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효성첨단소재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국내 유일의 탄소섬유 제조업체로 한일 무역분쟁 테마주로 한때 크게 올랐던 기업으로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테마가 약발이 다하고 예전 가격으로 떨어진 지 꽤 지난 상태이고, 워낙에 오너 부자들의 경영행태가 문제가 많아서 계류중인 소송도 여러개인 상태인지라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주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관심을 가진건, 이 회사의 주력상품인 타이어코드의 원재료가 되는 석유합성물과 스틸코드가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원재료 가격 하락에 더해 suv 붐이 일면서 타이어 크기가 커지면 주요 제품인 타이어코드의 수요는 자동차산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선방하든지, 아니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사업보고서와 웹서핑을 하던 중에, 묘한 우연인지 오너 아들이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뉴스와 함께 3분기 실적이 적자로 전환되어 발표된것이 겹쳐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주가가 어제 오늘 연속으로 떨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오너 아들의 검찰소환 보다는 믿고 기대했던 실적 호조가 나오지 않고 오히려 떨어진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알려졌던 것처럼 미쉐린과의 거래보다도, 중국 자동차/타이어사들과의거래규모가 상당히 컸던건지, 최근 중국 거래처의 경영악화로 인해 미수금이 크게 발생해서 실적이 악화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주력제품인 각종 타이어코드들의 가격도 예상과는 달리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중국쪽의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렇게 요 며칠동안의 수고가 헛수고가 되기는 했지만, 사업보고서를 보면서 흥미로운 점이 있더군요. 재무제표에수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활동 현금흐름” 항목에 흥미롭게도 “배당금” 항목이 나옵니다. 그것도 200억원이 넘는 상당한 액수입니다.
주석에서 보면, 자회사인 hyosung vietnam co. 에서 배당을 한 돈이라고 간단하게 설명이 나오죠. 왜 자회사가 돈을 벌었는데, 연결 재무제표로 실적을 연계시키기 보다는 모회사에 배당금의 형태로 돈을 주는 내부거래를 했을까요?
사업보고서 안에 나와있는 종속기업 현황을 보면, hyosung vietnam co. 의 지분율이 71.8% 라고 되 있습니다. 재미있는건, 다른 종속회사들은 하나같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 hyosung vietnam co. 만 지분관계가 70%만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이 hyosung vietnam co.만 배당을 해서 모회사인 효성첨단소재에다 배당을 줬단 말이죠. 그럼 생겨나는 궁금증이 왜 7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배당을 하게 만들어서 배당금이 누수되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나머지 지분은누가 가지고 있는지 두가지가 생겨나지요.
나중에 알게된 게 나머지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건 지주사인 (주)효성이었습니다. 즉, hyosung vietnam co.의 배당금을 모회사인 효성첨단소재의 주주들에게 한푼도 뺏기지 않고 고스라니 지주사에게 전달하는 경로가 만들어진 거죠.
오너 일가친척들의 지분율이 지주사는 50%가 넘습니다. 효성첨단소재에서의 오너 일가 지분율은 20%정도구요. 당연히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지주사만 배당을 해주는게 다른 투자자나 소액주주들에게 돈을 조금만 내줘도 되니 훨씬 유리한 거죠.
애초부터 그러려고 지주사로 인적분할 할때부터 부채를 효성첨단소재에 몰아넣어서 부채비율을 400% 넘게 만들어놓고, 그걸 핑계로 배당을 안해왔던 거죠. 이런 식으로 지주회사 만들 때부터 설계를 했다는 걸 보면, 설령 효성 첨단소재가 실적이 좋게 나와도, 주주들에게 충분한 배당을 해줄거라는 기대는 버려야 하는 거죠.
이렇게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사업보고서의 어떤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지 공부해 가는 재미가 쏠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