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인 회계사가 쓴 재무제표 관련 서적인데, 절반정도 읽고 있습니다.
1.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분들
코스닥 주식이나 소형주에 투자를 하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분들, 테마주에 관심이 있거나, 어떤 종목에 투자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데 며칠 정도만 생각하고 빠르게 판단하시는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더불어서 투자경력이 오래된 고수분이나 재무제표를 좀 볼줄 안다고 자신하는 분들도 읽어보시면 도움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책 안에서도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재무제표를 잘 알고 있다는 것과, 재무제표를 가지고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전혀 다른 말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재무제표라는 것 자체가 투자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투자 고수분들도 꽤 있는게 현실인데, 따지고 보면 그 또한 맞는 말입니다. 재무제표, 요즘 말로는 재무상태표는 해당 기업의 과거와 현상황을 잘 보여주는 정보이긴 하지만, 그런 기업의 과거와 현재가 앞으로의 미래까지 알려주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주식투자를 하려면 기업의 미래에 배팅하는 행위이니 재무상태표를 읽는게 투자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도 어떤 관점으로는 맞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재무상태표가 곧바로 해당 기업의 미래를 강하게 보여주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은데, 다름아닌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와 같은 이벤트를 앞둔 기업들을 가려내는 데에는 재무상태표만큼 확실한 정보가 없습니다. 사경인 회계사가 쓴 이 책이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부분도 이런 폭탄 찾아내기입니다. 사실, 저도 소형주를 참 좋아하고, 하락장 동안 삽질을 거듭하면서 종목이 많이 줄어들어있는 제 포트폴리오에서도 소형주가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의아해 했던게 “아니, 저런 대놓고 쓰레기 주식들의 재무상태표를 보면서 왜 저렇게까지 머리 싸매고 고민하면서 봐야 하는거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3년 연속 적자가 나거나 실적이 해마다 들쭉날쭉한 기업들, 대표이사가 빈번하게 바뀌는 기업들,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을 밥먹듯 하는 기업들은 구태여 주의깊게 보려고 하지 않더라도, 재무상태표를 슬쩍 훑어보기만 해도 그런 조짐들은 숨기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절반 넘는 분량을 할애해서 장황하다고 해도 될만큼 친절하게 풀어가면서 길게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 부분인가 의아하더군요.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이 저 처럼 처음부터 실적이나 재무지표들을 가지고 스크리닝을 하는 접근법이 아니라 소문이나 주변 사람들의 추천을 듣고 투자를 결정하는 분들,,, 또는 퀀트 투자처럼 가치중립적으로 100% 숫자를 가지고 투자하는 분이라면, 이런 친절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핵심을 짚어주는 책이 도움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 회사의 의도를 알아야 숫자가 보인다.
코스피건 코스닥이건, 소형주나 대형주건 간에 경영이 한계에 다다라서 더이상 상장주로 남아있기 어려운 종목은 언제나 일정비율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종목들이 결국 상장폐지가 되고 퇴출이 되더라도 그것이 코스피나 코스닥 지수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내일 갑자기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주식이 무슨 비리가 터져서 곧바로 거래정지가 되고 상폐가 된다 해도 코스피지수는 아무런 변동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스피지수로만 보면 코스피가 출범한 이래로 꾸준히 연평균 9%정도의 성장을 계속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상장폐지를 당해 흘렸던 피눈물이 숨어있는 겁니다. 이건 역으로 말해서 상폐나 거래정지 같은 폭탄만 잘 걸러낼 수 있어도 높은 수익과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 책의 가치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런 폭탄종목들의 경영진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어떤 편법을 써서든 퇴출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업그레이드 되는 규제들에 맞추어 탈법과 편법의 경계를 오가는 꼼수들도 계속 진화하고 있죠. 그렇기에 “과거에 이런 패턴이 있었으니 이 패턴을 잘 봐라”는 식의 단순암기식 학습은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회사의 의도를 의심하는 태도이고, 이 책 또한 그렇게 회사의 의도를 의심하고 간파하는 태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3. 결론 : 자만하지 않게 도와주는 책
결론적으로 굉장히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앞부분의 투자하면 큰일나는 폭탄 걸러내는 방법들을 읽으면서 나름 책 여러권 보면서 재무상태표는 공부 했다고 자만했던 제가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내용들 보면서 자만하지 않게 도움이 많이 되었던 점도 좋았고, 나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회계사들 조차 (투자를 위한)재무상태표 제대로 볼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나름 충격을 받았던 부분입니다.
저자가 책 속에서 “이 한권의 책을 구상하고 써내는데 7년의 세월이 녹아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게 충분히 공감이 되더군요. 재무상태표를 잘 모르는 (저 포함)초보 투자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투자를 하는 내내 곁에 놓고 종목 분석 할때마다 참고하는 지침서 노릇을 해도 되는 가치있는 책입니다.
제가 그동안 읽었던 재무상태표 관련 서적들 중에서는 단연 top 이라고 평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