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오닐을 비롯한 기술분석을 통해 성공한 모멘텀 투자 내지 트레이딩에 대해 책을 읽고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벤자민 그레이엄이나 워렌 버핏 같은 가치투자자와 전혀 다를바가 없는 공통된 인식과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들 성공적인 투자자의 공통점은 시장에 참여한 대중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기인해 만들어진 시장의 비효율성에 주목하는 겁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오랫동안 무관심이 지속되어 본질가치 대비 비이성적으로 소외된 종목을사두면, 결국 그런 비이성적 소외가 해소되더라는 경험칙을 강조하는거고, 워렌 버핏은 가치있는 알짜기업을 아예 통째로 사들여서 캐쉬카우로 만든 다음, 그 기업이 내주는 현금흐름과 기업가치를 레버리지 삼아서 레버리지투자로 떼돈을 번 사업가죠.
모멘텀 투자자의 우상인 윌리엄 오닐은 섹시한 종목,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종목에 사람들의 열광이 합리적인 기대치보다 훨씬 강하고 오래 지속된다는 경험칙을 강조합니다. 대중이 섹시한 종목에 열광하는걸 주저하게 하던 마지막 저항심리의 근거인 박스권 고점을 돌파할 때 열광과 비합리적 행동이 폭발적으로 발생하기에 시장의 비효율성이 극대화되어 위험대비수익률을 높게 가져갈수 있다 말합니다.
가치투자는 대중의 무관심이 과도하게 팽배한 주식을 사서 관심을 가지게 될 때 팔고, 모멘텀 투자는 대중의 관심이 한참 고조되는 국면에서는 지켜보다 관심이 열광과 흥분으로 진화하는 시점에 사고 열광이 정점에 다다렀다 생각되면 팝니다. 이렇게 시장의 비효율성을 투자기회로 끌어내는 지점이 서로 다르다 보니 세부적인 지침이 전혀 다를수 밖에 없습니다.
가치투자의 경우, 대중의 무관심을 기회삼아 저가매수를 감행하지만, 이 “무관심”이라는 정서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안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무관심 상태의 장기간의 지속성과 안정성은 저가매수와 보유에 도움을 주지만, 첫째로 조심해야 하는건, 그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투자를 한 투자자가 먼저 조바심을 내거나 지쳐서 나가떨어질 수 있습니다.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둘째는 이 무관심이라는 대중심리가 더 떨어질 데가 없이 안심할 수 있는 “바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다수 대중은 무관심에 해당 종목에 눈길을 주지 않아도 소수의 소신파는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한 계기가 주어지면, 그러한 소신파들 조차 주식을 내던지는 “패닉”상황으로 변할 수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대중의 심리가 소외에서 관심으로 돌아서는게 아니라 패닉으로 가버리는게 가치투자자에게는 가장 피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렇게 대중이 투자한 주식에 대해 무관심을 넘어 소신파마저 패닉에 빠질 가능성이 생긴다면, 곧바로 “본질가치가 훼손되었다”라고 판단하고 가격이 얼마냐에 상관없이 주식을 바로 처분하게 됩니다.
모멘텀 투자자는 대중의 소외나 관심이 아닌 열광을 매수의 근거로 삼고 있는 투자자입니다. 그러한 열광의 전단계는 무관심이 아니라 관심이 고조되어 있는 국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열광의 국면은 훨씬 찾기 어렵고 드물게 찾아오며, 사라지는 속도도 매우 빠르고 불안정합니다. 그러므로, 모멘텀 투자자는 대중의 열광이 조금이라도 식을 조짐이 보인다면, 반드시 빠져나와야하는데, 대중의 무관심을 기반으로 투자하는 가치투자전략과는 달리 대중의 열광은 사라질 수있는 요인들이 정말 많습니다.
가격이 다시 이전 박스권으로 후퇴하거나, 대중이 관심과 열광을 하게 만든 갖가지 재료들, 이를테면 꾸준한 이익성장이나 각광받는 신제품, 새로운 경영방식 같은 팬시함, 주가의 흐름을 좋게 해주는 적은 발행주식 수, 기관투자자들의 호응, 언론의 주목과 같은 여러 요소들 중 한두개만 돌아서도 처분하는게 필요합니다. 특히 중요한 건 가격이 박스권으로 회귀했을때 대중의 열광은 금새 식게 됩니다. 뭣보다도 힘든 점은 이런저런 조건이 다 성립하더라도 경제상황 자체가 침체기이거나 주식시장이 약세장에 진입하면 대중은 그 어떤 재료에도 흥분하지 못하고 공포에 질려서 주식판을 도망치기에 장이 안좋으면 무조건 거래를 줄이거나 쉬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모멘텀투자자가 돈을 버는 근본은 주식의 보유가 아닌 매매에 있기 때문에 매매 횟수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칼같은 손절로 밑천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가치투자가 수익을 내는 근본은 매매가 아닌 보유입니다. 인간의 열광하는 감정은 매우 충동적이고 불안정하기에 열광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모멘텀 투자자에게는 주식의 보유기간이 위험대비수익과 비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관심이라는 감정은 몇년을 지속해도 심리적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언제가 될지는몰라도 언젠가 무관심이 관심으로 돌아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계속 장기간 보유하는거 말고는 답이 없거든요. 그러므로 가치투자자에게는 대중의 무관심이 투매로 이어질만한 가치훼손이 없다면 가격이 떨어질 때 더 보유해두는게 정답입니다. 때문에 모멘텀 투자자에게는 절대 범해서는 안되는 금기인 “바닥을 잡으려 시도하는 것”도 가치투자자에게는 나쁜 선택이 아닙니다. 어차피 오늘내일 주가가 금방 위로 날아갈 일은 별로 일어날 가능성이 없으니, 본질가치가 유지되고 있기만 하다면, 차분하게 바닥을 기다려도 아무문제가 없습니다. 설령 운이 없어 바닥을 놓쳤다면, 조금 더 비싸지만 가치보다 싸게만 들어가면되니까요.
