별로 없는 흙수저들은 더더욱 일정정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일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일수록 더더욱, 언제 얼마나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를 미리 계획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자기 자신을 감시하지 않으면 언제든 수익이나 손실이 나면서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서 하우스머니 효과나 만회효과로 인해 통제 불가능한 위험감수성향에 빠져 허우적댈 수 있으니까 말이죠.

저도 개인적으로 한 5개월 정도 주식하면서 소소하나마 70만원 정도 수익을 냈습니다. 그렇게 수익을 내자마자 드는 생각이 이 70만원은 공돈이라 생각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해보자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마구 솟구치더라구요. 그게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라는 생각은 책을 읽고 거의 보름 이상 고민하면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무의식의 저주가 만만한 게 아니더라구요. 그렇게 저 스스로를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나서 주식투자비율을 일부러 줄이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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