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계와 주식 – 2

사실 글을 하나로 쓸 생각이었는데, 퇴근시간에 급한 용무가 있어서 글을 쓰다 나누게 되었습니다. 제가 복잡계에 관해 글을 쓴 이유는 “주식시장이 복잡계의 특성을 보인다”라는 과학적 관찰결과가 우리에게 떼돈을 벌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할 지 모르시겠지만, 저는, 주식시장이 복잡계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 정말 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복잡계에서 보여주는 멱함수 분포(Power law)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지진발생이나 주식시장의 출렁임이 모두 “빈도와 강도의 승수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의 단순계, simple system에서는 상호작용이 매우 단순하고, 구성요소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모든 이벤트는 종 모양의 정규확률분포 곡선을 따르게 됩니다. 즉, 가장 많이 일어나는 최빈값이라는게 명확히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런 단순계에서 최빈값이 특정될 수 있다는 건 정상, 보통, 상식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왕도가 존재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수학에는 왕도가 없어도, 확률분포는 왕도가 존재한다는 거죠. 주사위 두개를 굴리면 무조건 두 주사위 눈의 합이 7이라는 데 거는게 정답이라는 겁니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누구나 예측가능한 확률분포에 따라 수익율이 정해지기 때문에 종국적으로는 아무도 대박을 터트릴 수 없습니다. 기댓값이 가장 높은 선택에서 벗어나는 비정상, 몰상식, 이상한 선택을 하는 소수는 종국적으로는 개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멱함수 분포를 보이는 복잡계 에서는 최빈값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평균 또한 존재하지 않구요. M9.0의 지진도 M8.0의 지진보다 10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하고, M2.0의 지진도 M1.0의 지진보다 10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합니다. 복잡계에는 정상도 없고 보통도 없으며, 상식도 존재하지 않는 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수학적 원리를 머리로는 이해할 지 몰라도 몸으로 체득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건 우리 인류의 진화에서 배우지 못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본능으로 움직이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주식시장을 종 모양의 확률분포로 이해하고 움직이기 쉽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간과하는 대표적인 리스크가 “팻 테일 리스크”입니다. 나심 탈레브가 떼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 팻 테일 리스크를 간과한 채 잘못 설계된 옵션들의 결함을 이용했던 겁니다.

“확률=빈도=적중율=승률” 이런건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건 “기댓값=결국에 내가 돈을 얼마를 버는가”인 거지요.

챠트를 정말 잘 보시고, 매우 높은 확률로 돈을 버시는 분들의 노력과 재능은 존경합니다만, 간혹 그런 챠트 읽는 법이나 특정한 매매전략을 과신해서 이거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유투브나 블로그 같은 데에서 볼 때가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놓치고 있는게 다름아닌 팻테일 리스크인데, 주식시장이 단순계였다고 한다면 무난히 가장 높은 기댓값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이나, 시뮬을 돌려보면 매우 높은 확률로 수익을 꾸준히 내주고는 하는 시스템 트레이딩, 챠트 리딩, 매매전략들이 실제 돈을 넣어서 하다보면 “잘 가다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겁니다.

그런 국면에서 나 자신이 함께 쪽박을 차거나, 대박장을 놓치지 않기만 한다면, 즉 팻 테일 리스크를 무시하지 않고 평소에 인내심을 가지고 대비하기만 한다면,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챠트리딩법을 연구하시는 분들보다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는겁니다. 주식시장에서 정말 결정적인 국면은 전체 기간의 5%도 안되는 기간에서 차이가 벌어지는데, 그거야 말로 주식시장이 복잡계이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거지요.

이런 원리는 저같은 어중이떠중이 초보들에게만 기회가 되는게 아니라, 정말로 열심히 챠트를 파거나, 시스템 트레이딩이나 최신 매매전략을 연구하시는 고수분들에게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델을 설계할 때 확률분포곡선에 기반하지 않고 멱함수분포를 기반한다면 장기적으로도 안정성이 있는 무언가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원래 과학이라는 게 “이래서 너는 해봤자 안되” 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게 아니라 “이 길을 가면 안되니 다른 더 좋은 길을 찾아봐”라는 지침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거니까요.

진정한 현자는 무엇을 무시해야 하는 것인지를 아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거짓된 신화를 과학을 통해 밝혀내고, 그것을 무시하고 배제할 수 있다면, 분명 거기에서 큰 이득을 실현할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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