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odbbang.com/ch/15781?e=23166255
가장 무시무시한 비관론은 끔직한 미래상을 자극적으로 표현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 비관론은 오히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봐도 현실성이 결여되있다는 게 보이기 때문에 심드렁한 넋두리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예전 미네르바 헤프닝때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정말로 끔직한 비관론은 얼마 전까지도 합리적인 태도로 정확히 현황을 분석하여 많은 사람들이 비관론에 빠져있을 때 낙관론을 펴서 적중시켰던 실력있는 전문가가 이번에는 담담한 목소리로 비관적인 미래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여러가지 객관적인 근거들을 가지고 전망할 때가 훨씬 더 소름 돋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비관론일 겁니다. 게다가, 그 전문가가 단지 비관적인 전망만 낸게 아니라, 자신의 시나리오에 근거해서 특정 투자상품들에 투자해서 이미 상당한 투자수익을 거두고 있는 중이라면 그야말로 terrible한 비관론이라 할 수 있을겁니다.
어제 팟캐스트 신과함께에 출연한 김영익 교수의 전망이 바로 그런 비관론의 정수, essence of pessimism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 중 나오는 많은 데이터들은 누구나 금방 확인할 수 있는 공개된 통계수치들이고, 그런 데이터들을 합리적인 논리전개를 통해 인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결론은 누구도 쉽게 반박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와 달리, 미국 주식은 경기지표들(미국 산업생산, 소매판매, 비농업고용지표)에 선행하는게 아니라 동행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 후 취해진 법인세 인하조치로 인해 경기지표들 대비 S&P500지수가 20% 이상 고평가되어있는 상황이며, 이는 과거 IT거품 때보다도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는 그의 주장을 데이터를 가지고 반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거품이 끼여있다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이미 돈(유동성)이 돌고 있는 속도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통화유동속도), 역사적으로 이런 경제상황에서 미국은 언제나 달러화가치를 과격하게 떨어뜨리는 선택을 해왔고, 이는 뒤이어 유럽과 일본의 환율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교훈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점입니다. 그렇게 선진국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트리고 유동성을 공급해도, 그 돈이 서민에게 가지 않고 자산가격만 늘려왔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수요가 늘지 않아 역설적으로 디플레 위험에 위협받고, 기업이익의 증가율은 계속 둔화되는 매커니즘도 두려운 현실입니다.
이 상황에서 세계경제를 이끌어줄 견인차역할을 했던 중국도 더이상 여유가 없습니다. 중국기업부채의 80%가 은행에서 직접 차입한 형태라는 부실위험이 해결되기 어렵고, 중국정부의 외환보유고까지 빠르게 줄면서 미국 국채를 팔아 자금을 조달하지 않으면 위안화를 방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 달러가치는 훨씬 더 빠르게 떨어짐과 동시에 지금 2.7%에 불과한 금 보유비중(외환보유고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려면 금을 계속 사야 하는 상황 때문에 금값이 더 크게 오를수 있다는 예상도 생각해봐야 할 게 많습니다.
———
생각해봐야 할 점들
그런 비관론의 정수를 계속 듣고 있으면서도 그런 논지 안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할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청취시간 내내 유익했었습니다. 어떤 점들에 주목을 했는지를 풀어보면 이런 것들입니다.
1. 금이 앞으로 4-5년 상승할 전망이고, 김영익교수도 금etf에 투자해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조정을 받으면 더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기다리고 있던 조정국면이 안오고 있습니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국채던 금이던 과열국면에 가까워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2. 중국이 이제 2020년에 한번 크러쉬가 오고 나면, 소비중심국가로 변모할 것이라는 예측, 구매력 기준으로는 이미 중국이 미국의 GDP를 추월한 상태라는 데이터를 말하는 대목에서 고민이 되더군요. 한번 크러시가 오면 투자중심 성장이 불가능할테니 중국의 거품이 그만큼 크니 더 처참하게 꺼지는 단계로 가는게 자연스러울텐데, 반대로 미국과 같은 소비중심국가로 변모할거라는 예측이 납득이 잘 안가더라구요. 물론, 중국의 경제규모와 군사력, 동아시아에서 패권적 지위를 생각하면 마냥 후진국으로 쪼그라들 일은 없을테고, 외국자본의 투자가 그래도 중국 말고는 활성화될 곳이 얼마 없겠다는 걸 생각하면 김영익교수와 같은 예측이 전혀 근거없는건 아닐겁니다.