그래서 가치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지면 물타기를 해도 되고, 대중이 투자한 종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게 아니라면 자기 자신도 투자해놓은 종목의 가격 추이에 관심을 안가져도됩니다. 가치투자자가 신경쓸건 오직 하나, 대중이 무관심을 넘어 패닉에 빠져 그나마 소신을 가지고 주식을 보유하던 소신파 마저 해당 종목을 마구 팔아재끼는 “본질가치 훼손” 상황의 위험성만 끊임없이 체크하면 되는겁니다. 중요한 건 어쨋던 충분한 기간 동안 보유하는겁니다. 전체 시장상황의 변화에 대해서도 모멘텀 투자보다 훨씬 덜 민감합니다. 그레이엄식 가치투자자에게는 보유자산이 많은 저pbr 기업, 버핏식 가치투자자에게는 미래 현금흐름의 안정성이 훌륭한 기업들은 전빈적인 불경기에서도 투자매력이 크게 훼손되는 일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이거나, 주가가 전반적으로 떨어져있는 불경기의 막바지 상황, 또는 호황기의 한 가운데 같이 다양한 경기국면에서 주당 순이익, 즉 EPS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국면이 여러차례 나오는데 바로 이때 가치투자의 실적이 다른 투자전략을 넘어서는 전성기가 도래하기도 합니다.
수익실현을 언제 해야 하느냐 하는 고민에 있어서도 대중의 감정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가치투자나 모멘텀투자나 다를바가 없습니다.
가치투자는 대중이 해당 종목에 무관심하다 관심이돌려졌을 때, 즉 본질가치에 가격이 수렴하게 되엇을때 망설임없이 처분해야 합니다. 대중의 감정상태라는게 무관심에서 관심상태로 돌아서는 것도 흔하고 자주 일어나는 이벤트가 아니지만, 관심이 어느정도 돌아온 상태에서 곧바로 흥분과 열광에 빠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게는 그런 저평가 기업들의 업종 자체가 사이클산업이거나 장치산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갑자기 주가가 올라가기 시작하고 거래량이 증가하는 상태를 “대중이 이제 열광하기 시작했다”라고 판단하기 보다는, 소신파 투자자들이 이제 이익실현을 하기 시작하면서 거래량이 는거라고 판단하는게 맞습니다.
박스권을 탈출해서 신고가에 들어선 팬시한 성장주도 가격이 바닥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있는 상황이라면, 조심해야 합니다. 애초에 모멘텀 투자에서 중요한 수익의 근거가 되는 대중의 열광과 흥분이라는 것이 언제 갑자기 변덕을 부릴지 알 수없기 때문입니다. 대중이 언제까지 흥분을 계속할지 차트로 정확히 예측이 가능한 것이라면, 모멘텀 투자자들 사이에서 수익실현 시점에 대해 그렇게 의견이 엇갈릴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멘텀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보유기간의 극대화가 아니라 매매를 계속하면서 수익을 낼 확률을 높이는것을 계속 할 수 있느냐 아니냐일겁니다. 당연히 수익실현방식을 보수적으로 설정하는게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다 보면, 왜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자제심을 키우는게 가치투자나 모멘텀투자를 막론하고 투자에 있어서 매우 중요시되는가를 이해하게 됩니다. 내가 대중의 비이성적인 쏠림에서 기회를 잡아 시장의 비효율성에서 돈을 벌려면, 자기 자신의 심리부터 다스리는게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다른점이 전혀 없습니다. 다른게 있다면, 가치투자자는 오랫동안 잘 보유할 수 있는 쪽으로 자기절제를 키워나가야 하고, 모멘텀 투자자는 매매 타이밍을 고민할 때마다 그런 절제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모멘텀 투자의 경우가 훨씬 더 많은 자기절제력을 필요로 한다 정도를 생각할 수 있겠네요.
제가 난데없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하면, 가치투자자가 말하는 기업의 “가치”나 “본질” 같은 뜬구름 잡는듯한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개념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챠트 그래프를 보면서 가격움직임만 보는 것들 모두가 제게는 쉽게 이해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개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한 개념들을 대중의 비이성적 행태, 시장의 비효율성으로 치환해서 바라보는게 두 개념을 이해하는데 더 깔끔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를 해놓고 보면, 저 또한 가치투자와 모멘텀 투자를 두서없이 섞어서 혼용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네요. 이 점은 분명하게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하는 대목이겠죠. 어떤 종목은 가치투자 20%, 모멘텀투자80%, 다른 종목은 가치투자 90%, 모멘텀투자 10% 이런식으로 짬뽕을 하면서 손절선을 가치투자 한다는 종목에다 설정하고 있는 것 같은 호구짓을 하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좀 더 근본적으로 투자를 점검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