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라면, 무릇 돈과 거리를 둘 수 있어야 한다는게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지론입니다. 돈과 거리를 둔다는게 무슨 청빈한 삶을 살라는 게 아니라, 돈이 인간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력에 자기 자신이 영향받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겁니다. 돈이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1. 돈이 비도덕적이라 매도하는 태도
이건 정의로움을 가장해서 돈을 질투하고, 돈 많은 사람을 질투하는 태도입니다.
2. 돈에 매료된 태도
사기꾼, 질시꾼(부자를 욕하고 증오하는 사람), 반대로 돈 많은 사람을 돈이 많다는 이유 하나때문에 존경하고 고개를 숙이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모두 돈의 위력에 매료되어 돈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겁니다. 절대반지에 매료되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추한 괴물이 되버린 골룸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돈에 단단히 매료되있지만, 정작 돈을 사로잡지는 못하는 경우죠.
이들은 언제나 돈의 매력에 자기 주관이 흔들리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가고 있을 때 뒤쫓아가는 건 할 수 있지만, 주가가 떨어지고 있을 때에 정면으로 맞서는건 도저히 할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3. 돈에 지나친 열정
돈에 매료된 사람들이 큰 돈을 만지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 사람들은 돈을 어떻게하면 모을지 잘 알거나 그럴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돈을 모으는 방법을 연구하고 버는 행위 자체에 큰 열정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돈이 모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돈을 모으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다보니 그게 올무가 되어 인생을 낭비하게 됩니다.
4. 돈에 집착
내가 돈을 가지고 있다, 소유하고 있다는 것에 집착을 하다 보니, 내가 이 돈을 잃을수도 있다는 상상 자체를 하는걸 무서워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입니다. 돈을 잃는 상상을 할 수 없기에 투자도, 위험을 떠안는 일도 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5. 낭비벽
돈을 함부로 쓰고 이른바 욜로족처럼 소비하는 사람들은 과연 돈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사람일까요? 처음 생각은 그렇게 돈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태도로 출발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돈을 써없애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쓸)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돈에 대해 독립적인 태도를 견지하지 못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강조하는 진정한 투자자가 가져야 할 돈에 대한 태도는 이러한 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충분한 거리를 두고, 다른 것을 추구하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다루되, 돈이 아닌 다른 가치와 기쁨을 추구할 줄 알아야 하는데, 바로 투자에 대한 “학문적 열정”을 추구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투자는 지적인 도전행위이며, 그러한 도전행위 자체에서 성취감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유희행위입니다. 코스톨라니가 인간을 Homo Ludens(놀이하는 존재)라고 규정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투자를 하면서 학문적 열정과 경험을 축적해가는 것에 대한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공백을 메우는건 돈 그 자체에 대한 매력이 되어 1-5번까지의 사례로 빠지기 쉬울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장이 많이 흔들리다 보니 자기 주관을 지키지 못하고 휩쓸리기 쉬운 분위기가 있지만,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책을 보면서 투자자로서의 초심이 이렇다는걸 다시 상기한다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예전 독서기록장에 메모해놓았던 내용을 옮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