이 부분은 좀 더 공부를 많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 김영익교수가 2007년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세우며 주식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던 때를 돌이켜보면 생각해야 할 점이 분명 존재합니다. 경제 펀더멘틀은 그렇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음에도, 주식은 그의 예측과는 달리 그 다음해인 2008년 가을쯤이 되어서야 완연한 하락을 시작했죠. 그 사이에 그가 받았던 비난과 조롱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을겁니다. 저같은 투자자들은 단지 욕만 먹고 말게 아니라 돈을 걸고 투자든 투기든 경제활동을 해야만 하는 경제주체들입니다. 당연히 1년이 넘는 시차는 어마어마한 간극입니다.
4. 김영익교수의 예측도 어디까지나 미국의 경기확장국면이 이제 그치고 하락반전한다는 전제 위에 성립되는 예상입니다. 미국의 경기확장국면이 계속 지속된다면, 그의 이런 비관론도 원인무효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중국 경제가 호조세로 반전되어도 같은 이치에 의해 비관론은 수정되어야만 하지요.
지금같은 분위기에 그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하실지 모르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겁니다. 경제는 정치적인 이벤트에 의해 얼마든지 경로가 수정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급하면 미국과 중국이 지금같은 대결구도를 계속 이어갈 수 없습니다. 중국 입장에서건, 미국 입장에서건 대화와 협상은 절실합니다.
원래 전쟁과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는 국면은 경기순환 국면 중 상승국면입니다.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폭발하는 경제력을 투사할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무력까지 동원해서라도 상대와 기꺼이 경쟁할 동인을 가지는 국면이 다름아닌 상승국면이죠. 미국이 경제가 쪼그라드는 와중에 전쟁을 벌인 역사가 없는걸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선진국이 벌이는 환율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율전쟁은 상대를 쓰러트리기 위한 전쟁이 아닌,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전쟁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환율전쟁은 끝을 내고 서로 손잡아야 하는 시점이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5. 김영익 교수가 추구하고 있는 투자상품들의 목표수익율이 금리의 3배 수준 정도라는 걸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크게 대박을 원하는게 아니라 꾸준히 시장금리의 3배면 만족한다는 선에서 상품을 설계하고 있다는 말에 저는 가장 큰 울림을 느꼈습니다. 지금 시장금리가 2%대이니 8%이상 수익률만 올리면 무슨 투자를 했던간에 성공적인 투자인겁니다. 지금 주식 투자시작한 후 누적수익률이 10%를 조금 넘긴 상태고, 1년 수익률로 치면 6%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더 바랄게 없는거죠. 지금부터 올리는 수익은 어디까지나 덤이라고 생각해도 되는겁니다.
어차피 내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은 꾸준히 영업이익, 순이익 계속 증가하고 있는 종목 아니면, 지금부터 실적이 크게 좋아질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입니다. 그럼 뭐가 걱정인가요? 경제가 안좋아진다고 해서 실적이 떨어질 종목도 아니고, 미국이 어떻든 일본이 어떻든 영향받는 종목도 아닌데 문제가 없는거죠.
결론적으로 김영익교수의 이러한 비관적 전망은 말 그대로 비관론의 정수이자, 그 안에서 소수의견의 단초와 희망의 싹을 엿볼 수 있는 지침서 역할도 동시에 기능할 수 있는 좋은 참고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