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온라인에서 의견을 교환하다 깜작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어떤 분이 “대형병원들이 떼돈을 벌고 있다”라고 주장을 하시더라구요.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이라서 한동안 데이터를 찾아봤습니다.
http://alio.go.kr/popReportTerm.do?apbaId=C0083&reportFormRootNo=3130
이 곳은 공공기관의 경영정보를 공시한 사이트이고, 서울대병원도 당연히 공공기관의 일종인 공사이므로 여기에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2018년 데이터는 아직 요약한 것만 나와있는 상태이므로 2017년 손익계산서를 보면 서울대병원의 손익구조를 대강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수익과 이익이라는 말이 생소한데, 수익은 매출, 이익은 영업이익 정도로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엑셀화일을 다운로드해서 보시면 의료부문에서 얼마나 이익이 나왔는지 수치가 나옵니다. 96억7천5백만원이라는 숫자 앞에 세모 표시가 되있죠. 이건 마이너스, 즉 96억이라는 돈이 빵구가 났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래도 서울대병원이 경영을 건실하게 한게 2016년도에는 3백3십억 넘게 적자가 났다가 2017년에는 96억만 적자가 나서 2백3십억 가까이 실적이 호전되었다고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외 부문에서는 분명히 이익이 나고 있습니다. “의료외이익”이라는 항목은 나와있지 않지만, 의료외수익에서 의료외비용을 빼면 3백억 가까운 이익이 나옵니다. 그렇게 의료부문에서 적자난 걸 의료외 부문에서 흑자가 난걸로 때워서 병원이 흑자를 유지한 거지요.
그렇다면, 떠도는 말처럼 다른 대형병원처럼 장례식장이나 주차장을 운용해서 돈을 번걸까요? 표를 보면, 의료외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연구수익입니다. 국가나 여러 단체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서 그걸 수익으로 삼은 돈이 의료외수익(매출) 1천5백억원 중에 8백9입억원을 차지하고 있으니 압도적입니다. 장례식장이나 주차장 운영같은게 포함되는 의료부대수익은 1백5십억원에 불과하죠.
서울대병원조차도 연구비 끌어모으는게 없이 장례식장이나 주차장 운영같은 걸로는 의료부문에서 적자나는 걸 메꿀 수가 없다는 것이죠.
단, 여기서 주의해야 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당기순이익을 내기 전에 빼게 되는 비용들 중에 “고유목적사업준비금전입액”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건 병원이 건물을 신축하거나 새로 분원을 내기 위해 땅을 사거나 하는 목적으로 돈을 한번에 쓰게 되면, 그 해에 손실이 너무 크게 나버리기 때문에 해마다 그럴 돈을 미리미리 쌓아놓는 항목입니다. 병원이 투자를 많이 하고 확장을 공격적으로 하게 되면, 이 항목의 돈이 크게 계상되면서, 의료부문이던, 의료외부문이던 장사를 아무리 잘해도 순손실이 나게 될 수 있다는 건 고려를 해야 합니다.
어쨋던, 서울대병원은 2017년도에 비해서 당기순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의료부문의 손실을 크게 줄인것과 함께, 이 고유모적사업준비금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절약한 것으로 손실을 줄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284692
어쨋든 간에, 서울대병원을 포함해서 전국의 10개 국립대병원 중 8곳은 의료부무에서 돈을 번게 아니라 적자를 봤다는 작년 기사내용을 보더라도, 대학병원이 의료부문에서 돈을 벌었다는 식의 주장은 아무 근거가 없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럼, 사립병원은 어떨까요? 아쉽게도, 사립병원의 재무상태표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신문기사들을 보면 의료수입이 크게 증가했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럼, 사립대학병원은 떼돈을 벌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여기서 말하는 수입이라는 건 매출이지 영업이익이 아닙니다. 의료부문에서 이익을 얼마나 내는지를 보려면 매출에서 비용을 빼야 합니다.
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84503
해당 기사는 사립대병원 11곳의 2017년도 의료부문 매출과 비용을 공개한 의학신문 기사입니다. 해당 기사에 나온 표에서 수익을 비용으로 빼면 의료부문의 영업이익을 구할 수 있습니다. 엑셀에 넣어서 계산해봤습니다.
한림대병원이 이익을 가장 많이 냈더군요. 1189억원을 의료부문만에서 벌어갔습니다. 그 다음은 고려대 682억원, 순천향대 529억원, 동아대 298억원, 아주대 260억원, 계명대동산병원 204억원, 동국대 201억원, 원광대 179억원 순입니다. 세 곳 빼놓고는 크든 작든 의료부문에서 수익을 냈는데, 건국대는 35억원 적자, 이화여대는 104억원 적자, 중앙대 의대는 63억원 적자를 냈습니다.
그럼, 여기서 조사가 안된 곳이 삼성서울병원이죠. 삼성서울병원의 사정은 어땠는가를 검색해보다, 재미있는 기사를 찾았습니다.
여기를 보시면 삼성서울병원은 2016년에 의료부문에서 무려 569억원이 적자가 났습니다. 그것도 2015년의 1천억 넘는 적자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좋아진 거지요. 다른 출처에서는 2017년 실적이 나오는데, 적자액이 더 커졌습니다. 638억이 적자가 났습니다.
이런 기사들을 종합해서 보면,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하면, 수도권에 위치하는 대학병원들은 사정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는 것, 특히나 이익보다는 매출부문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의료보험의 보장성이 점점 강화되면서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의 대학병원을 찾았다는 거지요. 특히나 지방에 살던 사람들도 조금만 큰 병 같으면 서울로 올라가서 큰병원에 가려는 경향이 늘다보니 의료부문 매출이 크게 느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여전히 적자인 병원들이 있는데, 서울대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은 의료비용, 즉 의료부문에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적자폭을 줄이지 못하는 대신, 의료외수입인 연구수익으로 적자를 줄이는 식의 경영전략을 선택했고, 지방국립대병원은 환자를 서울에 뺏기면서 대부분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인 거라 보면 얼추 타당한 분석이 될거 같습니다. 물론, 이화여대병원이라든지 건국대병원같은 케이스의 적자는 좀 더 다른 해석이 필요하겠죠.
어쨋던, “대학병원들이 떼돈을 벌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는 것, 수도권 소재 대형 종합병원의 득세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의료보험의 보장성이 계속 더 강화된다면, 수도권에 소재한 대학병원은 늘어나는 환자와 그에 따르는 매출 만큼은 아니겠지만 어쨋든 경영사정이 더 나아질 수 있을거라 보입니다. 정말 문제는 지방에 소재하는 대학병원들이 되겠죠. 최근 지방의 대학병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연구중심병원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합니다.
의료수익으로는 경영을 유지할 수 없으니 서울대병원처럼 연구수익이라도 내야지 경영이 되겠다는 판단이겠지요. 그게 안된다면 사립대병원처럼 교수들을 돈벌이 전선으로 내모는 수 밖에 없을겁니다. 현재 대학병원의 진짜 문제는 대학병원이 의료부문에서 돈을 버느냐 못버느냐가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확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