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시장의 마법사들”이 준 교훈

직장에서 일이 크게 늘어나서 책 읽는데 허락되는 시간과 체력이 크게 줄어들어 있습니다. 거기에다 최근 종목 발굴을 시도하려고 종목들을 살펴보기까지 하다 보니, 몇 주 전부터 읽고 있던 “시장의 마법사들”이라는 책을 절반도 채 못읽고 있는 일종의 슬럼프에 빠져있는 중입니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유명한 트레이더들의 인터뷰를 모아놓은 이 책을 읽다 보면, 트레이딩도 수많은 방법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기술적 분석이나 프로그램 매매에 99% 가까이 의존하는 사람들 부터, 기술적 분석은 거의 의존하지 않으면서 기본적 분석을 중요하게 사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술적 분석을 하는 방법도 다양해서 전형적인 “추세추종 전략”에 메달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추세추종으로는 절대 돈을 벌 수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장기추세가 변하는 변곡점 근처에서 포지션을 잡아야 돈을 벌 수 있다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위험관리를 하는 방식도 정말 다양하다는 겁니다. 추세가 제대로 형성되기까지 기다려서 들어가며 조금만 추세가 꺽이는 신호가 나오면 바로 빠져나오는 방식, 변곡점 근처에서 딱 두 틱만 움직여도 거금을 들어갔다가, 그게 대세상승의 초반이 아닌걸로 드러나면 곧바로 손절하고, 또 두 틱정도 추세반전의 기미가 보이면 들어갔다, 아니면 또 손절하고,,, 이러기를 다섯번 열번 반복하면서 추세반전의 초입에 포지션을 잡으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해당 매매에서 10%의 손실이 오면 무조건 기계적으로 손절하고 한동안 매매를 안하고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20종류 이상의 포트폴리오 분산을 통해 특정한 매매로 인한 손실이 5% 이상 나지 않게 위험을 관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트레이더는 장기 추세에 대한 “확신”이 들었을 때 손절이고 자시고 무조건 최대한의 레버리지를 동원해서 용기있게 포지션을 고수해서 떼돈을 번 트레이더도 있습니다. 반대로, 어떤 트레이더는 그렇게 기본적 분석을 통해 확신했던 첫 매매가 처절하게 실패한 다음부터 자신의 느낌이나 판단을 배제한 채 기술분석과 프로그램매매로 큰 돈을 벌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각양각색의 다양한 전략과 기법을 말하는 여러 트레이더들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맥락이 있는것 같습니다.

첫째는 수익의 극대화 보다는 위험관리가 훨씬 더 중요하며, 자기 자신의 생각과 시장의 가격흐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거나 자신의 포지션에 의리를 지키면 안된다는 ”겸손함”에 대한 강조입니다.

왜 트레이더들이 이렇게 공통적으로 시장에 대한 겸손함을 체화시키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짐작이 갑니다. 트레이더들 답게 빈번하게 매매를 하다 보면 당연하게 자신의 생각이나 예상, 또는 세워두었던 포지션이 매우 빈번하게 틀린다는 걸 몸으로 느끼기 때문일겁니다. 그러한 반복되는 어리석음과 오판, 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일단 “살아남는” 방법을 궁리해서 세워놓아야지 그러지 못하면 순식간에 쓸려나갈 수 밖에 없는 거겠죠.

두번째는 각자 참여하고 있는 시장의 특성에 맞춰 최적화된 생존전략을 세운다는 점입니다. 추세추종 전략이 이미 대세가 되버린 시장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래량이 충분히 살아있는 변곡점 부근에서 주로 승부를 걸거나, 역추세추종 전략을 쓰던지, 프로그램을 매번 업데이트 하고 자신의 판단을 더 엄격하게 배제하는 등 다양한 생존전략을 개발해서 적응한 사람이 승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정부의 개입과 조작이 빈번한 채권시장과 같은 곳에서는 정부가 어떻게 움직일수 밖에 없는 상황인지를 판단해서 미리 준비하기 위해 경기상황 같은 기본적 분석에 정통한 트레이더가 크게 승리할 수 있었구요. 어떤 트레이더는 취미(?)로 주식을 하는 경우에는 자기같은 꾼들이 대규모 거래량을 일으키며 펀더멘틀을 흐리기 쉬운 대형주는 얼씬도 하지 않고 소형주만 거래하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다양한 지수를 추종하는 etf나 etn, 시총이 몇조 이상 되는 대형주들을 거래할 때와 거래량이 너무 작아 공매도도 잘 되지 않는 소형주를 거래할 때는 전혀 다른 매매원칙을 가져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대형주나 금리,환율 등 각종 지수에 연동되는 etf를 투자할 때에 펀더멘탈보다 수급상황과 같은 기술분석이 훨씬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렇게 트레이더들에 관한 책을 읽어가면서 개인적으로 결심한 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어떤 종목이나 etf를 투자하느냐에 따라 전략과 대응이 다 달라져야겠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열종목 스무종목씩 분산투자를 할 상황은 아니니 최소한 분할매수와 손절원칙만큼이라도 확실하게 지키는 투자를 하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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