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주의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치명적인 실수

감정을 내세우기보다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판단을 추구하는 이른바 합리주의자들이 그런 합리주의로 성과를 내다가 간혹 크게 헛발질을 하는게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겠지” 하는 착각을 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합리주의라는 건 “감정”과 “주관”을 배제하고 이성에 근거해서 세계를 이해하고, 이해득실을 냉정하게 계산해서 나 자신의 이득이 극대화 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태도입니다. 사실, 이런 합리주의라는 건 일상을 사는 대부분의 경우에 굉장히 큰 성과를 내줄 수 있습니다. 놀고 싶은걸 참고 공부를 하고, 어떤 길이 출세에 빠른 길인지를 조사해서 일말의 감정들, 이를테면 양심이나 자존심이나 연민 같은 감정들에 구애받지 않고 그 길을 가다 보면, 능력지상주의의 관료주의가 관철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당연히 엘리트에 편입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엘리트들은 합리주의를 자신의 행동지침으로 삼게 됩니다.

제가 주식한당에서 뜬금없이 합리주의에 대한 썰을 풀고 있는 이유는 최근 미중무역분쟁을 바라보면서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합리주의”에 경도된 엘리트들이 뭔가 일을 그르치게 될 가능성도 배제를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지금 중국이 태도를 바꿔서 미국에게 쎄게 나가는 이유는 중국의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엘리트들의 “합리주의”에 기반한 판단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것들은 중국 “공산당” 엘리트들의 입장에서는 내정간섭의 수준을 넘어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수위의 요구들이 많습니다. 큰 폭의 금융시장개방이나 지적재산권의 보장, 기술탈취행위들의 방지들 같은 걸 법률로 명시해서 착실히 이행하라는 요구는 그냥 명패만 공산당이라 내걸고 자본주의로 체제전환을 하라는 말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애초에 자발적으로 이행하기에는 무리한 수준의 요구였지만, 국내 경제상황이 민감했던지라 계속 협상의 끈을 놓치 않고 시간을 벌어보려고 저자세를 보여왔지요.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는데다, 공산당 내부에서 자기들의 자존심을 내던지는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지라 앞으로의 협상은 더욱 쉽게 흘러가기 어려울 수 있는겁니다.

반면, 미국 쪽에서도 “합리주의”에 입각해서 더욱 중국의 목줄을 죄라는 요구는 커지고 있습니다. 당장 민주당같은 야당이나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에 우호적이지 않은 쪽 인사들도 하나같이 트럼프가 “중국 다루기”만큼은 잘 하고 있다고 좋게 평가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사실, 워낙에 중국이 지금까지 자신들의 약속을 깨트린 적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법으로 명문화하라며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 “남아있는 유일한 해법”처럼 여겨지는 것도 합리주의에 입각한다면 틀리지 않은 결론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다음부터입니다. 지금이야 중국이나 미국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상황이 아직 여유있다”고 느끼는 국면이기에 서로 목소리를 크게 내며 대결구도를 강화하는것이 각자의 합리주의에서 벗어나지 않은 판단일테지만, 이런 식으로 미국과 중국이 관세와 보복관세를 계속 늘려가며 세계경제 자체에 부담을 주면서 서로 강경모드를 유지하는데 부담스러운 상황이 왔을 때에도 과연 지금과 같은 “합리주의”를 견지해서 대화모드에 들어설 수 있겠는가 하는 겁니다.

정말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적당한 때를 찾아서 자기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서로 타협을 모색할 수 있겠지만, 미국과 중국 내부의 엘리트들이 자기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게만 그런식의 합리적 사고방식을 기대하는 경우는 문제가 달라집니다.

내가 여기서 더 버티고 내지르면 상대방이 알아서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입각해서 양보를 할 것이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더 고집을 피우는 태도를 양쪽이 모두 지속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양국의 엘리트들은 정작 자신이 속한 나라의 국익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해당 국면에서 자신들의 입장과 위치가 더 중요하다는 이기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트럼프같은 인물이 이끌고 있는 미국 행정부, 시진핑의 일인독재를 통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공산당 내 엘리트들의 인격적 면모를 보면 이런 걱정을 더 할수밖에 없습니다.

일차세계대전이 그렇게 끔직한 사상자를 내며 유럽을 초토화하게 된 이유도 다른게 아니라 상대국가에만 일방적으로 합리적 판단을 강요하려는 지극히 비합리적인 태도를 전쟁 당사국의 엘리트들이 최후의 최후까지도 내려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런 태도는 합리주의를 가장했을 뿐, 실제로는 전혀 합리적이지도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은 오만과 무책임한 이기심에 불과한 것이지만, 나라야 어찌되던 자기들의 권력을 내려놓고 싶지 않은 엘리트들의 일반적인 습성을 생각하면, 그 때나 지금이나 상황을 낙관만 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겁니다.

어찌 보면, 트럼프 행정부도 재선을 위해서는 중국과 이런 대결구도가 더 반가울 수 있으며, 중국의 시진핑에 호가호위하는 공산당 내 엘리트들 또한, 이런 식의 갈등구조가 프로파간다를 퍼트리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지금까지는 계속 저자세로 일관했던 중국이 갑자기 자신감(?)을 내비치며 대결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는 몇몇 소식들을 접하면서, 이번 갈등은 생각보다 여파가 더 크고 오래 갈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음주가 아니라 다음달 정도까지는 더 지켜보고 추가매수를 하든 뭘 하든 대응을 해도 늦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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