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능력의 종류 – (마이클 모부신의 운과 실력의 성공방정식에서)

우리가 보통 머리가 좋다 나쁘다 하는 지적능력을 지능이라 말합니다. 그런데 이 지능은 그 안에 여러가지 종류가 있고, 이들 여러종류의 지능을 모두 따로 구분해서 다루어야만, 인간의 지능에 대한 연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마이클 모부신이 쓴 “운과 실력의 성공방정식”이라는 책에서 이런 지능의 구체적인 종류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서 간추려 봅니다.

일단 지능을 구분하는 첫번째 분류법은 어떤 종류의 정보를 처리하는가 하는 측면에서 두 종류로 나누는데, 첫번째는 “결정성 지능”으로, 오랜동안 학습하며 습득해온 지식을 다루는 능력입니다. 이 결정성 지능은 미리 주어진 지식에 기초해 빠른 시간 안에 자동으로 판단하는 능력, 즉 직관력과 연관성이 높습니다. 두번째는 “유동성 지능”으로, 주어진 정보 없이 처음 접해보는 문제에 대처해 해결해나가는 능력입니다. 

인간의 인지능력은 이렇게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을 합쳐서 구성되는데,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결정성지능은 나이가 먹어도 퇴화되는 속도가 상당히 느린 반면, 유동성 지능은 20세를 지나면 빠른 속도로 퇴화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을때부터 학습을 통해 많은 정보를 입력해서 결정성 지능을 충분하게 형성시켜 놓아야만 나이가 먹어서 지능이 퇴화되는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결정성 지능을 훈련해도 나이가 들면서 유동성 지능이 퇴화되는 속도를 극복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여러 영역에서 지능은 나이가 들면서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대표적인 게 숫자를 다루는 능력입니다. 한 임상실험에서 젊은 사람은 100% 푸는 간단한 암산문제를 냈을 때 대상자 중 50대 초반은 절반이 맞추는데 반해 90대는 10%만이 맞출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암산능력만 떨어지는게 아닙니다. 상품에 따라 다양한 대출금리나 신용카드 연체이자, 또는 금융상품 수익률을 구분하는 재무적인 능력조차 평균적으로 53세 이후에는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러한 지능의 두 요소는 창의성에 있어서도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치는데, 기존의 예술과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드는 창의력인 “개념적 혁신성(conceptual innovation)”은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20대를 넘어서면 점점 소진되가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가장 전형적인 사례가 파블로 피카소인데, 절정기인 26세를 전후해서 그린 작품이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독창성도 크게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개념적 혁신성에 대비되는 개념의 창의력은 “실험적 혁신성(experimental innovation)”인데, 많은 연구를 통해 지식을 축적하며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예술가들에서 보이는 창의력입니다. 폴 세잔이 대표적인 사례이고, 67세에 가장 돋보이는 작품들을 그려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창의력 또한 결정성 지능과 유동성 지능 두 요소에 의해 전혀 다른 두 형태로 발현되며, 나이라는 변수에 의해 한계가 지워지게 됩니다.

인간의 지적능력 분류하는 또다른 분류법은 측정방법에 따른 분류로 “지능지수(IQ, intelligenz quotient)” 와 “합리성지수(RQ, Rationality quotient)”로 구분하는 방법입니다.

쉽게 말하면 똑똑하거나 둔하다는 것이 IQ, 현명하거나 어리석다는 것이 RQ라고 생각하면 되며, IQ는 말 그대로 아이큐테스트로 측정이 가능하지만, RQ는 쉽게 측정하기가 어려운 지적능력입니다. RQ가 높은 사람들은 적응행동, 신중한 판단, 효율적인 행동조절, 합리적인 우선순위 설정, 심사숙고, 철저한 근거의 확인과 같은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왜 구태여 이런 구분을 해야 하느냐면,  IQ는 높은데 RQ는 낮은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문제를 한번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철수가 영희를 바라보고 있고, 영희는 광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때 철수는 결혼을 했고, 광수는 결혼을 안한 미혼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기혼자가 미혼자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인가요?

