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뭐에 씌웠는지, 충동구매를 하면서 제법 많은 런닝화를 구입해서 신어보고 있습니다. 신발이라는게 사람마다 호불호가 다 다를수 밖에 없지만, 대충 연습용 런닝 목적으로 선택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제 경험이 도움되기를 바라며 장단점을 써보겠습니다.
1. 나이키 프리런 시리즈
장점 –
원래 만들어진 목적처럼 가볍고, 편합니다. 밑창이 높지 않고, 맨발로 땅을 밟는듯한 느낌이 좋지만, 가장 결정적인 장점은 다른 데 있습니다.
런닝을 하면서 착지를 한 다음 발을 땅에서 떼는 단계에서는 발가락과 첫번째 중족골 골두(1st metatarsal bone head) 부분만 땅에 닿아있고, 발바닥의 나머지 부위와 발꿈치는 땅에서 떨어지게 됩니다. 신발을 신게 되면 밑창이 다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이 움직임이 방해를 받죠. 특히나 발의 앞부분으로 착지를 하면서 달리는 경우에는 달리는 과정 대부분에서 발가락이 발등쪽으로 구부러져 있어야 합니다. 이 때 신발 밑창이 필요에 따라 부드럽게 구부러지면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데, 프리런 시리즈가 가장 부드럽게 밑창이 움직입니다.
단점 –
밑창이 잘 구부러지는것 까지는 좋습니다. 지면을 느끼게 해주고 안정감을 주는것 까지도 좋은데, 문제가 충분한 두께와 푹신함이 없습니다. 특히나 제대로 안정적인 달리기 자세가 정착되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100미터만 뛰어도 바로 무릎이 아퍼지기 시작할 정도로 충격흡수가 잼병입니다. 원래 만들어진 목적이 충격흡수가 주된 목적이 아니긴 하지만, 너무 심한게 아닌가 싶어요. 이거 사서 2년정도는 정말 잘 신고 다녔는데, 보도블럭과 아스팔트에서 런닝을 주로 뛰기 시작한 요즘에는 쓸 수 없어 방치되고 있습니다.
2. 나이키 조이라이드 플라이니트
장점-
전에도 사용기를 썼던 적이 있는데, 충격흡수능력은 이게 갑입니다. 어떤 자세로 달리기를 해도 아프던 무릎이 전혀 아프지 않을 정도입니다. 초보 런너들의 훈련용으로 이만한게 있을까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점-
플라이니트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니트소재라는게 꽤나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봅니다. 중창의 특성상 충격흡수를 잘 해주는 대신,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데는 약간 부족함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니트소재의 갑피는 그런 흔들림을 더 조장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밑바닥과 발볼이 생각보다 넓지 않은 상태에서 니트 소재의 갑피가 발바닥의 일부까지 함께 둘러싸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발의 흔들림을 잘 잡아주지 못하는게 더 불안한 느낌을 조장합니다.
아웃솔의 내구성도 좋지 않습니다. 20키로정도 뛰었는데, 무게를 받는 부분은 벌써 바닥면의 돌기부위가 갈려서 높이가 많이 줄어들어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호소하듯이 발볼이 너무 좁아서 한치수 내지 두치수 큰 신발을 골라야 하고, 이게 또 착화감에는 치명적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중족골 골두 부분을 받쳐주는 쿠션이 착화감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부위를 받쳐주는 쿠션의 위치가 너무 큰 치수의 신발에서는 필요한 곳보다 훨씬 앞쪽, 즉 발가락 쪽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면 도약을 하려고 무게중심을 발의 앞쪽으로 모을 때 쿠션이 디딤판이 되는게 아니라 걸림돌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단순히 발볼이 좁으니까 큰 치수로 신으면 된다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당연한 거지만, 니트 갑피의 내구성도 불안합니다. 엄지발가락이 좀 크고, 발톱이 두꺼운 편이라 더 걱정됩니다. 여기에 더해 니트 갑피가 발을 고정해주는 필요한 부분만 감싸는게 아니다 보니, 발가락이 불편합니다. 불편하고 갑갑하기만 한게 아니라 발가락에 굳은 살이 생겨서 아퍼요.
