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링크의 동영상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제 자신이 주식이라는 것에 근본적인 질문을 아직 해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상황이 어려운 때일수록 반드시 정리해놓아야 하는 개념인데, 많이 흔들리고 불안해 있는 제게 꼭 필요한 작업이 바로 그 질문을 던져보는 거겠더라구요.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사경인씨의 유투브 동영상인데, 이 영상을 보고 저도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1. 주식이란 무엇인가?
주식이라는게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해봅니다. 사람들은 보통 주식이라는 게 특정 기업을 일정부분 소유할수 있는 지분 증서라고 이해합니다. 즉, 주식이라는 것이 기업의 지분과 등가되는 일종의 “현물”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은 정확히 말하면 현물이라기 보다는 선물의 성격이 좀 더 강한 금융상품입니다.
왜 선물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말을 하느냐면, 주식이 현물이라고 규정했을 때 설명하지 못하는 모순된 현실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업이 장사를 너무너무 잘해서(?) 기업이 은행에 예금해놓고 있는 현금만 1천억원이라고 합시다. 이 때 주식이 “현물”이라고 한다면, 해당 기업의 주식의 가격을 합친 시총은 아무리 떨어져도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현금보다 낮을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기업들을 찾아보면 있을뿐 아니라, 그렇게 초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사서 장기투자를 하더라도, 이득은 커녕 점점 더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을 볼수도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면, 본질적으로 “기업의 이익”이 “주주의 이익(정확히 말하면 투자자의 이익)”과 항상 함께 가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식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해당 주주가 최대주주가 되어 경영권을 점유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얼마든지 이런 괴리가 일어날 수 있는 거지요.
2. 주식으로 돈을 버는 방법
이렇게, 기업의 이익, 내지 경영권 점유자의 이익이 주주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게 현실이라면,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이 돈을 버는것과는 상관없이 전혀 다른 방법을 통해 투자한 이득을 챙겨야 합니다. 재미있는건, 이렇게 주식 투자자가 이득을 챙기는 방법, 즉 게임의 룰은 매우 다양하다는 겁니다. 꼭 기업이 사업을 잘해서 이익을 창출하고, 해당 이익의 일부를 “배당”으로 꾸준히 주주에게 나누어주는 걸 기대하는 ”투자”만이 방법이 아닙니다.
주식이 가지고 있는 선물로서의 성격을 이용해서 공매도를 걸어서 이득을 챙기는것도 가능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아 테마주를 만들어서 거기에서 이득을 챙기는 것도 가능하며, 경영권 분쟁의 틈바구니에서 시세차익을 챙기거나 선물, 옵션을 통해 돈을 버는것도 가능합니다.
3. 주식은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
주식이 본질적으로 현물이 아닌 선물의 측면이 더 강한 데에는 주식이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에서도 근거를 찾을수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원자재(commodity)등은 100% 현물이기 때문에 제로섬 게임이 아니지만, 주식은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입니다.
도박판에서 누군가가 돈을 집에서 더 가져와서 판돈을 키웠다고 해서 누군가가 잃는 만큼만 따간다는 손익구조가 바뀌는게 아닙니다. 주식판에서 여기에 예외가 있다면 기업이 배당을 하거나 주식을 매입해서 소각하는 감자의 경우 밖에 없습니다. 대세 상승기에 모든 투자자들이 주식 상승으로 인해 차익으로 돈을 번다 하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주식을 들게 된 사람은 이익이 아닙니다. 손익이 미래로 이연되는 특성 때문에 사람들이 주식의 제로섬게임적 성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뿐입니다.
4. 투자와 트레이딩
그래서 주식엔 다양한 전략이 존재하지만, 크게는 배당수익을 기대하거나 기업가치와 가격의 괴리에 주목하든지, 아니면 아예 경영에 동참하는 것 같은 투자행위, 그리고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트레이딩 행위로 크게 나눌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판에서 이 둘을 칼로 자르듯 명확하게 나누는 것이 불가능하고, 이들이 서로 다른 판에서 따로 게임을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저같은 초보들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손절을 칼같이 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데 동시에 저가매수만이 진리라 말하는 사람도 있고, 더 당혹스러운건 계좌를 까보면 두 사람 모두 꾸준히 돈을 버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건 “지금 내가 투자와 트레이딩 중 무얼 하려는 것인지”에 확실히 정리가 된 다음에 그 방향에 맞는 조언과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못하면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방향을 잡지 못한채 여기저기 휩쓸리다 자기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호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5. 내가 호구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기준
여기서 저는 제가 지금까지 호구의 길을 착실히 밟아가고 있었구나 하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는데, 자신의 투자전략이 너무 준구난방으로 난잡해 있는데다 요즘같은 흔들리는 상황에서 감정적이고 섯부르게 의미없는 거래를 자주 하게 되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손절에 인색하면서도 크게 떨어지고 나서야 정리하는 일관성 부재의 실책이 많았습니다. 종목의 선정은 보수적으로 하면서도 가격변동에 너무 자주 눈이 가고 심지어는 손도 같이 가는 습관이 고착되는 것도 반성해야 했구요.
주식이 수익을 내주는 국면에서는 투자자인양 행동하다 지금같은 하락국면에선 트레이더를 가장하는 행동변화도 반성해야 했습니다. 결국 이런 식으로 원칙없는 행동은 호구를 자처하는것밖에 안되죠.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결국 1년3개월 동안의 누적수익은 거의 다 까먹은 시점이지만, 지금이야 말로 주식의 본질을 생각하고, 거기에 맞게 지금까지의 투자습관을 재조정하는 계기로 삼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