가) 그렇다  나) 아니다  다) 알 수 없다

정답은 가) 이지만, 상당수가 다)를 정답이라고 말합니다. 대다수는 영희의 혼인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정답을 알수 없다 생각하고 답을 다) 라고 선택하지만, 영희의 혼인여부에 대해 각각의 경우로 가정을 세워서 상황을 파악하면 어떻게 가정을 세워도 정답이 가) 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이건,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상황에서 인지능력을 충분히 투입해서 문제를 풀려는 습관, 내지 태도의 문제입니다. 인간은 정말로 절박하거나 필요하다 느껴지는 상황이 아니면 어지간 해선 집중력과 인지능력을 최대한 안쓰는 방향으로 사고하고 의사결정을 하려는 습관이 본능처럼 굳어져있습니다. 그렇게 인지능력을 절약하려고 하는 본능 때문에 일상적인 문제에서 항상 어림짐작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비합리적인 판단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성향을 “휴리스틱”이라고 말하고, 그런 휴리스틱에 의해 만들어지는 오류를  “편향(bias)”이라고 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IQ와 RQ사이의 상관관계는 2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게 행동하는 경우가 흔하고, 그 반대로 둔한 사람도 현명하게 행동하는게 흔하다는 겁니다. 여기서 우리가 RQ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RQ 또한 나이가 먹을수록 급격하게 떨어지는데, 유동성 지능과는 달리 학습과 지식, 그리고 훈련에 의해 떨어지는 속도를 줄일 수 있으며, 심지어는 어느정도 향상시킬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왜 이렇게 복잡하게 지적능력을 다양하게 분류하는 방법을 길게 언급하고 있느냐 하면, 인간의 지적능력이라는 것들이 결국은 어떻게 분류해서 연구하더라도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퇴화된다는 필연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부분은 노력을 통해 퇴화속도를 늦출수도 있다는 두가지 공통된 결론에 다다른다는 점입니다.

“도전은 젊은이의 특권이다”

이 말을 가지고 여러 논쟁이나 설왕설래가 며칠 전에 게시판에서 있었는데, 이런 두뇌의 생리학적인 특성을 고려한다면, 특정한 경우로 한정된 도전, 이를테면 혁명적이고 독창적인 혁신을 이뤄내기 위한 도전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도전은 젊은이의 특권이 맞다고 봐야 할겁니다. 파블로 피카소의 혁명적인 작품들은 20대가 아니면 절대로 나올수 없었다는 것이죠. 

숫자를 다루는 수리능력과 같은 기본적인 지능을 다루는 영역에서의 지적능력, 이를테면 투자자로서의 능력 같은 경우는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종합하는 결정성 지능이 많이 필요한 능력이면서, 동시에 20대부터 급속하게 떨어지기 시작하는 유동성 지능의 영향 때문에 평균 42세에 전성기를 맞은 후 서서히 능력이 저하되다, 70대를 넘기면 급격하게 투자능력이 고갈되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 

반론으로 워렌 버핏이나 찰리 멍거 같은 90세를 넘기면서도 현역에 있는 위대한 투자자들을 제시할 수 있겠는데, 그들이 그만큼 젊었을 때부터 어마어마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덕도 있겠지만, 그들을 도와 열심히 일하는 젊고 유능한 전문가들의 도움도 잊으면 안될겁니다. 

같은 과학 중에서도 물리학 같은 학문 보다는 화학이나 생물학 쪽이 큰 성과를 내는 전성기 나이가 더 많은등, 생각보다 인간의 지적능력에 관한 생리학적 특성은 쉽게 극복되거나 초월하는게 불가능하다는게 연구결과들로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젊은 분들 중에 기존의 관행이나 가치관에 영향받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나 정서를 소통하려는 욕구와 동기가 강력한 분들이라면, 충분히 독창성과 혁신성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도전을 할 가치가 있는 것이고, 반대로 그런 욕구나 동기가 없는 젊은이들이나 저같이 나이든 사람들은 그저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며,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의사결정하는 훈련을 죽을때까지 해나가야 단 한 톨의 지적능력이라도 더 보존해나갈 수 있으며 각자의 영역에서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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