3. 나이키 에픽 리액트, 에픽 리액트2
장점-
가볍고, 착화감 나쁘지 않고, 쿠션감도 나쁘지 않습니다.
단점-
내구성,,,, 달리자마자 깍여나가는 미드솔은 다들 아시는거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미드솔의 형태가 변합니다. 앞부분이 약간 들려있는 모양이 사라져서 평평해집니다. 쿠션감도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딱딱해져요. 에픽 리액트2가 착화감이 1보다 나아지기는 커녕, 더 안좋아진 느낌입니다.
발뒷꿈치를 받쳐주는 뒷굽 높이가 런닝화 치곤 너무 높습니다. 발 뒷꿈치로 착지하는 런너들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는데, 가운데나 앞부분으로 착지하는 경우에는 묘한 불편감을 선사합니다.
실제로 신고 뛰어보면 생각보다 무릎에 충격을 주는 편입니다. 프리런 5.0만큼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무릎에 데미지가 쌓이는 느낌이 듭니다.
4. 나이키 에어줌 보메로
장점 –
없음, 굳이 있다면 디자인? 그리고, 페가수스 보다는 발목을 잘 잡아주는거?
단점 –
이거 신고 바로 빡친게, 밑창 부분의 돌기,,,, 두번째와 세번째 중족골 골두 정도의 위치에 밑창 부분이 단단한 돌기가 튀어나와있습니다. 걸을 때마다 이 튀어나와있는 돌기 부위가 계속 발바닥을 누릅니다. 아마도, 한치수 큰 신발을 샀다면, 이 돌기가 위치하는 부위가 발가락 바록 뒷쪽에 위치하게 되면서 달릴 때 발바닥이 덜 움직이게 잡아주는 기능을 해줄수도 있을듯 한데,,, 정사이즈로 주문했더니,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계속 발바닥을 누릅니다. 내가 뭐 지압신발을 산것도 아니고,,,
리액트 폼이 딱 그 부위에서 둥글게 뭉쳐져있는 거 같은데 극혐,,,, 사놓은 신발이 딱 이거 하나라면 어떻게든 열심히 신고 다니면서 돌기 부위를 부드럽게 만들어놓으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내가 왜 그런 수고를 돈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음.
5. 나이키 에어줌 페가수스
장점-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 가볍고, 갑피도 아슬아슬하게 발을 잡아주기에 충분한 정도를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얇습니다. 통기성 좋고, 뭣보다도 저처럼 달릴 때 발의 앞부분으로 착지하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형태로 발을 잡아줍니다. 맨발로 꼽발을 딛으면서 달리라고 하면 힘들겠지만, 이 신발로는 어렵지 않은게 발바닥의 앞쪽을 받쳐주는 쿠션이 얇으면서도 충분한 충격흡수를 해주는 줌에어 중창이 발의 앞쪽에까지 놓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놀라운게, 지면에서 발바닥까지의 거리, 즉 쿠션의 두께가 그렇게 얇은데도(프리런 5.0보다도 더 얇다고 느낍니다), 충격흡수가 만족스럽습니다. 요즘 새로운 형태의 미드솔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딱히 에어줌 미드솔보다 낫다고 말을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얇기 대비 충격흡수량을 생각하면 더 낫다고 생각할만한 중창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얇은 쿠션이라는게 중요한게 뛰다가 잘못해서 발목을 접지르는 일을 예방해줍니다. 그리고, 지면 상태를 느끼면서 달리는 재미를 줍니다.
뭣보다 가장 중요한 장점은 가성비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8만원대에 인터넷에서 구할수 있는 신발들 중에 런닝에 이만큼 좋은 성능을 가진 신발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사본 신발들 중에 가장 만족하고 있는 신발입니다.
단점-
발의 뒷쪽, 즉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으면서 달리는 경우, 쿠션감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발뒤꿈치를 받쳐주는게 아니라 푹 꺼져있는데, 이게 전족부 착지를 하는 런너에게는 장점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적응이 잘 안될수도 있습니다.
발목 부위를 튼튼하게 잡아주면 좋은데, 경량화를 신경써서 그런지, 그 부분은 아쉽습니다.
