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 현대중공업 주식을 11만원 후반대부터 조금씩 사모으다 13만3천원까지 올랐었습니다. 당연히 조금 더 오를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새로 부임한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아직 우리는 많이 어렵다. 지나친 기대는 너무 섯부른 측면이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더군요.
그 기사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분명 현대중공업의 사정이 아직도 어려운게 맞거나, 노조와의 협상에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여전히 회사가 어렵다는 식으로 포장을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올해의 실적개선의 기대감이나 분위기는 기대보다 크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주식을 다 팔았습니다.
어차피 20%정도 수익을 냈고, 플랜트 사업부의 구조조정이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은 지금, 수주상황이 가장 개선된 분야인 LNG선 쪽 수주개선의 수혜를 온전히 받을 수 있는 기업에 투자를 하고 싶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회사 사장이라는 사람이 자기 기업 좋아지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하는데 구태여 지금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게 처분한 가장 큰 이유였죠. 오죽 노사관계가 어려웠으면 저렇게 자기 기업전망을 깍아내리는 제 얼굴에 침뱉기를 하겠냐는 거죠.
그런데, 팟캐스트 발칙한 경제에서 LNG 관련 이야기를 듣다가, 해당 분야의 전문기자가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전망에 대해 산업은행장과,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전망이 180도 달라서 시장이 헷갈렸던 사연을 풀어주는 부분을 듣다보니 현대 중공업 사장의 제 얼굴 침뱉기의 좀 더 정확한 의도가 뭐였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산업은행장이 청문회에서 올해 대우조선해양이 계속 적자를 볼것이다고 말을 한 이유는 그의 입장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는 채권단의 대표로서 대우조선해양이 좀 더 많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구조조정 속도를 내게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올해 수주전망이 밝고, 그에 따라 대우 조선해양이 좋아진다고 말을 하면, 그걸 빌미로 대우조선 내부에서 구조조정에 더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반발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반면, 대우조선 사장은 당연히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을 될 수 있으면 안하는게 자기가 욕을 덜먹는 입장이니 정 반대로 말을 하는 거겠죠.
결국,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실적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산업은행장이나 대우조선해양 사장 어느쪽의 말이 진실에 가까운지는그들이 했던 말들만 가지고선 판단할 수 없는거지요. 이렇게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는 국면에서, 그 이해당사자들이 하는 말은 진실여부가 아니라, 그 말들 의도를 통해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해석해야 한다는 걸 요즘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이런 역학관계를 생각하면, 일전의 현대중공업 사장의 기자회견 내용도 단순히 노사협상의 주도권이 아니라, 좀 더 큰 의도가 비관론에 숨어있는 거라고 해석하는게 맞을거 같습니다. 산업은행, 즉 정부가 대우 조선해양을 제대로 구조조정 하지 않고, 모처럼 호전된 수주상황을 이용해 저가수주를 불사하며 과잉경쟁을 하며 예전처럼 제 살 깍아먹기를 하지 말라는 압박과 요청의 뜻이 담겨있는 자기 회사 비관론이라고 생각해보니 좀 더 명쾌하게 신임사장의 기자회견이 해석되더라구요.
이렇게 의도를 정리하다 보니, 현대중공업은 앞으로도 사장이 했던 말처럼 불안한 모습을 기회 될때마다 최대한 적극적으로 어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자 몸조심이 극에 달하다 보면, 앞으로도 한동안 주가가 불안불안하게 움직일 수 있지마, 생각보다 실상은 그런 엄살에 비하면 훨씬 따스할 수도 있겠다는 전망을 해봅니다.
2.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최근 수소차 개발과 양산에 큰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내용이 굉장히 구체적이면서도, 어마어마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만큼 상당한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인지, 아니면 현대차 지배구조 개선 관련한 것인지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꽤 많이 올랐더군요.
2030년까지 연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로드맵은 사실, 엄청난 리스크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그 10년이라는 시간동안 공장, 설비투자도 투자지만, 협력사들에게도 일정부분 희생을 같이 하도록 만들려면 반대급부로 부품가격을 높게 쳐서 구매해야 합니다. 게다가, 그렇게 연50만대의 수소차를 생산한다고 해도, 그걸 제대로 관련 인프라가 깔려있지 않았을 외국에 몇 대나 수출할 수있을까요? 이건 결국 “올인” 하겠다는 거지요.
결국은, 연50만대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팔아야 합니다. 이렇게 연50마대의 생산시설을 돌릴 정도면, 지금처럼 손해보면서 팔 수 없습니다. 일단 팔면 무조건 이익이 나야 하는데, 결국은 “정부의 보조금”이 전제되어야 50만대를 만들고 팔 수 있게 될겁니다. 지금은 7천만원 정도하는 차(이 가격도 이득이 아니라 엄청난 손해를 감수한 가격입니다)에 보조금이 3천만원이 넘기에 3천 후반대로 구입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정말로 작정하고 팔아서 돈을 벌려고 양산을 한다면, 지금만큼은 아니겠지만, 분명 대당 천만원을 훌쩍 넘기는 보조금을 연간 수십만대의 차에다 정부가 지원해줄 수 있어야만 한다는 계산입니다.
결국, 수소차에 올인하겠다는 말은 현대차 스스로도 명운을 걸긴 하겠지만, 그만큼 정부도 제대로 보조금을 퍼부어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2030년 가지 연50만대”라는 굉장히 구체적인 수치를 발표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어쨋던, 이런 의도를 생각하다 보니 정의선 부회장이 수소차에 올인하겠다며 10년 후에는 연50만대 생산이라는 로드맵을 외치는 것이 국민들이나 주주들 들으라고 하는 것보다, 정부를 향한 외침으로 들립니다. 결국, 정부의 전심전력 밀어주는 액션이 없다면, 현대자동차의 비젼은 한낱 물거품이 되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에, 현대자동차 계열사의 전망을 볼 때에는 언제나 기업들 그 자체뿐 아니라 정부의 태도변화도 항상 주시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쨋던 당시 발표에서 수소차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연료전지 모듈을 현대모비스가 양산할 거라는 발표내용에 급 현대모비스에 관심이 갔었는데, 이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향후 10년동안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이며, 또, 그만큼의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게 될지를 생각하면서 내린 결론은 “지금은 사도 되는 시기나 가격이 아니다”라는 거였습니다. 현대차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개편되고, 지분율 변화에 따라 주당 가치가 어떻게 변하고 그런건 제 능력 밖의 이야기라 예측할 수 없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주가가 크게 뛰든 떨어지든 문제는 그 다음부터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와 비용으로 실적이 얼마나 망가지게 될지를 사람들이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된 다음이 되야 비로서 들어갈 타이밍이겠다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