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의 세 등급

요즘 미중무역갈등으로 인해 우리 주식이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제가 들고 있는 주식도 대다수가 떨어지고 있는 중이고, 그 중에 경기에 민감한 종목으로 편입했던 것들은 정말 크게 떨어지고 있을겁니다. 이번주 금요일 오전에나 계좌를 열어볼거라, 그 전까지는 정말 크게 떨어지고 있을거라는 짐작만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들고있는 종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여기에 더해 원화약세까지 진행중이기 때문에 하락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 분명한데도 이 종목들을 손절하지 않고 있는 지금의 내 판단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고민이 되는게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종목들을 손절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포지션”이라는 개념 때문입니다.

이 포지션이라는 개념을 제가 책으로 처음 접한 것이 제시 리버모어를 모델로 한 에드위 르페브르의 소설 안에 나오는 일화였기 때문에,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내용을 찾아보다 바로 앞부분에 나오는 호구의 세가지 등급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는데, 제 자신을 정말 아프게 찌르더군요.

호구(영어로 Sucker)에는 세가지 등급이 있다고 합니다. 가장 순진한 첫번째 단계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호구(tyro), 그 다음은 자기 스스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좀 안다는 호구(semisucker)”, 세번째 단계가 자기 자신은 현명하게 게임을 한다고 여기는 “조심성 많은 호구(careful mike sucker)” 세 단계라고 합니다.

그런데, 증권회사가 돈을 버는 이유는 초짜호구가 아니라 좀 안다는 호구 때문입니다. 초짜 호구는 생존기간이 1년이 안되는데 반해 좀 안다는 semisucker들은 평균 3년 반 정도를 견뎌낸다고 합니다. 각종 주식격언이나 규칙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줄줄 꿰고 있기 때문인데, 정말 중요한 한가지 원칙만 모르고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다름아닌 호구가 되지 마라는 원칙 하나를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주가가 하락할 때 매수하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이 현명해졌다고 착각하지만, 단지 저가매수에만 매달려있기 때문에 조정이 한번 제대로 오면 그동안 벌어두었던 수익을 거의 다 날려버리는게 semisucker이고, 여기서 한단계 발전한 조심성 많은 호구는 상당한 경험과 연구로 시장상황을 100% 예측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가 엷고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2만불 먹어야 할 장에서 2천불만 먹고 나서 스스로를 “보수적 투자자”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현명하다고 착각하는 호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자네가 나처럼 나이를 먹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숱한 거품과 패닉을 경험해본다면 알게 될걸세. 포지션을 잃는다는 건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지. 존 D. 록펠러조차도 말일세. ,,,,  알다시피 지금은 강세장 아닌가.”

이런 경륜 넘치는 발언을 고스라니 실천할 수 있는게 진짜 고수의 첫걸음일테지만, 처음에 이 주식들을 샀던 근거가 아직 시장에서 제대로 확인된 것도 아닌데, 주가가 조금 출렁이고 있다고 애초의 근거와 포지션이 흔들리는건 곤란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은 손해를 줄이고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앞으로 오랫동안 주식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유익하지 않을수도 있으니까요.

지금의 이런 제 생각이 정말 옳은 것인지, 아니면 멍청한 것인지는 지금 확인할 수 있는게 아니겠지요. 정말로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더 어려워진 조정장의 한 가운데에서 제가 semisucker처럼 행동하게 되느냐, 아니면 나중에 수익이 나는 상황에서 careful mike sucker처럼 행동하게 되느냐의 여부가 그걸 가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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