6. 나이키 줌 페가수스 터보2
장점-
궁극의 쿠셔닝, 최고로 가벼운 무게, 생각보다 괜찮은 내구성과 접지력의 아웃솔(밑창), 디자인,,, 결국 러닝할 때는 이거 말고 다른 걸 신기가 어려워집니다. 푹신푹신하면서도 발을 잡아주는건 제대로 다 잡아주고, 오랫동안 뛰어도 무릎이 안아프고, 전족부부터 착지를 해도 충분한 충격흡수를 해주는 미드솔 설계,,, 안 신어보신 분들은 매장에서 신어보지만 말고, 사서 뛰어보세요. 후회 안합니다.
단점-
가짜가 너무 많이 돌아다닌다. 저도 한번 당했습니다. 정말 진짜하고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신어봐야 구분이 갑니다.
갑피가 너무 얇고, 신축성이 없습니다. 신고 벗을때마다 신발끈을 매번 풀고 조이고 해야 합니다.
가격이 부담스럽다.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신기 불편할거 같음,,,, 그래서 터보 쉴드가 나왔다는데 가격은 그렇다 치고 디자인이 심히 부담스러움.
7. 아식스 젤 님버스 20
장점-
푹신하면서도 오래 뛰어도 무릎이나 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적절한 쿠셔닝
부담없는 가격과 내구성, 충실한 기본기
단점-
저처럼 전족부 착지를 하는 경우에는 불편함을 느낍니다. 신발 밑창이 잘 구부러지지 않고, 오히려 안정감을 위해 지지 구조물을 넣어놨거든요. 이 신발을 신는 동안에는 그런 불편함 때문에 저절로 발 뒷꿈치부터 착지하는 일반적인 런닝자세로 돌아가게 됩니다.
아식스 카야노에 비해 발볼이 넓지 않고, 발가락 공간이 좁음. 정사이즈로 신을때 엄지발톱이 갑피에 쓸림.
8. 아식스 젤 카야노 25
장점-
런닝화에서 기본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줌.
원래 발볼이 넓고 편한 신발로 유명한데, 발가락 부위의 공간이 옆으로도 넓지만, 위쪽으로도 공간이 여유롭습니다. 말 그대로 발가락이 자유자재로 움직입니다. 신으면서 발이 상쾌하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유일한 신발이라 생각합니다. 발목을 감싸주는 부위도 두껍고 푹신하게 잘 만들어져 있고, 발 뒷꿈치 잡아주는 부위도 튼튼하기 그지없습니다. 뭣보다도, 전족부쪽의 쿠션감이 예술입니다. 나이키 줌 페가수스에서 느꼈던 감동과 같이 얇으면서도 충분한 충격흡수를 제공하기 때문에 지면을 느끼면서도 충분함을 넘어선 쿠션감을 느끼게 됩니다. 나이키나 다른 회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쿠션의 반발력이 없음에도, 그런 반발력이 그렇게 중요한 성능이 아니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점-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굳이 따진다면, 나이키 줌 페가수스 터보2를 산 다음에 이걸 사서, 실제 런닝에 활용을 잘 못하고 있다는 점 정도,,, 하지만, 겨울철이 되면 둘 사이에 활용빈도가 뒤바뀔거라고 예상합니다.
9. 브룩스 글리세린 17
장점-
쿠셔닝,,, 브룩스 글리세린 17을 산게 이틀 전인 저번주 토요일인데, 이제는 나이키 리액트 제품군은 안사게 될거 같습니다. 리액트 폼보다 더 좋은 쿠션감입니다. 리액트 쿠션은 어느정도 체중이 실려서 중창이 눌려있는 상태에서는 충격흡수능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는데, 브룩스 글리세린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중창 두께가 더 두꺼워서인지, 쿠셔닝 자체의 특성인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좋은 느낌입니다.
기본에 충실했다는 느낌이 뭔지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식스와 매우 비슷하지만, 디자인은 브룩스가 좀 더 좋습니다.
단점-
발볼이 생각보다는 더 좁은 느낌. 생각보다 무겁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