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팍스넷에서 이색적인 수익률 대회를 개최했었습니다. 투자자 10명과 앵무새가 수익률게임을 벌이는 이벤트였습니다.
6주일동안 벌어졌던 수익률 게임에서 앵무새는 3위를 기록하고, 6주간 수익률은 13.7%였습니다.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게임에 임했던 10명의 투자자들(상당수가 5년 이상의 투자경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중 2명을 제외하고는 앵무새만도 못한 수익률을 기록한 셈입니다
그 앵무새의 이름이 다름아닌 딸기였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보다도 더 나은 수익을 올렸는데 사람보다도 나은 투자고수 딸기님을 암컷이라고 하면 안되겠죠. 그녀의 이름은 딸기였습니다.
이 때의 이벤트 진행절차는 이랬다고 합니다. 딸기님은 시총 30위 안에 드는 회사 이름이 적힌 장난감 공 중 하나를 물어서 선택하고, 그렇게 선택된 공에 적혀있는 주식을 구입합니다. 그렇게 구입하는 주식은 6종목으로 제한하되, 한 번 구입한 주식은 팔지 않고 계속 기간이 끝날 때까지 보유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10명의 인간 투자자들은 6천만원의 자본금이 주어지고,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팔수 있는 재량권을 주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2009년이라는 시점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주가가 계속 망가져가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지간한 주식고수가 아니면 수익을 내기 어려웠을겁니다. 실제로 10명의 참가자들의 평균수익률은 -4.8%였고, 10명 중 7명은 마이너스 수익을 냈습니다. 그렇다면, 주식 고수 딸기님이 이런 인간들을 제치고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뭐라고 봐야 할까요?
애초에 팔지 않고 사기만 하도록 게임의 룰이 딸기님에게만 유리하게 짜여졌던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마이너스 수익을 낸 7명의 투자자들 역시 얼마든지 사든지 팔든지 선택의 자유가 있었습니다. 그런 자유 속에서 이들은 자기가 판단하기에 가장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매매패턴을 고민해서 열심히 거래를 했던 거였는데도 이렇게 된겁니다
6주 라는 시간 동안 주식을 꼭 사기만 하는게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말하는건 아무래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반론을 완전히 기각할 수는 없으니, 좀 더 확실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딸기님보다 하등한 7명 투자자들의 결함이 뭔지를 고민해 봐야겠죠. 10명의 사람 투자자들은 6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치열하게 거래를 했는데, 자그마치 평균 170번 이상의 거래를 했다고 합니다. 딸기님은 원초적으로 그렇게 자주 거래를 할 수 없는 규칙으로 게임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족쇄라고 생각했던 게 오히려 축복이 될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을 해봐야겠죠.
미국에서도 2000년 1월부터 2001년 5월까지 원숭이 한마리가 눈을 감고 다트를 던져서 찍힌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수익률게임을 했는데, 당시 닷컴 버블이 터진 이후라서 결과가 -2.7%가 나왔다고 합니다. 해당 이벤트에서 4명의 펀드메니져는 같은 기간동안 -13.4%의 손실을, 아마추어 투자자들은 평균 -28.6%의 손실을 낸 것에 비하면 이 또한 주식 투자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던 소식이었죠.
다만, 생각해보면 이런 “니들이 주식을 해? 동물과 대결해서도 이기나 보자 ㅂㅅ들아”식의 이벤트가 벌어지고, 언론에 회자되는 시기라는 것 자체가 주식시장에 대한 대중의 회의적인 감정이 극에 달하는 시점이라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장에 공포가 만연한 상황에서 6주 내지 1년 조금 넘는 정도의 상당히 단기간 안에 수익률을 내는 경쟁을 한다면, 그러한 공포에 짓눌려 위축되는 인간이 당연히 아무런 생각 없이 투자를 하는 동물보다 결과가 안좋을 수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귀결이자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될 수 있는거겠죠.
하나 더 생각해볼 건 애초에 6주 내지는 1년 조금 넘는 시간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에 수익률을 내라고 투자를 하다 보면, 당연하게도 모멘텀 투자전략을 쓸 수 밖에 없을겁니다. 그런데, 원래 모멘텀 투자, 내지 마켓 타이밍 투자라는 건 약세장이 오면 아예 빠져나가는게 원칙이지요. 약세장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건 가치투자전략에서 주로 하는 겁니다.
즉, 해당 이벤트들이 벌어지는 타이밍은 필연적으로 대중이 주식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약세장 한 가운데 있을 때인데, 하필이면 인간 참가자들은 이벤트 기간의 짧음으로 인해 이런 약세장에서 쥐약일 수 밖에 없는 모멘텀 투자를 하도록 강요받았다는 불리한 여건이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앵무새나 원숭이와 주식하는 것에서 낼 결론은 “사람은 주식하는거 아니다” 가 아니라 “약세장에서는 하지 말아야 하는 투자전략이 있고, 방송이나 수익률대회에서 하는것처럼 6주일동안 170번 넘는 빈번한 투자는 자살행위라는 것, 될 수 있으면 승부 횟수를 줄이고, 주식을 파는건 가급적 많이 생각해서 팔자” 정도가 되겠죠. 더불어 중요한 건 “공포에 주늑들지 말고, 탐욕에 미쳐버리지 말자”라는 교훈도 생각해볼 수 있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