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복잡계라는 지금까지의 관측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고 봤을 때, 우리가 언제 나타날지 예측할 수도 없고, 이미 일어났음에도 그 원인을 분석할 수 없는(분석이 불가능하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특수한 원인이 없다고 보는게 맞을수 있습니다.) 그런 요동이 나타났을 때 과연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하는게 유리한가를 고민해 봅시다. 최근 폭락했던 두산중공업 관련한 이야기가 힌트가 될거 같습니다.
주식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투자자를 좀 무식하게 단순화 하면 기업의 실적과 가치를 나름의 방법으로 추정해서 그 가치와 가격의 괴리만을 바라보는 원리주의자, 항상 주식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에만 익숙해있는 낙관주의자, 항상 주식이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비관주의자, 그리고, 자기 자신은 특별한 의견이 없고 주변의 분위기나 단기적인 가격의 추세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정하는 모멘텀주의자 이렇게 네 그룹으로 구분해 볼 수 있을겁니다.
문제는, 그런 생각을 모든 사람들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영원히 간직하고 가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주가의 등락을 보고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있겠지만, 뭣보다도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끊임없는 되먹임 고리를 만들면서 그런 생각들을 바꾸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수백만명의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은 통상 몇단계를 거쳐 일어날까요?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 단계로 전세계 모든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서로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게 가능하다고 합니다. 불과 4,5단계 정도만 거치면 미국 촌구석에 있는 주식투자자의 생각이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치는게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전염시키고 영향을 주면서 원리주의자들의 일부 마저도 비관론이나 낙관론 어느 한 쪽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 특정 종목 주가나 지수는 정말 큰 폭으로 오르거나 내려갈 수 있습니다. 이 때 누가 가장 돈 벌 기회를 얻게 될까요?
이제 대세를 형성해서 가장 주류를 이루는 의견에 속한 다수가 돈을 더 벌게 될까요? 아니면 얼마 남지 않은 소수가 돈을 벌게 될까요?
물론, 모든 경우에 100% 들어맞는 철칙은 아니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대게 소수에 속한 사람이 돈을 벌 기회가 많을수 밖에 없겠죠? 요동이라는 건 변동성이 커진다는 걸 의미하고, 그런 흐름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뒤늦게 기회를 찾거나 위험을 회피하려는 이들이 큰 돈을 벌거나 안전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꿋꿋이 소수파에 속할 수 있는 사람이 돈을 벌 가능성이 많다면, 어떻게 해야 그렇게 소수파, 그것도 기회가 열려있는 승리자 그룹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많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문제겠지만, 아주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다른 투자자들과의 상호작용을 딱 필요한 만큼 까지로 최소화 하는게 가장 효과적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자신의 판단에서 고려하는 정보의 양을 되도록 단순화하고, 주변 사람들의 이런저런 말이나 분위기에 영향을 덜 받도록 시스템의 “주변부”에 위치하는게 도움이 될 수 있을겁니다.
그런 단순하고 원시적인 생각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워렌 버핏같은 성공적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 이와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는 걸 보면 일리가 아주 없지는 않아보입니다.
어찌 보면 정말 쓸데없고 뻔해보이는 이 글을 쓴 이유는 최근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 이벤트로 인한 폭락에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의견을 구하시는 글을 온라인에서 보면서 복잡계와 관련해서 이런 문제를 풀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두산중공업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는 글을 쓰는 행위는 글 쓴 사람의 입장으로 볼 때 복잡계 시스템 안에서 자기 자신과 다른 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을 더 늘리려는 행동이 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늘려나가기 시작한다면, 결과적으로 이 사람은 다수와 소수 중 어느쪽에 서있게 될까요? 그 사람이 돈을 버느냐 잃느냐의 문제는 우리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그 사람이 “다수”의 편에 서게 된다는 건 피할 수 없는 필연입니다.
이게 문제가 뭐냐면, 지금같이 두산중공업에 악재만 가득하고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국면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비관론”에 속해있는 사람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유망한 기업이기라도 하느냐는게 문제의 핵심이 아닙니다. 주식은 현재 가격이 저평가냐 고평가냐를 판단해서 배팅하는 게 모든 거래의 핵심인데, 이미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두산중공업이 비젼이 없다 안좋다 유동성 위기가 올거다 이런 가치에 대한 말만 하는게 정말로 앞으로의 투자판단을 하는데 중요한 관건이냐는 겁니다.
그냥, 지금 주가가 너무 떨어져 있는 상항인데 어찌저찌 두산중공업이 부도가 나거나 상폐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 들어가는게 정답일 수도 있는 거지요. 지금 아시아나항공이나 대한항공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게 항공업계가 갑자기 대박이 나서 그러는게 아니잖아요?
이렇게 쏠림이 심한 국면에서 정말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아니라(그걸 물어보는것도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지금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두산중공업 유망하다거나 들고 있어도 된다고 말할 사람이 과연 있기는 할까요?) 자기 자신의 자금상황, 즉 앞으로 더 떨어지면 더 사모을 여력이 되는지, 당장 써야 할 데가 있는건 아닌지, 아니면 정말 유망한 종목을 발굴해서 당장이라도 거기에 들어가 있어야 되는건 아닌지와 같이 현재 자기 자신의 상황에 더 집중해야 하는걸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자신의 상황에 의견을 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 아니면 가족밖에 없는거 아닐까요?
정말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다른 이들과의 상호작용에 자신을 내맡겨야 하는 국면은 지금의 두산중공업같이 요동이 극대화되고, 구성요소간의 편중이 극단적으로 쏠려있는 때가 아니라 구성요소들이 침착하게 생각할 여유가 남아있을 때, 즉 주가와 심리가 비교적 평정을 유지하고 있을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럴 때에 비로서 각자가 다양한 의견을 부담없이 내놓고 비교적 냉정한 이성을 가지고 서로의 의견을 비판하고 토론하는게 가능한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보다도 책을 읽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주식시황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엄격하게 줄여나갈 계획을 세워놓고 실천하려고 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