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그레이엄만큼 투자업계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이 없을겁니다. 그가 주창한 가치투자는 그가 왕성하게 활동을 하던 1920년대 뿐 아니라 지금에 와서도 적용되는 통찰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대공황을 거치면서 70% 손실을 내고 크게 흔들렸었습니다.
그레이엄의 핵심통찰인 안전마진도 대공황같은 폭락장에서는 목욕물에 아기가 휩쓸리듯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그 후로 주가가 대공황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에는 25년이라는 세월이 걸립니다.
게다가 그러한 폭락이나 폭등의 상황을 우리는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며, 통계적으로 볼 때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 그리고 강력하게 우리를 때린다는 사실은 항상 곤혹스럽습니다. 당장 11년 전에도 충격적인 대폭락이 왔었고, 미국 주식시장에 한한다면 지금도 어마어마한 강세장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폭락과 폭등의 타이밍에서는 투자자 개개인의 실력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초강세장에서는 자신을 대단한 천재로 착각하는 바보도 탐욕에 비례해 큰 돈을 만질수 있고, 폭락장에서는 벤저민 그레이엄 같은 가치투자자조차 나가 떨어지기 직전의 상황까지 몰리게 됩니다.
문제는 그러한 대격변의 가능성이 2019년 우리 주식시장에서도 충분히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당장이나 몇달 안으로 올 확률은 높지 않지만, 작금의 미중갈등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 것인가 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우리 주식시장을 초토화시킬 수도 있고 초대박을 내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확신할 수 있는건 미중간의 갈등은 단순한 무역갈등이 아니라 패권전쟁의 일환이라는 점, 이제는 몇년이 아니라 수십년 진행될 수 있는 사안이 되었고, 우리나라도 둘 중 어느 한 편에 서도록 강요받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불안과 걱정을 먼저 하는게 당연할겁니다. 중국이 이제부터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기술의존도를 줄이고 자체기술과 자국 부품의 비중을 크게 높이기 시작한다면, 지금까지 중국으로 막대한 중간재 수출을 하면서 먹고 살았던 우리 수출대기업은 점점 손익구조가 망가지기 시작할 겁니다. 그런 상황에 더해 세계적인 교역량의 감소나 미국의 경기침체로 불황이 지금보다 지속되는데, 이때문에 어쩔수 없이 금리를 낮추면 부동산이 폭등하기 시작하면서 부채문제가 걷잡을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2000선 깨지는게 문제가 아닐수도 있을테고, 지금 제가 들고 있는 계좌도 당연히 상처를 많이 받게 될겁니다.
반면,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수익과 성장을 거두게 될수도 있을겁니다. 중국과 우리나라가 겹치는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의 약진이 발목을 잡히고, 그 공백을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메울수도 있을겁니다. 중국의 경기부양에 우리나라가 수혜를 받을 가능성도 있고, 사드같은 봉쇄를 중국이 더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면 그것도 좋겠죠.
물론, 그런 가능성 자체는 냉정하고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중국의 경기부양이 내수소비가 아닌 화웨이등 우리와 경쟁중인 제조업체들의 기술 및 부품의존도를 줄이는 등 수입대체 위주의 제조업투자에 여전히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비도 애국심 마켓팅을 확대시킬거구요. 이건 우리 기업들에게는 치명적인 소식이 될 수 있지요.
어찌 되었든, 확실한 사실 하나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자신 만큼은 앞으로 우리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 그리고 내가 지금 들고 있는 주식이 어떻게 될 지 쥐뿔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일단 내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히 알아두고, 지금 하는 독서나 여러가지 공부들은 내가 정확히 뭘 모르고 있는 것인지를 발견해나가는 여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면서 초심자의 행운으로 쥐꼬리만한 수익에 자신감을 얻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고, 수익이 나면 강세장 덕분, 손실이 나면 내 탓을 하고 “뭘 고쳐야 하는지” 최대한 빨리 검토하고 고쳐나가는 자세를 견지해야 10년 20년 계속 투자를 지속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혀서, 주변에서 크게 수익을 내시는 분들의 소식에 휘둘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애초에 제가 생각했던 연 10% 수익률 목표도 지금같은 소액 운용시에나 쉽지 점점 투자금이 늘어나면 결코 만만한 목표가 아닐테니까요.
그나마 정기적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는게 이런 살벌한 분위기의 주식시장에서 멘탈을 잃지 않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절실히 체감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