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인기투표

아침에 신과함께 팟캐스트를 듣다보니 앞으로 코스닥에 국민연금 자금이 5조원 정도 집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찌라시가 돈다고 합니다.

굳이 찌라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현정부의 주된 관심사에 돈이 쏟아져들어갈 거라는 건 누구라도 상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은 못할지언정, 악화되지는 않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는 정권 입장에서 양질의 청년고용을 유지하려면 한참 커가는 중소규모의 벤쳐기업들이 무너지지 않게 만들어야 하는데, 당연히 그런 중소 벤쳐기업들의 마지막 목표인 코스닥상장의 문이 닫히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일본은 경제를 떠받치려고 중앙은행이 나서서 자국 대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판국인데 정부도 아니고, 국민연금에서 코스닥 상장의 문을 열어둘 수 있도록 자금을 조금 수혈하는거 가지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겁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관심에 없던 코스닥기업들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보려고 메디톡스 사업보고서를 둘러봤습니다. 2018년 사업보고서는 아직 안나왔고, 2017년걸 보는데 매출은 1,800억에 영업이익이 900억, 영업활동으로 창출된 현금흐름은 590억,,, 벤쳐기업에서 정말 준수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더군요.

그런데, 이런 메디톡스의 현재 시가총액이 3.5조원입니다.

제가 보유하고 있는 굴뚝주가 있는데, 매출은 이보다 조금 더 높은 2,300억에 영업이익은 600억,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400억인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한번도 5천억원을 넘은 적이 없습니다. 물론, 최근까지 적자에 낮은 실적을 냈던 과거와 경기에 민감한 사업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런 비교가 무리수일수도 있습니다. 메디톡스 중국내 직판체제가 완성되고 미국에 출시한 제품이 잘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영업이익률이 나올 수 있으니, 미래가치를 보고 사람들이 투자를 더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이제 이 메디톡스의 주가가 크게 오르기 전, 미래의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던 때의 상황이 어땠는지를 살펴봅니다. 주가가 크게 오르기전인 2011년의 메디톡스 사업보고서를 보면, 매출이 210억, 영업이익은 106억입니다. 이 때의 사업보고서에는 특례조항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현금흐름표가 실려있지 않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나오지 않았지만, 사업이 본궤도에 들어서기 이전이기 때문에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50억을 웃돌지는 않았을거라 봅니다. 이 때의 시가총액은 1,600억원입니다.

2011년 대비 현재의 메디톡스는 영업이익이나 매출로 보면 8-9배를 성장했는데, 시총으로 보면 20배가 넘게 성장했습니다. 시총 대비 영업이익나 매출, 순익 뭘 놓고 봐도 2011년 대비 현재가 두배 이상 높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런 현상은 두가지 관점으로 바라보는게 가능합니다.

하나는 본질가치를 전제한 평가, 즉, 저평가/고평가의 관점입니다. 2011년이 저평가 상태였거나, 지금이 고평가 상태이거나,,, 이런 관점으로 보면 지금은 명백히 과거보다 고평가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이라면, 앞으로 주가가 더 올라간다 해도 사면 안되는거겠죠.

다른 관점은 사람들이 메디톡스에 얼마나 열광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점입니다. 메디톡스가 원석 상태였을 때 보다는 이미 컷팅이 잘 되어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였을 때 사람들이 두 배로 열광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주가는 고평가라고 봐서는 안될겁니다. 원래 사람 마음이라는게 눈 앞에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는 걸 더 마음에 들어하게 마련인거니 지금과 같은 밸류에이션이 비정상이라고 보면 안될 수도 있는거지요.

제대로 검증이 안된 기업이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을 때 호응하는 정도와, 이미 장기간 성장을 하면서 실력을 입증한 성장기업이 앞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젼을 제시했을 때의 호응정도는 당연히 달라야 합니다. 지금의 메디톡스 주가가 의미하는 건 그런 대중의 “인기”일 수도 있는거지요.

두 관점 중 어느게 더 올바른 관점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국민연금이 코스닥에 돈을 퍼붓게 된다면, 국민연금을 대신해서 코스닥 주식을 사게 될 자금운용사들이 저평가된 중소규모 벤쳐기업들을 사지는 않을거라는게 훨씬 더 중요한 관건일 겁니다. 코스닥 지수에 추종해서 자금을 투자하는게 제일 욕을 덜먹고, 일이 나중에 잘못되어도 변명하기가 편할거라는 건, 직장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원칙이겠죠. 당연히 시총 상위기업들에 훨씬 더 많은 돈이 투입될겁니다.

그렇기에 현정부의 코스닥 부양정책에 편승해서 투자하려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시총이 높고 (인기가)검증된 기업을 투자하는게 맞겠죠. 그렇게 짧게 가는게 아니라, 정말로 기업의 성장전망을 보고 투자를 한다고 한다면, 지금 시총 3.5조의 메디톡스가 10년 안에 주가가 과거처럼 또다시 10배, 20배를 기록하는게 가능할까요? 그러긴 어려울겁니다. 당연히 제 2의 메디톡스를 찾아보는게 훨씬 상책이죠.

그런 성장성을 사업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기업탐방을 가거나 전화로 물어보고 그럴 능력과 시간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냥 신문이나 사업보고서 보면 어느정도 전망이 보이는 굴뚝주를 사이클 맞춰서 투자하면서 20% 수익에도 감사하고 흡족하는 행태를 계속 답습하게 될 거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몇 배, 몇십배를 벌던, 저는 그럴 능력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메디톡스 사업보고서를 보면서 다시한 번 주식에 본질가치라는 건 없다는 것, 주식은 인기투표라는걸 새삼 느낍니다. 시간여유가 되면, 이런 명제에 기반해서 어떻게 제 투자전략을 손질해볼 거리가 있는지도 고민을 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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