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호황

디플레이션이라는 말은 전반적으로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호황이나 불황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디플레이션이 불황과 함께 오는 경우도 있고(ex. 대공황), 디플레이션이 호황과 함께 오는 경우도 있는데 미국은 19세기 내내 그런 디플레이션 호황이 계속되었습니다.

1800년에서 1900년까지 미국의 인구는 400만에서 8,000만으로 늘어났고, 미국 경제의 실질성장률은 100년 내내 연4%를 지속해서 세계 최대의 산업강대국으로 등극하는 등 성장과 호황을 지속했지만, 그 동안 일차산품 가격지수는 절반으로 추락했고, 장기금리도 하락해서 연방정부 채권의 수익률은 8%에서 2%로 떨어졌습니다. 농산품 뿐 아니라 주요 제조물인 철강 가격 또한 80%나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급속한 경제팽창과 가격하락이 동시에 일어난 이유는 급속한 기술개발과 생산성향상, 노예의 수입을 통한 노동력의 확보, 그리고 인디언 학살을 통한 영토와 자원의 갈취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최근까지 선진국 경제는 중국이 어마어마한 디플레이션을 수출해왔던 덕분으로 제조물의 디플레이션 덕에 그토록 많은 유동성 투입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에 떨지 않아도 되었는지 모릅니다. 물론, 달러의 위세로 인해 매우 싼 가격으로 원유와 농산물을 수출할 수 밖에 없었던 제3세계 국가들의 희생도 분명 이런 디플레이션 성향에 한몫 했을겁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긍정적” 요소들로 인해 일차산품 및 제조물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 자체는 경제에 나쁜 현상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런 디플레이션(또는 인플레이션)이 호황에 의해 발생한 것이냐, 아니면 불황에 의한 결과물이냐 여부일겁니다. 물론, 말은 호황이라고 해도 그 기간 안에는 수많은 파국과 금융위기, 공황과 같은 파고가 존재했습니다. 반대로, 수십년을 이어가는 다운 사이클 안에서도 주식의 폭등이 호황기 때보다도 훨씬 자주 발생했었다고 합니다.

결국 콘드라티예프 주기 같은 수십년 주기의 장기 싸이클은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일차산품, 내지 제조물과 같은 상품의 가격 사이클로 이해하는게 훨씬 더 정확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기술혁신이나 거대한 국가나 인구의 시장편입과 같은 거대한 배경에서 출발한 일차산품이나 제조물의 장기가격추세 안에서 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고, 또 그 안에서 주식시장은 더 짧고 빈번하게 하락과 상승, 버블과 폭락을 반복하는 식으로 장기 싸이클과 단기 싸이클을 이해하는게 투자자에게 더 합당한 이해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따지고 보면, 지금은 장기 사이클로는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이 한계를 드러내가고 있는 국면입니다. 동시에 일차산품의 가격에 있어서도 셰일가스의 신규유입으로 인한 유가하락 추세가 더이상 진행되기 어려운 국면이구요. 상품 가격추세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이제는 장기적인 하락국면에서 상승국면으로 전화하려는 직전의 상황이라고 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중국발 디플레이션 호황의 마지막 국면이 지금일수 있다는 겁니다.

그동안 어마어마하게 풀려있던 유동성도 과거 대공황이나 일본 버블붕괴와 같은 부채붕괴를 일으키며 디플레를 일으키기 보다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각국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부채 때문에 제대로 금리를 올릴 수 없어 대응하기 어려운 쪽으로 위기가 전개되는 시나리오가 훨씬 더 유력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즉, 이제부터는 디플레가 아니라 인플레를 훨씬 더 무서워해야 하는 국면이 도래할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할 수도 있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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