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을 조종하는데 거짓말이 유용한가

1905년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킨지키틸레 응왈레라는 무당이 식민지배를 하던 독일인을 몰아내려는 혁명을 일으키면서 사람들에게 마법의 부적을 주면서 이 부적이 독일군의 총탄을 물로 바꿔줄거라고 했습니다. 

1881년 6월 29일 수단지역에서는 이슬람 지도자인 무하마드 아마드가 자신이 이슬람교 구세주인 마흐디라 주장하며 영국 압제자들을 몰아내자며 반란을 일으켜 당시 영국총독을 죽이고 건국에 성공합니다. 물론 그의 주장은 독립에 성공하고 5개월 후에 본인도 장티푸스로 사망하고, 항상 주장하던 이사의 재림이 지금까지도 실현되지 않은걸로 봐서 거짓이겠지요. 

우리와 친숙한 사례는 동학농민운동일겁니다. 전봉준이 거병하여 관군과 전투를 벌일 때 동학농민군에게 궁을이라 써진 부적을 등 뒤에 붙이고 “시천주 조화정” 여섯글자 주문을 외치면 불사의 몸이 된다는 거짓을 퍼트려 게틀링 기관총과 화포 속으로 밀어넣었던 것도 그런 말에 속아넘어가서 죽어간 사람들 입장에는 기분 좋을 리가 없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생각하다 보면 놀랍게도 이런 거짓말이 사람들을 너무나 효과적으로 단결시켜서 한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효율성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런 거짓말을 퍼트리는 사람들의 지독하게 “합리적”인 판단에 다시한번 놀라게 됩니다. 

위의 상황들 모두 대적하고 있는 적군은 압도적인 병기와 훈련수준, 그리고 군율로 무장되어 있는 당대의 최고수준의 무력집단이었습니다. 그런 적을 격파하고 전술이나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쓸 수 있는 수단이라고는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죽어도 죽어도 물밀듯 밀려드는 파상공세 말고 딱히 취할 수 있는 옵션이 없습니다. 

그렇게 압제에 시달리던 노예들, 순박한 유목민이나 농민을 데리고 총과 포화에도 굴하지 않고 진군하는 병사로 빠른 시간 안에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거짓말”만큼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수단도 없습니다. 

게다가 한가지 더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절대적인 충성심을 가진 핵심지지자를 선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도자가 “해는 동쪽에서 뜬다”라고 주장한다면 추종자는 너나할 것 없이 그렇다고 찬동할 겁니다. 반면 “이제부터는 해가 서쪽에서 뜬다”라고 선언한다면? 이런 말까지도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충성하는 핵심 추종자를 선별할 수 있는겁니다. 

동학농민군도 우금치전투 이전에 있었던 황룡강변의 월평전투에선 개틀링포와 신식소총으로 무장하고 유리한 지형을 선점했던 관군 700명을 격파하는데 성공했었습니다. 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거짓말인가요?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저 또한 개신교인이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서 방편으로서 거짓말을 너무 잘 활용하고 있는 보수기독교단의 행태를 보면서 이런 사례들이 떠올라섭니다. 문제는 그런 거짓말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서 무조건 따르는 양떼같은 사람이 당장 제 주변에 많아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박정희신앙에 경도되어서 문재인 빨갱이를 외치며 틈만 나면 저를 전도하려드는 부모님들을 대해야 하는 제 신세를 생각하면 경중의 구분 없이 사람을 조정하려 드는 거짓말들에 항상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도 어쩔수 없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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